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46) 산고수청(山高水淸) 산청, 관음성지 수선사와 정취암 절벽에 서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7.25 22:12 | 최종 수정 2022.07.28 10:37 의견 0

여행을 다니면서 다음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 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카카오 스토리, 매스컴을 통해 정보를 알아 다시 우리가 검토하여 가야 할 곳을 결정한다. 7시 반 교대 앞 출발이다.

이번 여행지는 입소문으로 잘 알려진 경남 산청에 있는 수선사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정취암으로 향한다. 수선사는 여름에 한창 피어나는 연꽃이 있고, 아담한 절 분위기가 좋다. 한편 정취암은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 자못 그 기대가 또한 크다. 오늘은 카메라 렌즈는 먼저 산청 수선사로 간다.

며칠 사이에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여름 날씨가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가진 채 떠난다. 흐린 날씨 탓에 걱정은 되지만, 산청으로 갈수록 날이 맑아지면서 뭉게구름이 하늘에 둥실 떠오르고 있다.

여름 신록이 보면 볼수록 연초록과 녹색이 어우러져 눈을 맑게 씻어준다. 특히 산고수청(山高水淸), 지리산 산줄기가 높아 그 계곡을 타고 흐르는 경호강의 맑은 물이 흐르는 고속도로 산청휴게소를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빠져나온다. 크게 숨을 뿜는다. 곧 닿을 것이다.

도로 입구에 ‘연꽃 도량 수선사’ 팻말이 오름길 앞에서 우리를 맞아 준다.

제법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수선사는 주차장도 몇 개를 층층이 마련돼 있다.

‘93년부터 30여 년 주지이신 여경 스님이 백두대간의 마지막 봉우리 웅석봉 자락, 기산(616m) 아래 다랑논을 손수 일궈 정면 3칸 극락보전·요사채 등 소박한 모습으로 지은 절이다. 아담한 연못을 꾸미고 연꽃을 심어 나무로 다리를 놓아 구경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새롭게 보는 풍경이다. 또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와서 마음을 쉬게 하는 곳이다. 또 찻집을 운영하여 차 한 잔 마시면서, 조금 더 수선사의 정취를 오랫동안 느끼시라고 배려한 곳이다.’<수선사 요약>

46-1. 여여문은 입을 닫고 있다
 여여문은 입을 닫고 있다

주차하고 화장실에 들렀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아마도 수선사 화장실에서 첫 느낌을 받는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여기에선 여유로움을 느끼고, 편안히 지내시다 가시라는 마음이 담겼으리라 짐작한다. 2시간 여를 달려온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화장실 앞에 왼편에 계단 위로 ‘여여문(如予門)’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아쉽게도 출입을 금지하는 줄을 매어 달아 놓았다. 나무로 만들어 놓아 계단 출입 시에 안전을 위한 조치인 것 같다. 여기와 세상이 다르지 않음이라.

46-2. 시절인연이 되는 연못 입구
시절인연이 되는 연못 입구

입구에 들어서면 하얀 연꽃이 피어 있는 연못을 만난다. 연못 위에는 나무로 만든 약간은 어설퍼 보이는 듯한 다리가 놓여 있고 난간이 있다. 그 사이로 다니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연꽃을 구경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각가지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입구에는‘시절人蓮’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 오게 된 것도 아마 시절 인연(因緣)의 탓이리라 생각한다. 사람과 연꽃의 그 인연, 참 오늘이 그런 날이 된다. 귀중한 인연이 되어서 떠나리라.

오른편으로 건물 3층에 ‘커피와 꽃자리’ 카페가 높다랗게 앉아 있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 뒤로 녹색 산이 있고 언덕 위에는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하늘에는 흰 구름이 몇 장 떠 있다.

46-3. 조형물 같은 연꽃 연못
조형물 같은 연꽃 연못

연못 안쪽에 있는 나무다리를 거닐면서 연꽃과 눈맞춤을 한다. 내 마음도 하얗게 맑아지는 것을 느낀다. 물 위에 반영되는 나무다리와 연꽃, 그리고 연잎, 그중 한 잎이 떨어져서 물에 떠서 바람에 실려 오간다. 나만이 오롯이 연못을 거니는 것 같이 한곳에 몰입하는 나 혼자의 시간을 즐긴다.

언덕에 통나무를 잘라 만든 물레방아는 끊임없이 세월을 돌리고 있다. 사진 찍는 사람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 포인트이다. 상단과 층계에는 향나무가 치마를 두른 듯이 괴어있는 바윗돌을 덮어 매끄러운 천을 둘러쳐져 있어 울퉁불퉁한 돌을 감싸고 있어 한결 더 자연스럽다.

46-4. 연꽃이 고즈녁하다
 연꽃이 고즈넉하다

풍경, 부분을 찍고 또 전체를 찍는다. 어떨 때는 렌즈가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안타깝다. 최대한 뒤로 물러서서 카메라에 담는다.

