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5) 허들링 - 김종연

이광 승인 2022.01.26 09:50 | 최종 수정 2022.01.30 13:24 의견 0

허들링
                        
김종연

 

1분만 알을 놓쳐도 새끼를 지킬 수 없는

영하 50도의 혹한 속 펭귄들의 거룩한 동맹

모든 게 얼어붙어도 얼지 않는 세상 있다

 

김종연 시인의 <허들링>을 읽는다. 이 작품이 수록된 시조집의 자서에서 시인은 시조를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이며 나에게로 향하는 입구’라 정의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시인은 시조를 통해 자기의 영역을 저 먼 남극까지 확장하여 단시조의 작은 그릇에 또 하나의 세상을 담아놓았다. 그곳은 ‘모든 게 얼어붙어도 얼지 않는 세상’이었다.

군 생활 중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에 계란이 꽁꽁 얼어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영하 50도라니 그 혹한의 강도를 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1분만 알을 놓쳐도 새끼를 지킬 수 없는’ 극한상황 속에서 펭귄들이 행하는 허들링이란 무엇일까. 알을 품는 펭귄을 둘러싼 한 무리의 펭귄들이 서로 몸을 밀착시켜 돌아가며 혹독한 추위를 막아내는 방법이라 한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지면 안쪽의 펭귄들이 자리를 바꾸어 전체의 체온은 계속 유지된다. 종족 보존을 위한 본능으로만 이해하기엔 너무나 사회적인 행동이다. 공존이라는 서로의 의지가 있었기에 똘똘 뭉쳐지지 않았을까.

허들링을 ‘펭귄들의 거룩한 동맹’이라 명명한 시인은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한 말은 또 뭘까. 인간의 동맹은 마치 깨기 위해 맺은 것처럼 파기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거창한 것을 꼬집으려 한 건 아닐 터이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리두기가 아닌 서로가 곁을 주는 마음의 허들링이 우리 이웃의 희망을 얼어붙지 않게 할 거라는 소박한 바람이 그 속에서 읽혀진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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