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9) 가을! 함안악양둑방길 꽃향기에 반하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1.10.19 14:53 | 최종 수정 2021.11.02 11:25 의견 0
렌즈9-1둑방길에 황토길로 만드어져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피어있다
함안악양둑방길에 황토길로 만드어져 코스모스가 양옆으로 피어있다

부산을 떠나 남해고속도로 산인을 지나 함안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오른편으로 둑방길(경남 함안군 법수면 주물리 804-32)이 길게 이어져 있다. 언젠가는 한번 걸어보아야겠다고 지나갈 때마다 생각했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꽃길이 조성되었다고 했다. 남강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전국 최장 길이의 둑방과 주변 수변 및 습지와 연계하여 자연 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였으며, 어린이 놀이시설, 야외공연장, 방문자센터 등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단다. 또한, 다양한 야생화 식재로 볼거리를 제공하여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는 탐방객을 맞는다고 한다.

입구 쪽 주차장은 자리가 없어 둔치에 마련한 주차장에 주차한다. 근처에 함안 특산품들을 천막을 치고 탁자 위에 내놓고, 지역 홍보도 함께 하면서 팔고 있고, 주차 요원도 질서를 위해 근무하고 있었다.

렌즈9-4일곱 빛깔 무지개 연필과 악양둑방길 표지
일곱 빛깔 무지개 연필과 악양둑방길 표지

둑방길과 꽃밭 사이로 난 길로 관광객들이 차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고 있었다. 둑방길에 올라보니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서 둑 양쪽으로 끝없이 피어서 이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과 꽃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릴 때는 마냥 반할 것만 같다. 사람들도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로 꽃을 더욱더 이쁘게 찍기 위해 요리조리 구도를 잡는다. 서로 찍어주면서 이렇게 저렇게 표정을 이야기해 주기도 한다. 아마도 연인들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청춘 남녀들이 꽃에 반하는 동안 마음이 열리기 때문일 것이다.

둑 아래로 색깔이 예쁜 집들이 있고, 벌판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과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마침 하늘의 구름도 그 모양이 다채롭다. 자연의 조화처럼 잘 어울리고 있었다. 가까이 혹은 멀리 그리고 구름과 들판 구도를 잡으며 찍는다. 풍차와 경비행기, 바람개비, 댑싸리 등등 꽃이 핀 오솔길을 걸어가면 누구나 아름다운 소년 소녀로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렌즈9-8황화 코스모스와 메밀꽃 사이로 난 오솔길 너머 악양루가 보인다
황화 코스모스와 메밀꽃 사이로 난 오솔길 너머 악양루가 보인다
렌즈9-6코스모스와 꽃밭 너머로 남강물이 흐르고 있다
코스모스와 꽃밭 너머로 남강물이 흐르고 있다

남강이 휘돌아가는 둔치라 건너편에는 악양루(문화재자료 제190호)가 건너다 보여서 우리와 마주하고 있었다. 재작년 함안 역사 기행에서 악양루에 올라 남강과 둑방길을 바라보던 감회가 새삼 다시 떠오른다. 악양루에서 나오면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로 시작하는 <처녀 뱃사공> 노래비가 있다.

‘국민가요 <처녀 뱃사공>은 유랑악단 단장인 윤부길(가수 윤항기, 윤복희의 父) 씨가 악양나루에서 두 처녀가 노를 저어 길손이 강을 건너게 해주는 모습을 보고, 그 애처로운 모습과 악양나루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한복남 씨에게 작곡을 의뢰하여 탄생한 곡이다.’(함안군청 홈페이지 인용)

이로 인해 함안처녀뱃사공전국가요제도 열리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올해는 행사를 취소하였다고 한다.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이곳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제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꽃과 더불어 움츠렸던 마음을 한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렌즈9-5집 앞논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렌즈9-5집 앞논에는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꽃길을 걸으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꽃향기에 마음은 구름처럼 두둥실 떠올라 모든 시름을 달랠 기회가 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연인들과 혹은 가족과 아이들과 꽃밭이 펼쳐진 악양둑방길과 둔치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웃음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둑방길을 걸어가면서 둑방 양옆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담는다. 꽃들이 주는 향기에 우리는 취하듯 멀리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다시 뒤돌아나올 때는 둑 아래로 내려와서 꽃밭 속 오솔길을 걸으면서 꽃멀미를 한다.

렌즈9-2모형 경비행기가 꽃밭에 앉았다

남강 물가로 자라는 버드나무들도 휘휘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초가을을 느끼며 이곳 끝에서 저 끝까지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는 생각을 하면서 가만히 미소를 짓는다.

푸름이 조금씩 가을로 가는 길목에 코스모스와 꽃이 피어있는 함안악양둑방길을 걸어보는 호사를 누려본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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