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역에서 6시에 출발한다. 경부고속도로를 가다 영천 상주 고속도로 거쳐 중앙고속도로로 달린다. 달리는 동안 안개가 끼었다 맑기를 번갈아 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때쯤 앞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방이 산으로 둘러쳐져 있다. 우리나라 중부 지방에 들어섰다는 것을 예고한다. 하늘에 흰 구름 몇 무더기가 구색을 갖추어서 떠 있다. 아직은 가을 산색은 짙은 색으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봄처럼 환하지도 않다. 여름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경북 영주와 충북 영동을 잇는 죽령터널을 지나는데 4.6km, 가장 길다는 명성이 느껴진다. 단양 요금소를 빠져나온다. 산을 감싼 안개가 봉우리들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동양화 화폭처럼 마음을 부드럽게 맞아준다.
특유의 산세가 다가온다. 남쪽에서 볼 수 없는 장년기 산은 잠겨있다가 환하게 열리면서 준엄한 모습으로 얼굴을 내민다. 남한강 줄기가 산과 산을 가로질러 푸르게 낯을 내민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 호수를 만났다가 돌고, 돌다 호수를 만나고 하는 동안 마음마저 흔든다. 장회나루터에 닿는다. 나루가 충주에서는 충주호로, 제천에서는 청풍호라고 불리는 호수 위에 섬처럼 떠 있다. 소나무 사이로 화강암 바위산이 우뚝 솟아 우리를 위압하듯 내려다본다. 아마 저 산이 우리가 가려는 구담봉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건너다보이는 산의 모습이 등지봉, 말목산, 강선대 등 산의 모습이 더 장쾌하다. 뒤를 돌아보면 제비봉이 마주하고 있다. 제비봉도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장회나루에는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두향(杜香)의 사랑 이야기 공간을 마련하여 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 저 말이 어쩌면 화두로 다가선다. 이황은 어떤 뜻으로 말했으며, 두향은 또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사랑 이야기에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강선대는 두향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그 바라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유람선을 타려니 코로나로 인해 운행 시간이 자주 있지 않아서 아직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예정에 없었기에 아쉽지만, 그냥 지나가기로 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구담봉과 옥순봉 가는 입구를 찾아간다. 구담봉 1.6km, 옥순봉 1.9km이다. 구담봉과 옥순봉 삼거리까지는 1km는 느슨한 오르막길이라 오르기가 험하지는 않다. 그러나 구담봉과 옥순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는 좌우로 갈라진다. 우선 구담봉을 향해 오른편으로 내려간다. 저 멀리 월악산 봉우리가 그림처럼 보인다. 그런데 계단은 거의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다. 그런데 같이 간 한 사람이 컨디션 난조로 포기를 한다. 대신 구담봉에 갔다 올 동안 옥순봉을 천천히 혼자 갔다 오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하였다. 산행은 무리하면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이 오름길과 맞닥뜨린 것처럼 가깝다. 내리막길에서 바로 또 오름이 같은 각도로 오른다. 땀이 이마에서 등으로 타고 내린다. 비 오듯 한다. 바위를 잡고 나무를 잡고 내리막오르막이 힘이 든다. 이럴 때 가로지르는 구름다리를 놓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러면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와서 구경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가끔 호수가 갖가지 모습으로 다가서고 저 멀리 남근바위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어 조금 위안으로 삼는다.
또 호수 건너편에 휘도는 안개를 바라보면서 힘을 낸다. 둘이서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한발씩 디디며 내려간다. 까막득히 내려갔는데 바로 오르막이다. 철계단으로 된 길과 바위를 타고 넘는 길에 힘이 빠진다. 소나무들도 척박한 토질에서 자라느라 분재처럼 자라고 있다. 구담봉에 이르러 내려다보는 호수는 그냥 마음을 흠씬 끌어들인다. 위에서는 경치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다 다시 돌아오니 힘이 빠져 늘어진다. 둘이서 한숨을 돌리며 다리쉼을 하면서 가지고 간 과일로 보충한다.
다시 옥순봉에 가려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중간쯤에서 옥순봉에 갔다 돌아오는 동료를 만나 갔다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 후 내려간다. 나는 아직 걸을 만하다. 그러나 오르막이라고 멀어 보인다. 힘에 부친다는 징조다. 또 힘을 내어 새로움에 대한 기대로 힘 드는 줄 모르고 오른다. 바라보는 각도가 다름으로 또 다른 풍경이 우리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구담봉 가는 길에 비하면 순탄한 편이다.
옥순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데, 마침 유람선이 지나가고 청풍대교와 연결되는 출렁다리는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 호수는 산 끝자락에 묻히면서 아슬하게 사라진다.
힘을 너무 쏟아서 이제는 더는 걸을 힘도 없다. 하지만 단양 잔도는 걷자고 2km를 걷는다. 다행히 평지길이라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는다.
절벽에 잔도를 설치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들이고 있다. 절벽 곳곳에 피어나는 꽃들이 예쁘다. 그중에 풍접초(족두리풀)가 예쁘게 늦은 오후에 힘이 빠진 여행객에게 위로의 미소를 보내준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의 병풍 모양의 수직절리를 한 넉넉한 모습을 머리에 담는다. 부산을 향해 4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다시 와 보고 싶다는 미련 때문일까? 자꾸 뒤돌아본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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