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38) 철쭉 향연이 펼쳐지는 황매산, 그리고 합천영상테마파크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5.17 08:17 | 최종 수정 2022.05.21 10:34 의견 0
렌즈38-1. 뿌연 안개처럼 여명이 밝아온다
뿌연 안개처럼 여명이 밝아온다

꽃이 아름답게 피는 곳은 어디든지 탐방객이 많이 모인다. 이즈음 가장 인기 있는 곳이 철쭉 군락지이다. 철쭉으로 유명한 산청군과 합천군의 경계 지점에 황매산은 탐방객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황매산에서 철쭉도 볼 겸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찍을 준비하고 떠난다.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었다. 우리가 가는 동안 맑으리라 기대한다.

밤 11시 교대역에서 출발하여 12시경 함안 휴게소를 잠시 쉬고, 의령 20번 국도를 달린다. 하지만 하늘이 구름으로 닫혀 있다. 자주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우리의 마음을 풀어주지 않는다. 도착하면 괜찮겠지! 하면서 위안하면서 밤길을 달려 나간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데 속도는 나오지 않는다.

렌즈38-2. 연분홍 철쭉이 활짝 피었다
연분홍 철쭉이 활짝 피었다

합천군 가회면 쪽으로 가면 걸어가야 하는 거리가 멀다. 해서 우리는 산청군 쪽 길을 택했다.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한 두 대씩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와 같이 밤을 달려오는 차들인 것 같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자정을 지나 1시20분 경이다. 역시 우리의 기대는 거기에서 무너져버렸다. 날씨는 어둡고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혹시나 비가 오지나 않을까 염려가 된다.

별 사진 찍는 것은 포기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두꺼운 옷을 입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겨울 같은 날씨이다. 두꺼운 옷을 갈아입고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차 안에서 셋이서 잠을 청한다. 밖에는 쌩쌩 바람 부는 소리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많은 사람이 우리처럼 산청군 차황면 쪽 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밤새 부산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밤하늘은 먹구름만 낀 채 꿈적도 하지 않아 우리는 차에서 잠을 잔다. 바깥에는 바람 소리가 매섭지만, 내일을 위해 잠시 상상하다 잠이 들었다.

렌즈38-3. 철쭉 너머 정자가 돌올하다
 철쭉 너머 정자가 돌올하다

‘황매산(1,108m)은 경남 산청군 차황면과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경계에 있는 산이다.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고려시대 호국선사 무학대사가 수행하던 곳으로, 봄은 수십만 평의 고원에 펼쳐지는 철쭉군락과 풍차, 아카시아 향기와 조팝나무의 흰 살결 고운 자태는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여름은 가슴을 꿰뚫어 버리는 시원한 솔바람과 고산지대 특유의 자연풍광은 삶에 지친 현대인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하다. 가을은 능선을 따라온 산에 술렁이는 그윽한 억새의 노래와 형형색색의 단풍 그리고 보리수 열매의 농익은 풍요로움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겨울은 기암과 능선을 따라 핀 눈꽃과 바람 그리고 햇살의 조화는 황매산 사계(四季)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남동쪽 기슭 가회면 둔내리에는 신라시대의 절터인 합천영암사지(사적 제131호)가 있으며, 그곳에는 영암사지귀부(보물 제489호)·영암사지 쌍사자석등(보물 제353호)·영암사지 3층 석탑(보물 제480호) 등의 유물·유적이 있다.’<황매산 소개 글에서>

렌즈38-4. 황매산 쪽에서 바라보는 철쭉 구릉,
 황매산 쪽에서 바라보는 철쭉 구릉,

바깥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우리도 잠을 깼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30분에 오르기로 하고 몇 분이라도 눈을 감는다. 찌뿌둥한 몸이 깜빡 졸다 일어난다. 산으로 가서 일출을 보면 철쭉과 조우를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산행 준비를 하고 잘 닦여진 임도로 오르는 동안 바람이 어제만큼은 불지 않아 다행이다. 하늘은 역시 구름으로 덮여 있어 일출도 신통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사위가 희뿌옇게 밝아오고 있다.

렌즈38-5. 황매산 정상이 보이는 쪽으로 철쭉은 절정을 이룬다
 황매산 정상이 보이는 쪽은 철쭉이 절정을 이룬다

잘 닦여진 임도에는 차량은 통제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르는 좌우로 그리고 멀리 희뿌옇게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아직은 어두워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안 된다. 거의 능선에 올라섰을 때쯤 그나마 희미하게 하늘을 배경 삼아 카메라 작동한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능선에서 텐트를 치고 주무신 분들도 여럿 보인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할 것이다. 그립다.

