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44) 광양 라벤더 치유정원과 남해 섬이정원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7.12 08:53 | 최종 수정 2022.07.15 11:58 의견 0

아침 9시에 느긋이 떠나는 길이다. 여름이 무르익어 가는 시간이라 날씨도 더워서 밖으로 나서는 것 자체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부지런하기도 해야 하지만, 또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시간이 있어야 하고, 다리가 떨리지 않아야 하며,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 여행의 덕목이라고 말한다.

이번 길은 전남 광양시 광양읍 사곡리 625. 우리가 찾아가는 곳이다. 부산을 벗어난다. 경남 땅을 따라 남해고속도로를 달려 섬진강 다리를 건너간다. 그러면 제일 먼저 만나는 곳이 광양 땅이다. 섬진강 강물이 갈라놓아 지역 특성이 확연히 달라지는 곳이기도 하다. 산과 강이 지역을 나누고, 생활의 터전을 바꾸어놓는다. 오고 가는 것도 뜸해지면서 저절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지역 고유의 생활 습관을 습득하면서 다른 곳과 이질감을 가지게 된다. 한때는 정치인의 술수에 서로가 이질감을 가지며 살아왔지만, 새롭게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다. 이제는 그 괴리를 느끼지 않는다.

11시 30분경 도착하니, 부지런한 사람들은 벌써 구경하고 길을 나서고 있다. 차에서 내리니 라벤더 향이 들판 가득 번져 있다, 우리에게 확 덤벼든다. ‘점동마을’이라는 돌로 된 표지석이 우리를 먼저 반겨 준다.

렌즈44-3. 포토 죤이 잘 꾸며져 있다
잘 꾸며진 포토존

‘지중해가 원산지인 라벤더는 보랏빛 꽃을 피우는 진정작용이 탁월하다고 알려진 허브 식물로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식물에 속한다. 광양시 본정마을 일대에 있는 사라실 라벤더 농장은 2017년까지는 라벤더 시험 재배 단지였지만, 2018년 6월부터 제1회 광양 라벤더 축제를 개최할 만큼 대표적 라벤더 재배지로 자리 잡았다. ‘라벤더 치유정원’이라 이름 붙인 사라실 라벤더 농장은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신비스러운 보랏빛과 바람을 타고 코끝을 유혹하는 진한 라벤더 향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을 반겨주는 말 그대로 ‘치유’의 공간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자연 속에 그대로 오픈된 농장은 라벤더를 기본으로, 다양한 꽃들이 심어진 정원과 라벤더 꽃밭 사이를 날아다니는 꿀벌과 나비들을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또한 신비스러운 보랏빛 라벤더 꽃밭은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사진을 찍어도‘인생 사진’이 나올 만큼 그 빛깔이 아름답다. 윙윙거리는 꿀벌의 소리에 자칫 겁먹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공격성이 없어 자유롭게 꽃밭을 누비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직은 조성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탓에 라벤더의 키가 작은 편이라 소박하지만, 이국적인 라벤더의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큰 부족함이 없다.’ <사라실 라벤더 치유공원 사이트에서>

렌즈44-1. 라벤더 윤&필 음식점
라벤더 윤&필 음식점

황토색 벽으로 세워진 ‘라벤더 윤&필’ 간판이 눈길을 끈다. 식사가 가능한 곳이다. 우리는 주위의 꽃에 반해 눈을 마주친다. 가꾸는 사람의 정성이 느껴진다. 정원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꽃들이 화분이나 화단에 식재되어 있다. 하나하나 꽃에 쏟은 주인의 정성을 새겨본다. 사진을 찍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어서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오솔길로 난 길을 걸으면서 가꾸는 이의 정성을 생각하면서 천천히 감상한다. 꽃 이름도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이다. 코스모스가 한 송이 피어있다. 눈을 마주친다.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렌즈44-7. 꽃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꽃들이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렌즈44-6. 오스테오펄멈 꽃색깔도 여러가지이다
오스테오펄멈 꽃색깔도 여러가지이다

두드림 마을 콘서트도 지난주에 치렀는가 보다. 아직 간판이 그대로 보인다. 의자며 탁자들도 라벤더색으로 칠해져 있어 그 어울림이 이채롭다.

드디어 도랑 가에 라벤더밭이 펼쳐진다. 여인들의 여심이 라벤더 꽃밭에서 넘실거린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나누는 웃음이 라벤더 향에 실려서 골짜기를 메운다.

