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8) - 옥정호,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의 아침을 맞다

박홍재 승인 2021.10.12 10:23 | 최종 수정 2022.07.24 13:21 의견 0
국수봉 전망대에서 보는 날 밝은 붕어섬
국수봉 전망대에서 보는 날 밝은 붕어섬

어디를 향해 가는 마음은 항상 설렘으로 가득하다. 전북 임실군에 있는 옥정호 아침 물안개를 맞으러 자정에 떠난다. 깜깜한 밤을 달려간다. 오늘과 내일이 교차하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멈추지 않는다. 산 아래로 마을이 있고 불이 하나둘 보인다. 앞에는 도로선이 우리를 인도해 주듯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그 길만 보고 앞만 보고 달린다. 남원을 지나갈 때쯤 2시30분경이다. 정적이 감돈다. 역시 밤에는 내일을 위해 휴식이 필요한 시간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밤을 낮 삼아 달리고 있을까?

'옥정호는 섬진강 상류수계에 있는 인공 호수다. 섬진강 다목적댐의 건설로 인하여 수위가 높아지자 가옥과 경지가 수몰되고 옥정호 안에는 붕어 모양의 육지섬이 만들어졌다. 조선 중기에 한 스님이 이곳을 지나다가 ‘머지않아 맑은 호수 즉 옥정(玉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여 옥정리라고 하였다고 하며, 여기에서 유래하여 운암호 또는 섬진호로 부르던 것을 옥정호(玉井湖)로 고쳐 부르게 됐단다. 옥정호는 물이 가득한 호수였다. 외앗날은 1965년 섬진강 다목적댐이 건설돼 옥정호(운암저수지, 갈담 저수지)가 만들어지며 섬이 돼버린 산 능선이다. 주민들은 <산 바깥 능선의 날등>이란 뜻으로 외앗날이라 부르지만, 등산객 사진가들이 금붕어를 닮았다며 붕어섬으로 부르기 시작해 함께 쓰인다.’(붕어를 닮은 청정호수 외앗날 전망대 표지판 인용)

주차장에서 자동차에 대기하고 있는데, 두런두런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챙겨서 국사봉을 오르고 있다. 우리는 해 뜨는 시간에 맞추어 오르기로 하며 대기하는데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다. 5시가 조금 지나자 우리도 주섬주섬 사진기를 챙겨 들고 국사봉을 향해 오른다. 어둠이 아직도 채 가시기 전이라 길을 밝히며 오른다.

국수봉 오르는 전당대에서 본 어둠 속의 붕어섬
국수봉 오르는 전당대에서 본 어둠 속의 붕어섬

 

국수봉에서 바라보는 저 산너머로 먼동이 튼다
국수봉에서 바라보는 저 산너머로 먼동이 튼다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다. 어둠 저편으로 골짜기에는 물안개가 하얗게 띠를 두르듯 선명하게 보인다. 카메라를 맞춘다, 역시 어둡다. 어둡지만 놓칠세라 셔터를 누른다.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한도의 카메라가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한다.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얼마나 더 아름다운가는 카메라 렌즈로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다. 아마도 기계문명은 또 어떻게 발전하여 사람의 눈과 대등하게 만들어 놓을지도 궁금해진다.

붕어섬이 오늘 아침에도 많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얌전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다. 물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동안 동쪽으로 해가 떠오른다. 구름 속에서 준비하느라 연해 나타나지 않는 동안, 그 오묘한 빛깔들이 우리들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여 순간을 포착해 낸다. 전당대마다 늘어선 사진 애호가들의 눈빛이 반짝거린다. 보는 이마다 포착해내는 각도와 풍경이 모두 다르다. 같은 각도로 찍었다 할지라도 자신만의 색깔이 입혀져 있어서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나도 열심히 찍으며 배워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풍경을 잡아내게 힘써야 할 것 같다. 전당대를 내려와서 옥정호 물안개 길을 찍으러 옮겨 간다. 옥정호 마실길을 따라 오르니 거기에도 한 무더기 사진 애호가들이 있었다.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서로의 덕담을 주고받는다.

옥정호 마실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물돌이길
옥정호 마실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물돌이길

물안개 길을 내려다보는 동안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마을을 끼고 도는 오솔길과 그사이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뿜어내는 색깔은 가히 누가 저렇게 그릴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논두렁이 다듬듯이 곡선을 그리며 혹은 직선으로 갈라놓은 묘미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셔터를 눌러도 또다시 누르고 자리를 조금 비켜 앉고 서고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나의 창가에 떼어다 놓고 싶은 마음이다. 거기다 휘돌아가는 강물에 비치는 아침 햇살에 반영도 정말 아름답다. 사람이 몇 사람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억새로 이은 덕치리 초가집 앞에 상치 따는 아주머니들
억새로 이은 덕치리 초가집 앞에 상치 따는 아주머니들

다시 발길을 돌려 남원시 주천면 회덕마을 뜸마을 덕치리 초가집을 찾아간다. 작은 산 아랫마을 한쪽에 자리 잡은 150년 된 집이 아늑하게 자리하고 있다. 주인아주머니가 초가집을 닮아 인자하시다. 사진 애호가들이 들락거려도 자리를 내어주면서 웃는 얼굴로 맞이해 준다. 역시 오래된 집도 주인을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가 싶다.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 말리는 모습이 어릴 때 내 고향을 떠올리게 한다.

덕치리 앞 냇가에 서 있는 팽나무
덕치리 앞 냇가에 서 있는 팽나무

초가집 앞 정자나무 옆에 추어탕집에서 남원의 명물인 추어탕 한 그릇을 맛있게 먹었다.

오늘 사진에 찍힌 풍경과 같이 깔끔한 맛이 정자나무 바람 소리에 묻히고 있었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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