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0) 햇살론 - 최성아

이광 승인 2021.12.21 20:00 | 최종 수정 2021.12.24 16:38 의견 0

햇살론
                
최성아

 

 

손수레 시린 손에
장갑이 되고 싶다

육교 위 동전 통에
돈다발로 앉고 싶다

오가는 지친 얼굴에
따슨 햇살도 되고 싶다

 

최성아 시인의 <햇살론>을 읽는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위한 대출상품인 햇살론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보이는데 시인의 시선은 그 혜택마저 닿지 않는 곳을 향한다. 파지를 실어 나르는 손수레 끄는 손이 그 흔한 목장갑도 없는 것에 주목하고, 육교 위에서는 걸인의 빈 동전 통에 눈길을 던진다.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고 부유한 사람을 부러워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부러움이 비교에서 비롯된다면 동정은 관심에서 우러나온다. 필자는 동정심 또한 공감능력과 같이 하나의 능력이라 본다. 눈 내리는 서울역 풍경을 담던 기자의 카메라에 우연히 찍혀, 많은 이들을 감동케 한 사진이 있었다. 서울역을 지나던 신사가 추위에 떠는 노숙인에게 본인의 점퍼를 입히고 장갑을 벗어주는 장면이었다. 동정이 일으킨 행위가 당장 사회를 나아지게 하진 못할지라도 한 사람으로 인해 한 사람이 한결 나아진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아마도 시인은 육교 위 동전 통에 돈다발은 아니더라도 지폐 한 장쯤 넣었을 것 같다. 그리하여 한결 따스해진 마음이 이끄는 의욕적인 행보가 종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시인의 햇살론은 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을 쬐어주는 것이다. 상환은 없고 상생만 있는 무한 대출이다.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구세군 자선냄비에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웃에게 햇살 같은 마음을 전하며 서로 따뜻한 겨울나기를 하면 좋겠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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