[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35) 경주 국도화와 겹벚꽃 그리고 금장대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4.26 09:46 | 최종 수정 2022.04.30 20:50 의견 0
렌즈35-2. 국도화의 아름다움을 느끼다
 국도화

사진은 빛과 만남이다. 그 만남을 위해 아침 일찍 서두르지만, 만만하지 않다. 이번 주에도 아침 6시에 교대역에서 만나 팔송에서 한 사람, 양산 중앙초등학교에서 한 사람을 태워서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경주에 있는 꽃 마중 가는 길이다. 4월의 자연은 연초록에 어디에 눈을 주어도 편안하고, 예쁘고, 아름답다. 눈이 호사하는 시기이다. 차창으로 눈을 돌리면 다가오는 연초록 향연에 뛰어들어 흠뻑 빠져든다.

렌즈35-1. 국도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을 읽다
국도화를 심은 사람의 마음을 읽다

경주 요금소를 빠져나와 오릉 네거리 근처에 예쁜 국도화(菊桃花)가 있다는 소문에 소문을 타고 있어 국도화 명소로 간다. 국도화는 나무는 복숭아나무이고, 꽃은 국화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경주 탑동 거송공업사 담벼락에 꽃나무가 있다. 아마도 사장님은 꽃을 사랑하고 멋을 아는 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사모님인지 모르지만, 국도화에 대해서 말씀을 전해 주셨다. 꽃의 절정기는 좀 늦었다고 한다. 2주 전에만 왔으면 아주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신다. 국도화 옆에 옥매나무도 하얗게 소복을 입은 아낙처럼 피어 있다. 가지에 주렁주렁 꽃술이 달린 모양이 옥구슬을 꿰어놓은 것 같다고 하며 고결함이란 꽃말을 가진 옥매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꽃이 지고 나면 매실 같은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화려한 꽃도 보기 좋겠지만, 또 한시름 겪은 사람처럼 아직은 무너지지 않은 중년의 모습 같은 꽃이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내 모습처럼.

렌즈35-3. 겹벚꽃 나무와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겹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담벼락에 청색 페인팅을 하여 꽃과 어우러지게 꾸민 것도 그런 배려가 있지 않나 하고 다시 한 번 꽃 사랑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갖는다. 우리 말고도 몇 팀이 와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꽃과 어우러지게 하려고 애를 쓴다. 지금의 꽃은 꽃망울에 잎이 피어 함께 있는 것이 아마도 성숙한 여인과 잘 닮아 더 잘 어울린다.

한 사람의 작은 감성의 마음이 이렇게 꽃을 구경하게 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살아오면서 몸에 밴 배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그런 배려하는 마음을 여기 공업사 담벼락에 자라는 국도화 나무를 보면서 배운다.

눈인사 하고 뒤돌아선다. 내년에는 절정기에 와 보리라고 다짐하면서. 다시 경주 명물이라는 겹벚꽃 군락지.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앞 공원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나도 아름다워진다

8시 즈음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꽉 들어차 있다. 불국사 일원 겹벚꽃 군락지에는 가족과 연인들로 꽉 차 있었다. 그동안 사람들이 코로나로 밖을 나오지 못하다가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꽃 피는 곳과 구경거리가 있는 곳은 봇물 터지듯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여기도 겹벚꽃이 한물을 지나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한 고개를 넘는 것 같다. 그래도 아쉽지만, 꽃과 함께하려는 마음은 변함없다. 멋진 벚꽃 나무 곁에는 긴 줄이 서 있다. 그 벚나무와 사진을 찍기 위해서이다.

렌즈35-4. 겹벚꽃이 복스럽다
 겹벚꽃이 복스럽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젊은이들은 부모님과 찍고, 부모님만 찍어 주고, 자신도 찍고, 그러다 보니 긴 줄은 줄어들지 않는다. 젊은 연인끼리도 왔고, 중년의 부부,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 결혼 예복을 입은 한 쌍이 촬영하자 모두가 비켜서서 바라보며 축하하는 눈으로 응원을 해주고 있다. 또 전문 모델을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런 경우는 모델이 짓는 몸짓이 남달라 보여 사람들이 구경하곤 했다. 명소에서 사진을 찍어놓고, 기념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사도 있었다. 사진을 어디에서 찍었는지 눈여겨보았다. 아저씨가 한마디 건넨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찍느냐가 더 중요하단다. 그렇지요! 하면서 응수를 해주니 좋아라, 하고 웃으신다.

사진을 담으려면 관광객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기다리기도 하고,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겨 보고, 방향을 돌려보지만, 역시 사람들이 찍는 방향이 최고의 사진 찍는 명소이다. 자기 나름대로 겹벚꽃과 눈을 마주친다.

