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섬 여행을 한다는 마음에 그냥 기분이 좋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막상 가려면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혹은 현지 문제 등으로 실행에 옮기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을 잘 해결해 내는 것만으로도 여행 즐기는 주요한 덕목이 될 수가 있다.
특히 오늘 가는 곳은 전남 고흥의 섬, 쑥섬에는 점심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충무 김밥을 싸려고 온천장에서 모여 아침 7시에 출발한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계절이라 날씨도 감을 잡을 수 없다. 출발은 항상 기분좋게 떠난다. 우리가 떠들면서 이야기하는 동안 차는 사천 휴게소에 닿았다. 차 한잔을 나누고 우리의 단골 음식 호두과자를 사 들고 있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오늘 여행의 재미를 먼저 맡아보는 느낌이다.
광양을 빠져나와 10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고흥땅을 지나간다. 고흥이 정겹다. 꼭 내가 살았던 곳 같은 정감을 느낀다. 아마도 중학교 미술선생님이 고흥 출신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남도 사투리가 심하셨던 미술 선생님이 보고파진다.
바깥 풍경은 이제 서서히 연초록이 사라지고 녹색으로 그리고 더 짙어만 간다. 논에는 벌써 모심기가 된 곳도 있고 모심기 위해 물을 잡아 놓은 곳도 있다. 모두가 맑은 하늘을 품에 안고 평화롭다. 요즘을 트랙터나 이앙기로 모를 심지만, 내가 시골에서 자랄 때만 해도 일일이 손모를 심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허기를 채우고 나서 들판에 나간다. 모판에 나가 그날 심을 모를 찐다. 뿌리에 묻은 흙을 물에 첨벙거리면 흙이 떨어져 나가고 나면 뿌리와 모가 가벼워진다. 그것을 무논 여기저기에 배치하여 모를 심는다.
그러면 못줄을 대고 못줄에 표시된 표에 맞추어 일일이 손으로 심어야 한다. 그러면 허리를 굽혀야 하고, 무논에서 하는 일이라 힘이 든다. 특히 허리를 굽혔다 피기를 번갈아 해야 하므로 허리가 몹시 아프다. 그렇게 하루 한 마지기(200평)을 심으면 상일꾼이라고 사람들이 칭한다.
그렇게 옛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차는 나로대교를 건너고 있다. 남해에는 나고 드는 곳마다 해안선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나로도는 내, 외나로도로 되어 있고, 우주과학관과 우주센터가 있어 국민의 관심 있어 이름이 잘 알려진 섬이다.
10시30분 무렵에 나로도 연안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다. 주민등록증을 모아서 절차를 밟고, 배 타는 곳 바깥으로 나왔다. 바로 건너다보이는 곳이 쑥섬이다. 오른편에는 사양도가 집들을 품은 채 오롯이 떠 있다. 사양교도 정면으로 보인다.
쑥섬 안내하는 해설사님이 쑥섬에 대해서 알려 준다. 하지만, 그 이야기보다 건너다보이는 쑥섬에 정신을 팔고 있다. 그런데도 들리는 이야기는 높이는 83m이란다. 난대 원시림과 환희의 언덕, 바다 위 비밀정원, 성화 등대와 해안 절벽, 동백길, 수국길, 우끄터리 쌍우물에 두레박 체험과 사랑의 돌담길 이야기가 들린다.
사랑의 돌담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손을 잡고 나서 일어나는 일에는 책임질 수 없다는 소리에 같은 배를 타는 열두 명의 웃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배 시간도 2~3분 정도로 탔다 싶은데 도착한다. 열두 명만 태우고 쑥섬호 한 대가 왔다 갔다를 바쁘게 하고 있다. 건너다보이는 쑥섬의 동네는 빨간 지붕으로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선명한 색깔로 인해 뚜렷하게 보인다.
‘쑥섬은 쑥의 질이 좋아서 쑥섬이며 평온한 호수처럼 보여서 봉호, 쑥 애(艾)자를 써서 애도(艾島)라고 한다. 18가구 30명이 산다. (70년대 70여 가구 400명), 조선 인조 때 박 씨가 들어온 후, 고 씨, 명 씨가 들어와 함께 사는 섬이다. 면적은 0.326㎢, 해안선 길이 3.2km, 섬 모양은 소가 누워있는 와우형, 자랑으로 난대원시림(아름다운 숲 수상지) 바다 뒤 비밀정원(전남 1호 민간정원) 수백 년 된 돌담길, 자연이 살아있는 탐방로, 엄격한 마을규약(마을에 무덤이 1기도 없음) 찾아가고 싶은 섬(행안부 선정) 문공부& 한국관광공사 한국 관광 100선 선정지,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섬이다.
탐방 코스는 선착장 – 갈매기 카페(개방된 화장실, 커피, 음료수, 아이스크림, 물, 기념품) - 난대 원시림 – 환희의 언덕 – 본당길(야생화길) - 별정원과 달정원(비밀꽃 정원) - 칸나/애기동백정원(여름/겨울 정원) - 성화등대 - 수국정원 – 팜파스 정원 – 동백길 – 우끄터리 쌍우물 – 사랑의 돌담길 로 이어진다.’<쑥섬 탐방 소개 글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아기자기한 멋과 자연이 살아 있는 섬 정원, 쑥섬입니다.’ 하면서 쑥섬을 찾아주는 데 대해 감사의 인사말과 주의사항을 적어놓아 정겹게 우리를 맞이해 준다.
