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13) 회룡포! 휘돌아가는 물굽이 속내를 보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1.11.15 21:26 | 최종 수정 2021.11.19 19:11 의견 0

달리는 차장 너머로 산에는 조금씩 물드는 가을 색깔이 입혀지고 있다. 들판에는 누렇게 벼들이 고개를 숙이며 익어간다. 그 벌판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영남의 내륙을 적시며 흐르는 낙동강 굽이를 만나며 달리고 달려 경북 북부 지방 예천 땅으로 간다.

왼편에 황목근 나무와 오른편 푸른 아들목 황목수 나무
왼편에 황목근 나무와 오른편 푸른 아들목 황목수 나무

예천에 황목근 나무(천연기념물 제400호)를 보러 간다. 예천군 용궁면 금남리 금원 마을 금원 평야 논 한 가운데 우뚝 솟은 나무가 있다. 금원 마을에는 황목근과 관련된 기록이 1903년부터 전해오는데, 1903년의 금안계안회의록과 1925년의 저축구조계(貯蓄救助稧) 임원록 등이 전한다. 나이는 500년을 추정되며 동네 단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목으로 5월에 누런 꽃을 피운다고 황씨 성을, 근본 있는 나무라는 뜻의 목근, 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동네에서 조금씩 성미(誠米)로 모은 재산을 물려받아 토지를 보유하여, 세금도 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아들 나무 황만수 나무도 푸르게 잘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32km 떨어진 곳에도 재산세를 내는 석송령이 있는 것을 보면, 예천 사람들의 이웃을 생각하고 서로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벼들이 누렇게 익어가는 한가운데 자리한 나무는 세월을 이겨온 힘겨움이 보이지만, 아직은 그 기세가 등등하다. 곁에는 20여 년 된 아들 나무 황목수 나무가 푸르게 대를 이으려고 잘 자라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오래도록 마을을 위해 견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렌즈13-3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회룡포 모습
회룡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회룡포

이제 발길을 돌려 회룡포를 조망하기 위해 회룡대를 향해 달린다. 장안사 주차장에 내려 오르막을 오른다. 오른편에 장안사가 오롯이 앉아 있다. 경내를 돌아서 회룡대를 향해 얕은 오르막을 오른다. 길 양옆으로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들이 2~30여 편이 걸려 있다. 누구도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안 보인다. 나만이라도 사진을 찍어 간직하며 한 번씩 읽어보아야겠다. 주옥같은 시들이다. 시를 읽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이다. 어쩌라!

회룡대에서 내려다보는 회룡포 전경은 물길이 휘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도 어떻게 저렇게 휘돌아가는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사람들의 모습이 세월에 감겨 돌아가듯이 물도 이렇게 자기의 길을 휘돌고 휘돌아서 가고 있는구나 싶다.

‘회룡포(回龍浦)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용이 비상하듯 물을 휘감아 돌아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190m 비룡산을 350도 되돌아서 흘러나가는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물이 흘러 낙동강, 내성천, 금천이 합쳐져서 삼강이 만난다. 그 자리에 명칭대로 삼강주막이 자리하고 있다.

렌즈13-2회룡포 전망대로 오르는 길 옆에 시가 전시되어 있다
회룡포 전망대로 오르는 길 옆에 시가 전시되어 있다

백제 시조 온조가 삼한 시대의 원산성(용주성)을 차지했다가, 다음에는 고구려의 문자왕이 점령했다는 이야기, 나중에는 신라의 진흥왕이 점령하는, 4세기 말부터 6세기 말까지 삼국의 격전지였음을 알 수가 있다. 지금은 국가 명승 제16호로 지정되어 있다’<회룡포 안내 표지판 요약>

렌즈13-1회룡대에서 내려다보면 회룡포를 조망할 수 있다
회룡대

회룡포 물굽이가 남긴 모래톱 자리에 누군가 그린 것처럼 자동차 바퀴 자국이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일부러 만든 것 같이 보는 이를 눈을 유혹한다. 흰 물결이 일으키는 포말도 또 돌아가면 평온하게 모래를 적시면서 제 갈 길을 향해 오른편에서 들어와서 왼편으로 흘러서 나간다.

마을에는 10여 명이 인구가 살면서 매점이나 가게를 하고, 농사를 짓고, 생산용 온실이 지어져 있어 전에 보지 못한 풍경이다. 생활의 터전이니 그 또한 그들의 삶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관광객이 와서 좋은 점과 또 아닌 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한 번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붐비는 것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오른편 안쪽은 방수림이 무성하게 지키고 있고 그 안쪽에 마을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오른편 둑 너머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또한 색깔을 잘 맞추어 준다. 왼편에는 뿅뿅다리 모습이 선처럼 그려져 있다. 회룡대에서 눈에 익을 만큼 익힌 다음 뿅뿅다리를 밟아 보려고 뿅뿅다리를 찾아 다시 출발한다.

뿅뿅다리를 건너는 사람들

뿅뿅다리 입구에는 사과, 감, 곶감, 땅콩, 엿 등 각종 지역 특산품이 즐비하게 길가에 주민들이 팔고 있다. 다리를 건너갈 때 철제로 된 다리에서 소리가 뿅뿅 난다 하여 뿅뿅다리라 이름 붙여졌다 한다.

다리를 건너간다. 그런데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다. 마을에 들어가니 꽃들이 자라고 있는 농촌 마을 모습이다.

우리도 휘휘 돌아서 다시 돌아 나온다.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회룡포는 지형의 아름다움을 홍보하여 사람들이 모이고, 그것을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게 한 것이다.

또한 ‘회룡포’라는 대중가요가 TV를 통해 회자하면서, 그 유명세를 더욱 받게 되었다.‘~ 나 이제 그곳으로 돌아가련다. 내 마음 받아 주는 곳. 아! 어머님 품속 같은 그곳, 회룡포로 돌아가련다. ~’강민주 가수가 민요풍을 가미하여 불렀었는데, 경연 프로그램에서 다시 불리면서 인기를 끌게 하였다. 콧노래를 불러본다. ‘~ 아! 어머님 품속 같은 그곳 ~’물 위로 내 노래는 실려 남으로 남으로 흘러 부산으로 흘러갈 것이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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