수선사 앞뜰에 올라선다. 극락보전이 산을 배경 삼아 앉은 앞으로 황매산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하늘 위에는 뭉게구름 둥실 떠 있다. 너른 마당에 사람들이 즐기는 사이로 삼 층 탑과 마애불이 서 있다. 그 앞에 작은 연못이 조성되어 있다. 안쪽에 붉은 꽃을 피운 백일홍 한 그루가 도도히 서 있고, 소나무 세 그루를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다. 둘레로 크고 작은 돌로 만든 연못이 작은 계곡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느낌을 준다.

마당 곳곳에 볼거리가 준비되어 있어 눈을 뗄 시간이 없다. 특히 극락보전 단청이 화려하다. 소원의 황금석, 설선당, 돌 위에 앉은 돌부처, 아래로 흐르는 물, 쪽박, 장작더미 위에 얹힌 밀짚모자, 산나리꽃, 잘 다듬어진 소나무, 돌쩌귀에 핀 물풀, 무인정(無人亭), 기와 불사하는 사람들의 소원 벽, 등이 풍경 소리에 맞추어서 제 할 몫을 하고 있다. 양쪽 언덕 위에는 소나무 숲과 수국꽃과 어우러진 꽃밭이 에워싸고 있다. 손을 모아 삼배를 올린다.

46-5. 통나무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있다
 통나무 물레방아는 돌아가고 있다
46-7. 극라보전 앞 마당에 갖가지 조형물
극락보전 앞 마당에 갖가지 조형물
46-8. 극락보전의 단청이 아름답다
극락보전의 단청이 아름답다

돌아 나와서 함양 시내에서 어탕 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대성산 관음성지 정취암으로 간다. 가는 길이 산 고개를 넘어가는 길이라 꼬불꼬불하다.

인생길도 역시 꼬불꼬불한 것 같지 않나? 그렇지! 그런 길이지.

고갯길에서 다시 정취암으로 들어가는 길이 절벽 위에 길이다. 멀리 산청 신동면 들판 뒤편으로 겹겹이 산이 보인다.

차에서 내리니 먼저 반겨 주는 것이 산나리꽃이다. 절벽 바위 사이에서 피어난 꽃 모양이 김연아 선수의 피겨 스케이팅할 때, 오른발 뒤들기 할 때 우아하게 휘어진 모양을 닮아 있어 더욱더 아름답게 보인다.

46-11. 정취암 담장에 핀 산나리의 요염한 모습
 정취암 담장에 핀 산나리의 요염한 모습

‘정취암은 산청군 양전리 927-2번지에 기암절벽 사이에 있는 해인사 말사이다. 문화재로는 경남 지방 문화재 자료 제243호 산신탱화와 제314호 관음보살 좌상이다. 또 경남 전통사찰 제83호로 지정되었다. 삼국통일 후 686년(신라 신문왕 6년) 창건한 고찰이다. 의상대사가 세웠다고 한다. 정취보살은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는 관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이다. 1993년 중수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정취암 소개 요약>

46-9. 정취암 팽나무와 전경
정취암 팽나무와 전경

사적비에는 많은 스님이 와서 공부하고 절을 중수하였다는 것이 설명이 빽빽할 정도로 많아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이다. 하긴 신라 시대부터 창건된 절이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님이 거쳐 갔을까?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암자에 들어서면서부터 절벽에 지어진 각 법당과 요사채 등이 신기할 정도이다. 작은 곳을 계단 위에 탑을 쌓듯 한 채씩 지어져 있다.

입구에 팽나무 한 그루가 안내하듯 절집 앞을 지키고 있다. 뒤쪽으로 바윗돌로 된 축대를 쌓아서 원통보전을 짓고 몇 채를 지어 놓았다.

한 발 한 발 오르면서 그 정성을 다시 새겨 본다. 그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평지에도 집 한 채를 지으려면 수많은 노고가 더해져야만 한다. 이 산 중턱 절벽에 지으려면 그 정성과 열정이 없다면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46-10. 정취암 너머로 벌판이 보인다. (1)
정취암 너머로 벌판이 보인다.

기왓장과 베 조각에 새겨진 고운 말들을 하나씩 가슴에 담아 본다. 그 시간만은 경건해지고 감상에 젖어 손을 저절로 모은다.

산 중에 피는 꽃이라 꽃 색깔도 선명하고 더 고귀해 보인다. 하나씩 카메라에 담아본다. 본래의 색깔을 담는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과 차이가 난다. 우리 눈이 얼마나 보는 것이 명확한가를 새삼 느껴본다.

46-12. 멀리에서 바라본 정취암 전경
멀리에서 바라본 정취암

절벽을 오르듯이 계단을 올라 절집 앞에 서서 앞을 내다본다. 서는 자리에 따라 바라보는 곳은 비슷하지만, 내 마음은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처음 절을 지을 때는 더욱더 선명하고 아름다움이 더했을 것이리라. 그러니 여기 이곳에 터를 잡고 선에 들었을까? 뿌연 안개인지 미세먼지인지 낀 것이 우리 인류의 앞날 같은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부디 말끔히 걷히는 새날처럼 맑은 날이 있을 것이란 희망만 가질 뿐이다.

절 뒤편에서 절을 한눈에 넣어서 멀리 바라보면서 거북바위(靈龜巖)에 한 글자씩 새긴 소원들이 다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채 뒤돌아 나온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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