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3) 달걀 - 신춘희
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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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2 10:08 | 최종 수정 2022.01.1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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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신춘희
이 따스함, 이것은
신의 심장인가
가이없는 죽음도
깃들어 있어서
우주의, 혈관을 쥔 것 같다
신성하다
숨소리
신춘희 시인의 <달걀>을 읽는다. 시인은 온기가 전해지는 갓 낳은 달걀을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생명의 원천인 ‘신의 심장’을 느끼는 사이 ‘가이없는 죽음’ 또한 예견한다. 모든 생명에게 있어 절대적 숙명인 죽음을 시인은 생명의 반대개념으로 보고 있진 않는 것 같다. 죽음을 생명의 또 다른 모습으로 이해하고 달걀 하나에 ‘우주의 혈관’이 흐르고 있음을 체감한다. 무언의 알 하나와 소통하며 생명의 신성함을 받드는 시인은 우주의 숨소리를 듣는다.
초장의 ‘이 따스함’과 종장 3음절 ‘우주의’ 뒤에 붙은 쉼표를 주목한다. 굳이 한 번 쉬어 가자는 의도가 무엇일지 유추해본다. 시인이 손에 달걀을 쥐었을 때 맨 먼저 생각난 단어가 바로 ‘이 따스함’이 아니었을까. 이를 머릿속에 새기며 숨을 한 번 내쉰 것이 시의 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주란 단어가 떠오르면서 다시 한 번 내쉰 숨결에 시상이 거의 정리되었지 싶다. 바로 그 순간마저 그대로 기록하고자 쉼표를 찍어둔 게 아닌지. 이렇듯 한 편의 시는 시인의 숨결과 우주의 숨소리가 만나 빚어지는 것이다.
초장과 중장은 전구와 후구를 각각 2행씩 나누어 배열했고, 종장에선 전구를 한 행으로 처리하되 후구는 두 음보를 도치하며 한 행씩 행갈이 함으로써 율독의 속도를 낮춰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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