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7) 반곡지 능수버들 반영(反影)
박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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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5 11:20 | 최종 수정 2022.08.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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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꽉 막혀 있다. 숨통을 트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마침 경산에 사는 친구의 전화가 왔다. 자전거 타는 재미로 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마침 가고 싶은 곳 반곡지를 친구에게 아느냐고 물었다. 대답이 경산 사람이 모르면 안 된다고 하면서 주저리주저리 사설을 읊는다. 하기야 부산 사는 나도 아는데 경산에 사는 그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 내가 갈 테니 함께 가보자. 일사천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도 아마 대단히 답답했던 모양이었다. 그래 간다. 기차를 타고 출발하면서 전화했다. 도착 시각에 맞추어 경산역사 앞에 와 주었다. 차를 타고 반곡지로 향했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반곡리. 반곡지가 있는 곳이다. 아마도 이곳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왕버들 반영(反影)의 그림이 아름다운 곳이다. 나 역시 보아온 사진 중에서 한 번 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사진의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5월의 반곡지는 물풀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물풀에 왕버들 반영이 말끔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쩌랴! 카메라에 담는다.
반곡지를 한 바퀴 돌면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로 그동안 답답함을 나눈다. 아내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찜질방에 다녀와서 14일 동안 자가 격리를 겪었다고 한다. 참 할 짓이 아니더라고 하면서 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야지 하면서 그 시간의 지긋지긋함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에 담으면서 반곡지가 ‘문화체육관광부 2011년 3월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2013년 10월 안전행정부 ‘우리 마을 향토지원 Best 30선’에 선정되기도 한 곳이었다.
또한 2012년 6월 MBC 사극 「아랑사또전」, 2012년 7월 KBS 사극 「대왕의 꿈」, 2014년 7월 「허삼관매혈기(하정우,하지원 주연)」 등 드라마·영화를 찍은 명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 ‘홍천기’도 촬영을 한 곳이라고 합니다. 특히 키스신이 많아서 더욱 사람들의 눈에 띄게 하는 곳이랍니다.
자그마한 소류지이지만 오래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연못에 뿌리를 뻗고 자라온 성장의 시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왕버들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서 풀피리를 꺾어 놀이로도 할 수 있는 친근한 나무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욱더 좋아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면서도 생명력은 그 끈질김이 서민을 닮았다고나 할 수 있겠다. 그 휘어진 가지 품새며 품고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를 내어주는 것 역시 그만큼 모두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너른 아량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위에 몇 되는 음식점들도 거의 문을 닫고 한 곳이 문을 열어 두었는데도 손님이 보이지를 않았다. 마을 역시 조용할 뿐 다만 개 짖는 소리는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낯선 사람으로 비친 모양이다.
여기는 계절에 따라 그 뽐내는 풍경이 다르겠다는 것을 느낀다. 봄에는 복숭아꽃이 어울리고 여름에는 풍성한 잎이 또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가을에는 필수적인 단풍들 무렵이면 그 절정을 이루겠다 싶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더할 나위 없이 그 풍경은 최고가 될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친구와 대화도 조금 멀어지고 있을 때 ‘후투티’ 새가 카메라에 잡힌다. 처음 보는 새인데 아마도 왕버들 둥치의 구멍에 둥지를 틀고 있어 들어가려니 낯선 사람들 때문에 서성이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있었다면 나무에 올라가서 새집을 건드리겠지만, 요즘 농촌 마을에 조용한 가운데 아이들은 보기란 힘이 든다. 부모님과 함께 구경삼아 올지는 모르지만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은 볼 수도 없다.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친구와 한 바퀴 돌고 나서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점심을 먹으며 소주 한 잔을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에 계절이 바뀌면 다시 한 번 같이 와서 또 다른 반곡지를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을 하며 경산역에 와서 부산 가는 기차를 탔다.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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