동쪽에는 뭉게구름이 두껍게 끼어 있어 해돋이를 맞는 것은 힘들 것 같다. 그러면 황매산 정상에 올라가 보아야 별 소득이 없을 것 같아 9분 능선에서 철쭉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아래 능선으로 내려왔다.

사진 풍경은 빛이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대상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5시 반이 지나자 구름을 뚫고 나오는 빛이 붉게 비쳤다가 사라지고 다시 구름 사이로 빛을 발하고 있다. 빛에 기대어 철쭉을 찍는다. 갖가지 모양으로 군락을 이룬 꽃들이 뽐내듯 활짝 피어 있다.

렌즈38-6. 합천 모산재 쪽으로 철쭉도 화려하다
 합천 모산재 쪽 철쭉도 화려하다

하지만 뭔가 좀 모자라는 듯한 꽃이다. 오늘이 가장 절정을 이루는 날이라고 하여 때맞추어서 왔는데, 꽃이 약간 시들한 곳이 눈에 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3일 전에 황매산에 서리가 내렸다는 것이다. 이곳이 고향인 사람이 지난주에도 왔더란다. 아직 절정이 아니라서 이번 주에 오면 절정일 것 같아 왔다. 그런데 동네 어른들이 서리가 왔다고 하면서 알려 주었단다.

다행히 전체가 서리를 맞은 것이 아니라 군데군데 왔기 때문에 절정을 이룬 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산 전체가 꽃을 뿌려놓은 듯이 연분홍 꽃들이 무더기를 이룬 채 자기들만의 모습으로 뽐내고 있었다.

이곳 능선이고 저편 능선이고 어디에도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동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위에 있는 철쭉에 빠져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지인들과 와서 철쭉과 어울리면서 좋은 추억의 장면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렌즈38-7. 황매산과 정자,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황매산과 정자, 그리고 철쭉이 어우러져 아름답다

산불감시초소에 올라간다. 합천군 모산재 쪽 철쭉을 조망한다. 주로 부산에서 와서 산행하게 되면 가회면에서 올라 영암사지에서 올라서 모산재를 지나 오르는 길을 택하기 마련이다.

다시 거슬러 내려온다. 동쪽 하늘에는 구름 사이로 빛 내림으로 하늘은 풍성하였다. 철쭉도 오래 보고 나니 배고픔을 느낀다. 이제 산에서 내려와 아침을 먹어야겠다. 가는 길에 논에는 모를 심기 위해 물을 가둬 놓은 것이 하늘을 품고 있었다. 저렇게 품고 있다가 모를 심어 놓으면 하나씩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합천댐 물이 말라 있다.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공사를 하느라 물을 뺐는지 모르겠다. 모심기를 두고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의문이다. 순두부 식당에서 아침 식사하고 느긋하게 합천댐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아카시나무에는 흰 꽃이 활짝 피어 있다.

어제 온 덕분에 시간이 남아서 주위에 있는 합천 드라마 세트장으로 간다.

렌즈38-8.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영상테마파크

‘2004년도에 건립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국내 최고의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으로 드라마 <각시탈>,<빛과 그림자>, <서울 1945>, <강철비> 등 190편의 영화,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 등 각종 영상작품이 촬영된 전국 최고 촬영장이다.

렌즈38-9. 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

최근 영상테마파크 뒤편으로 15만㎡ 규모의 전국 최고의 분재공원과 정원 테마파크가 개장되었다. 메인 건물인 청와대 촬영세트장과 함께 분재 온실, 생태숲 체험장, 목재 문화 체험장 등이 조성되었다. 자연 속에서 어른, 아이 모두 즐길 수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세트 시설과 편의시설로 합천군을 방문하는 분들을 즐겁게 해드릴 것이란다.’<합천영상테마파크 소개>

렌즈38-11. 서울 마포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서울 마포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렌즈38-12.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인상적이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인상적이다

아침 시간이라 탐방객이 많지는 않다. 표를 끊어 들어간다. 옛 모습을 보는 것으로 향수에 젖어 본다. 각종 영화,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오래된 것은 허물어지고 있고, 깨끗한 것은 그런대로 볼만한 곳도 있다. 입구에서 반도호텔, 국도극장, 철도세트장, 70년대 종로거리, 원구단, 단성사, 경성역, 이화장, 경교장, 상해임시정부청사, 조선총독부, 적선가옥거리, 송공동 거리 등등 펼쳐진 거리가 눈에 익은 모습이다. 암울하던 시절의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곳이다. 거리를 걸으면서 그때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면서 서울의 거리는 역시 지역과의 차이는 요즘도 마찬가지지만, 옛날에는 더욱더 심했던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뒤돌아보고 다시 재조명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 같다.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시 내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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