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15) 땅끝, 달마산에 도솔암과 미황사가 오롯이 앉아 있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1.11.30 08:04 | 최종 수정 2021.12.01 10:24 의견 0

밤을 뚫고 달린다. 밤 11시 땅끝마을을 향해 달려간다. 함안을 지날 때쯤 고속도로에는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보성을 지나가는 동안 안개 가시거리가 더 가까워져 온다. 보성녹차휴게소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다. 깜깜한 밤이다. 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게 곧 쏟아질 것같이 떠 있다.

얼마 만에 보는 별인가? 도시에서 어쩌다 밤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한두 개 별을 보다가 조밀하게 붙어 있는 별을 보니 어릴 때가 생각난다. 저녁을 먹고 모깃불이 이리저리 휩쓸릴 때면 멍석에 드러눕는다. 밤하늘에 길게 은하수가 흐르고 별들이 은하수를 건너려고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은하수에 물장구치는 모습처럼 보였다. 그 꿈을 우리는 가슴에 품은 채 살아가고 있으면서 별을 보면 그 꿈을 하나씩 끄집어내곤 합니다.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땅끝마을에 새벽 3시45분에 도착하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항구는 불빛이 밤을 낮처럼 밝게 밝히고 있었다.

렌즈15-2달마산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출
달마산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출

도솔암으로 향한다. 도착을 하니 6시 반이다. 바깥은 어둡지만,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달마산에서 바라보는 여명이 물빛이 맑아지면서 서서히 붉은색을 띠고 있다. 새벽 아침의 공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신다. 우주가 가슴에 와 닿는다. 상쾌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이한다.

도솔암을 향해 산길을 걸어서 간다. 어둠 사이로 바위산들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바다를 낀 포구와 만이 하나씩 불이 켜지고 있다. 동쪽에는 붉은 해가 솟느라 더욱더 붉게 바다를 물들이고 하늘도 붉다. 카메라에 담는다. 일출은 언제 어디에서 찍어도 새롭고 또 새로울 뿐이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너머 떠오르는 태양이 오늘을 아름답게 지구를 비추어 줄 것이다.

달마산 꼭대기에 있는 도솔암은 천혜의 으뜸가는 자리에 앉아 있다.

달마산 정상 벼랑 위에 도솔암
달마산 정상 벼랑 위에 도솔암

‘달마산 12 암자 중, 복원된 암자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 고승 화엄 조사인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정유재란 때 불탄 것을 복원하는 원을 세웠으나 여의치 않았으나, 월정사에 계시던 월조 스님이 선몽으로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 중창했다고 전해진다. 도솔암이 위치 한 곳은 달마산의 가장 정상부로 석축을 쌓아 올려 평평하게 만든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치 견고한 요새와도 같으며, 주변 풍광이 워낙 수려해 일출과 일몰 및 서남해의 다도해를 감상할 수 있고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달마산의 새로운 선경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풍광이 뛰어나 각종 드라마(추노, 각시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및 CF 촬영지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도솔암에서 50m쯤 아래에는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용담 샘 있는데 용이 승천했다는 설화가 전해 내려온다.’<도솔암 안내 표지 요약>

달마산을 이룬 바위군

도솔암을 바라보는 마음이 벌써 도솔천(미륵보살이 머무는 내원과 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외원으로 구성된 천상의 정토를 가리키는 이상세계. 지족천)에 와 있는 것 같은 마음을 느낀다. 돌로 쌓아 올린 곳에 지어진 암자는 참으로 많은 공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냥 즐기며 바라보지만, 새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헤아려서 그 어려움과 공덕을 짐작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탁 트인 곳이라 사방을 바라보아도 바다와 섬들이 잇대어지면서 무엇인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일출의 장엄함과 달마산의 바위들이 가슴 가득 채우고도 남음이 있다.

바위와 풍경에 빠져 흠뻑 젖어서 마음속 깊이 빨아들여서 산에서 내려온다.

렌즈15-7미황사 전경 (미황사 홈에서)
미황사 전경 (미황사 홈페이지 캡처)

미황사 앞에 선다. 마음이 경건해진다. 솟을대문처럼 솟아 있는 일주문 앞에서 손을 모은다. 이렇게 오늘 마주할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합장한 채 절을 하며 대신한다. 약간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가을이 깊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우리를 활짝 팔을 벌려 맞이해 주고, 낙엽이 길에 깔려 더욱더 정취를 더해 준다.

‘미황사는 미황사에 주석하고 있는 자운 스님과 현공스님, 금강 스님이 1989년에 주인 없이 비어있던 미황사에 오게 되었습니다.

미황사 일주문
미황사 일주문

흔적만 남은 명부전, 삼성각, 만하당, 달마전, 부도암 등을 복원하고, 퇴락한 세심당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20여 년간 중창 불사 원력을 세워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면모가 일신되었습니다. 현재의 전각은 보물 947호인 대웅보전, 보물 1183호인 응진당과 명부전, 삼성각, 만하당, 달마전(승방), 세심당(객실), 향적전(객실), 안심료(후원), 자하루(누각), 하심당(종무소)이 반듯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미황사 전각 이야기에서 참조>

근래에 주시이신 금강 스님이 후임 주지 스님에게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보기 드문 자신을 희생하여 일으킨 사찰을 떠나는 마음도 우리는 헤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것이니! 내 것이니! 하면서 서로 헐뜯고 내 것을 만들려고 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교훈이라 할 것입니다. 달마산의 맑은 정신이 스님의 앞길에 많이 깃들어 있음을 알 것 같다.

미황사 대웅전
미황사 대웅전

금강 스님은 ‘버리고 떠나기’라는 화두를 남긴 채 제주도 원명선원으로 갔다.

‘어제의 생각으로 오늘을 살지 마라, 밖을 향한 시선을 안으로, 치열한 삶 속에서 깨달음이 있다, 생각을 다스리는 화두 수행, 수행을 통해 힘을 주는 공간으로’라고 말씀하시는 스님을 신도들이 지난해 12월 “금강스님은 다 쓰러져가는 미황사를 아름다운 사찰로 일궈냈다. 달마산에 미황사가 있어 산이 아름답듯이 미황사는 금강 스님이 계셔야 아름다운 절”이라는 호소문을 지역신문에 냈다.

렌즈15-6미황사 일주문
미황사 일주문

미황사의 윤장대(輪藏臺)는 사천왕문(四天王門) 가운데 설치된 것이 특이하며 윤장대 내부에 불경을 넣어 돌리며 극락왕생을 기원한다. 윤장대를 한 바퀴 돌리면 경전 한 면을 읽은 것과 똑같은 공덕을 쌓은 것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처럼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미황사를 내려오면서 윤장대(輪藏臺)를 몇 번 돌려본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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