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7) 도깨비바늘 - 이규철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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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21:32 | 최종 수정 2021.12.05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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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바늘
이규철
가는 곳 묻지 않고
꽉 잡은 바짓가랑이
거친 손 두려워도
꿈꾸는 흙의 냄새
단 한 번
스친 인연도
한 알 작은 씨앗이다
백세 시대라고 한다. 몇 년 전부터 여름시인학교를 찾던 대학생들은 모습을 감추고 대신 65세 전후의 연령층이 보인다. 그간 가정과 사회를 향하던 생에서 눈길을 돌려 자기의 생을 향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혼신을 쏟는 치열한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 단순한 취미로 글을 쓴다면 발자국이 남을 뿐이지만 작가정신으로 매진할 땐 하나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이규철 시인은 68세에 등단하여 10년째 시조 창작에 열정을 쏟고 있는 분이다. 밤잠을 줄이며 쓴 시가 마치 자식 같다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이 있다. 도깨비바늘은 산길에 흔한 풀이지만 대개 무심히 지나치곤 한다. 집에 돌아와서야 바짓가랑이에 가시처럼 붙은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종자를 퍼뜨리기 위한 도깨비바늘의 노력은 시인의 눈을 통해 우리 인생살이와 겹쳐진다. 초장은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는 곳 묻지 않고’는 스스로 택하기보다 주어진 길을 가야 했음을 넌지시 말해준다. 중장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그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거친 손’에 의해 씨앗은 결국 싹이 트기도 하고 ‘흙의 냄새’를 맡지 못한 채 말라버릴 수도 있다. 시인의 연륜은 우리 삶의 사소한 인연도 ‘한 알 작은 씨앗’이라고 관조한다. 이렇듯 시인은 수많은 은유로 가득한 세상의 길에서 가시가 달린 작은 씨앗 같은 시를 퍼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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