여기에도 겹벚꽃뿐만 아니라 연초록 잎을 피우는 나무도 또한 주인공이다. 어우러진 모습은 더욱 아름답다. 이곳 나무들은 약간 버드나무처럼 휘어진 가지를 늘어뜨린 것이 특징이다. 꽃을 너무 많이 피워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나무가 늘어진 것이 있었다. 특징적이다. 꼿꼿하게 선 나무보다 더 유연한 모습이 나에게 감겨오는 듯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벚꽃 나무 그늘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서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는가 하면, 갖가지 야외용 탁자와 돗자리를 보니, 캠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봄을 즐긴다.

벚꽃을 바라보고 위안을 얻어 사람들의 마음에는 답답하던 마음을 훌훌 날려버리는 시원함을 자신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겹벚꽃은 꽃잎이 복스럽게 생겨서 더욱 친근감을 준다. 목련도 다 졌는데, 자목련 한그루에 꽃이 남아 있다. 애잔한 희소성이 있다. 카메라에 담는다.

렌즈35-6. 언덕 위에 금장대와 경주 예술의 전당 그리고 형산강
 언덕 위의 금장대와 경주 예술의 전당 그리고 형산강

해가 점점 높아져 오니 겹벚꽃은 남겨두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금장대를 찾아간다. 입에 익었는데 언뜻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막상 찾아가니 형산강을 끼고 흐르는 경주 시내에서 건너편 얕은 산등성이에 있다. 내가 고향을 오고 가면서 형산강 건너편 산등성이에 있어 언제나 바라보았던 그 정자였다.

‘경주시 석장동 형산강 언덕 위에 있는 금장대(金藏臺)는 형산강과 시가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경치가 빼어나 경주의 하늘을 지나가는 모든 기러기가 반드시 쉬어간다(금장낙안:金藏落雁)는 경주 삼기팔괴(三奇八怪)의 장소 중 한 곳이다. 금장대 아래 형산강의 본류인 서천과 북천이 만들어낸 예기청소(藝妓淸沼)는 경주가 고향인 소설가 김동리의 소설 『무녀도』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나룻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신라 자비왕 때 한 여인이 왕과 연회를 즐기는 도중에 실수로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며, 조선 시대 시인 묵객들이 자연의 아름답고 영원함과 유한한 인간의 삶, 과거를 통해 오늘을 경계하며 시를 읊조리던 공간이었다. 임란 때는 경주성 수복 정찰기지 역할을 하였고, 선사시대 경주인들의 주술적 기원을 담고 있는 얼굴, 동물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석장동 암각화는 경북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 금장대는 형산강 팔경 중 한 곳으로 선정되었다.’<금장대 안내 표지판 참고>

도착하니 오카리나 맑은소리가 들려온다. 연초록 버드나무 그늘에서 동호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습지를 바라보는 곳으로 테크로드가 놓여 있다. 그리고 나룻배가 발이 묶인 채 오는 이를 위해 사진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초파일을 맞아 연등이 색색으로 걸려 있어 경치를 더욱더 아름답다. 숲을 이루듯 버드나무가 연초록 잎을 늘어뜨리고 오는 이를 맞이하고 있다. 형산강물이 느리게 느리게 흘러가는 강물에 햇살이 윤슬로 뿌려 놓은 듯이 내려앉는다.

렌즈35-8. 석장도 암각화 모습
 석장도 암각화 

뒤편에는 동국대 경주 캠퍼스가, 건너편에 경주예술의 전당이 금관 모양처럼 경주를 상징하듯 보인다. 그 뒤로 경주 시내가 나지막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르막을 오르다 오른편에 경주 석장동 암각화가 희미하게 나타난다. 청동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단다. 사람 얼굴, 돌칼, 돌화살촉, 꽃무늬, 발자국, 짐승, 배 등 30여 점이 각이 되어 있어 경북 기념물 제98호이다.

조금 더 오르면 금장대 늠름한 모습이 화려한 단청이 눈앞에 확 다가선다.

렌즈35-9. 금장대가 날아갈 듯 추녀가 날렵하다
 금장대가 날아갈 듯 추녀가 날렵하다

금장대는 금장사 절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정말 금장대에 올라 보니 앞에는 형산강물이 흐르고 저 멀리 야외 사찰인 남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시내는 나지막한 건물들로 앉아 있다. 여기는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린다고 한다.

음악회, 시낭송회, 전시회도 열리면서 경주 시민의 문화 공간이 되어 주고 있단다. 아마도 이곳에서 모든 문화 행사는 분위기가 얼마나 좋을까 싶다. 저녁에는 등불이 금장대를 비추어서 더 아련한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렌즈35-10. 금장대에서 바라보는 경주 시내 그리고 경주 남산,
 금장대에서 바라보는 경주 시내 그리고 경주 남산

경주는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많다. 그만큼 신라 천 년의 문화가 곳곳에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살아가면서 자주 경주에 와서 신라 천 년의 문화와 지혜를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가는 앎을 터득할 기회를 가져볼 생각이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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