렌즈44-4. 라벤더 향이 밭에 가득하다
 라벤더 향이 밭에 가득하다
렌즈44-5. 라번더 꽃잎이 하늘을 닮았다
 라벤더 꽃잎이 하늘을 닮았다

라벤더 향에 취해서 눈맞춤을 한다. 한 바퀴를 휘돌아가면서 마침 하늘에 두둥실 뜬 흰 구름과 어울린다. 산에 짙은 녹색과 아직 연초록이 남은 것들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자꾸 찍어도 또 찍고 찍는다. 라벤더 고랑에 들어가니 벌들도 우리를 환영이나 하는 듯이 날고 있다. 흰나비들도 자기들만의 유희를 위해 춤을 추며 우리 주변을 날아다닌다.

라벤더 향이 배어있는 그대로 우리는 다음 여행지 남해 섬이정원으로 간다.

렌즈44-8. 섬이 정원 이란 팻말이 소담스럽다
 섬이정원 이란 팻말이 소담스럽다

가는 길에 옥곡에서 교직에 계시던 선생님 안내에 따라 구다리식당에 갔다. 예약하지 않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단다. 하는 수없이 앞에 도장골 가든에서 메기탕으로 거뜬하게 먹는다.

섬이정원은 진교 요금소를 거쳐 남해대교를 지나 내비게이션을 통해 간다. 마지막은 공사 중이라 오르막길이다.

경남 남해군 남면 남면로 1534-110. 주인은 차명호(56) 씨로 제주도를 돌아보고 자리를 잡지 못하다 우연히 이곳에 끌려 10년간 손수 가꾼 정원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곳이다. 무인 매표소에 카페도 무인이다.

렌즈44-10. 하늘연못정원에 서면 반영과 함께 바다가 보인다
하늘연못정원에 서면 반영과 함께 바다가 보인다

섬이 정원은 남해에 한려해상공원의 아름다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다랑논의 오래된 돌담과 연못, 생나무 울타리에 다양한 초본과 억새들로 연출한 정형적이고 자연스러운 유럽식 정원이다. 다랑논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9개의 작은 정원들이 방의 개념으로 분할돼 방마다 개성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우선 돌다리 앞에 자라는 꽃에 눈길이 먼저 간다. 전체를 아우르는 소개 그림이 먼저 우리를 안내한다. 돌로 된 다리를 건너면서 꽃들이 우르르 군상을 이루어서 환영한다. 색깔도 노랑에서 흰색, 붉은색, 보라, 색상은 모두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다.

우선 수국이 피어 있고, 붓꽃, 패랭이꽃 등등 꽃 이름을 다 부르려면 하루가 모자랄 것 같다. 같은 꽃 모양이라도 색상이 다르고 물가에 있느냐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색감도 모양도 다르다. 하나하나에 눈맞춤을 하면서 꽃길을 걸어간다. 이곳을 보다 보면 저곳에 가보고 싶고, 또 다른 곳으로 돌고 돌면서 눈맞춤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렌즈44-9. 꽃이름은 몰라도 아름답다
꽃이름은 몰라도 아름답다

다랑논 두둑은 돌담으로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정감을 느끼게 한다. 걸어가다 보면 작은 의자가 있어 쉬어갈 수 있다. 거기에서 주위를 돌아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배려해 두었다. 그리고 남해를 조망할 때면 그냥 턱을 고이게 한다. 무엇인가 영감이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보통 정원에는 특색있는 꽃 종류가 있는데, 반해 이곳은 갖가지 꽃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고향에 우리 논도 다랑논이 있는데 거기에다 이처럼 꽃밭을 조성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 꿈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만큼 크지 않지만, 해 볼만한 곳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물 공급을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서 한낮의 꿈이 되었다.

렌즈44-11. 붓꽃이 오후 햇살을 받고 있다
 붓꽃이 오후 햇살을 받고 있다

정원 이름도 아름답게 잘 지어져 있다. 계류정원, 하늘 연못 정원, 봄 정원, 모네정원, 숨바꼭질 정원, 메도우(풀밭) 가든, 숲속정원, 물고기 정원, 덤벙 정원, 선큰 가든, 하늘마루 등등 그 짜임새가 이름에 버금가게 잘 짜여 있다.

선큰 가든으로 하여 덤벙정원을 지나면서 많은 꽃을 만났다. 돌담정원을 지나면서 바다가 조망한다. 꽃의 마음으로 환하게 마음이 열린다. 숨바꼭질 정원을 지나 숲속정원을 돌아 마지막 하늘정원 연못에 다다랐다.

물 위에서 비지는 연출되는 전경은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면서 돌아가면서 서서 사진을 찍어본다.

꽃 속에 묻혀서 돌아보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으로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 많은 순간을 잘 가꾸어 온 주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나누고 싶다. 마침 돌다리를 돌아 나오는데 주인님이 맑은 웃음이 더욱 환해서 꽃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웃음을 띤 채 우리를 바라본다. 묵례로 답을 한다. 무엇인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웃음에서 모든 것을 알아들은 것 같다. 그 웃음이 내 가슴 깊숙이 와서 자리 잡는다. 행복한 시간이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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