쑥섬 역사·문화 안내도도 나무처럼 그려서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그리고 부탁의 말씀도 금연을 비롯하여 마을 주민 존중하기 등 여덟 가지도 있다.
돌미역귀, 자연산 돌미역, 톳가루, 쑥가루, 마른톳, 세모가시리, 쑥선식, 톳짱아치 등을 앞에 놓고 할머니 두 분이 팔고 앉아 계신다. 꽃게 펜션과 고양이 그림도 있다. 갈매기 카페도 자리하고 있다. 그 옆으로 오르는 길 안내 표지판에 쑥섬 출신 명재신 시인의 시와 함께 갖가지 안내가 되어 있다.
오르막을 오른다. 별정원까지 900m라는 안내도 있다. 쑥섬 난대 원시림이 나온다. 400년 만에 개방된 길이란다. 나무에 말이 숨어 있어 이야기가 엮어지고, 당할머니 나무, 어머니 나무, 푸조나무, 61그루가 이룬 동백나무 터널, 죽어도 죽지 않는 새 가지를 움 틔운 육박나무, 코알라 나무, 벼락 맞은 붉가시나무와 팽나무, 구실잣밤나무를 만난다. 나무마다 사연을 만들어 나그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준다.
원시림을 빠져나오니 건너편에 환희의 언덕이 반도처럼 보인다.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그 너머로 섬들이 열을 지어서 소거문도, 거문도, 손죽도, 초도, 완도 청산도, 고흥 시산도, 고흥 거금도, 소록도가 보이는 몬당길(야생화길) 위에 서서 다도해의 섬들을 손으로 가리켜 집어 본다. 특히 이곳은 쑥섬 일몰이 아름다워 모두가 감동하는 곳이라 합니다.
참나리 군락지를 만난다. 6월에서 8월 사이에 만날 수 있단다. 맥문동과 아까시나무, 밀사초 등 꽃을 다 보려면 여기에서 살아야만 될 것 같다.
한 줄로 읽는 책에 이생진의 <섬, 사람들>이 적혀 있다. 또 아버지의 길, 쑥섬지기 김상현 씨의 아버지, 김유만 님이 가꾸고 살피신단다.
별정원에서 쑥섬지기 아내 나로도의 약사이신 고채훈 씨를 만났다. 남편은 중학교 교사인데, 오늘 고양이 예방주사를 맞히러 가고 혼자 가꾸고 계셨다.
하던 일을 멈추고 처음 시작부터 이야기해 주신다. 구례에서 시집와서 남편과 함께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에서 시작하여 20년 전부터 이곳에 땅을 사고 계획을 세웠단다. 땅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일일이 찾아가서 사정 얘기를 해서 사느라고 시간이 그만큼 오래 걸렸단다. 처음에는 꽃 씨앗 값만 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단다. 본격적으로는 10년 전에 시작하여 꾸준히 일구어 나갔단다. 그래서 작년부터 조금씩 수익이 난다고 한다. 뱃삯에서부터 모두가 이곳을 구경하는 값이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손에는 심다 남은 꽃모종이 들려 있고 호미도 들려 있다. 친절하게도 이야기하시는 말소리도 꽃을 닮아 예쁘기만 하다.
지금은 400여 가지의 꽃 종류가 있단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달마다 피는 꽃이 다양해서 많은 사람이 소문을 듣고 찾아준다고 한다.
특히 2016년 KBS‘인간극장’<그 섬에 비밀정원이 있다> 편에 소개되면서 각 방송사에서 너무나 많이 출연도 하고 앞 다투어 소개해 주었단다. 비밀의 정원에는 사진 찍기 좋도록 여기저기 길을 내놓고 바다와 섬과 꽃이 어우러져 환상의 섬이 되고 있었다.
별 정원 이야기는 400여 가지 꽃들이 4계절 피고 지는 코티지 정원으로 김상현(교사) 고채훈(약사) 부부가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지역 발전을 위해 가꾸고 있는 곳이다. 칡넝쿨로 뒤덮인 곳을 개간하여 꽃밭을 만들었고, 별모양으로 디자인하여 별정원이라 한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정원, 꽃을 키우는 사람들이 와보고 싶어 하는 정원, 마음이 평안해지는 정원을 추구하고 있단다.
지름길로 오는 길을 택하지 않고 성화 등대를 거쳐서 우끄터리 쌍 우물에서 두레박 체험을 한 후 동백길을 지나 사랑의 돌담길을 걸어 나왔다.
전영록 가수가 한 달간 하숙을 하였다는 집에서 막걸리에 파전으로 다리 쉼을 하고 아쉬운 쑥섬을 빠져나올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린다.
부부의 정성이 듬뿍 담긴 쑥섬에서 사랑과 정성을 몸소 걸으면서 다도해의 정취를 가슴에 안고 배를 탄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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