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 시인의 단시조 산책 (14) 가깝다, 참 가깝다 - 노영임

이광 승인 2022.01.18 18:17 | 최종 수정 2022.01.20 10:45 의견 0

가깝다, 참 가깝다 
                     노영임

 

 

병문안 간다는 게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주방과 화장실 사이
문 하나로 들락거리듯

한 건물
위층 아래층
삶과 죽음이 참 가깝다


노영임 시인의 <가깝다, 참 가깝다>를 읽는다. 규모가 있는 병원이면 대개 장례식장을 운영한다. 병원에 볼일 있어 주차를 하고 나가다보면 장례식장을 경유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으로 작가의 소감이 제목에 잘 집약되어 있다. 처음의 '가깝다'는 물리적 거리일 것이고, 뒤이은 '참, 가깝다'는 그 물리적 거리감마저 허무는 심리적 거리이다.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인간의 실존은 양면성을 갖는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살아온 만큼 죽음 또한 가까워지는 것이다. 중장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주방과 화장실을 거론하며 섭취와 배설로 상반되면서도 상호 순환적인 또 다른 양면을 상상케 한다. 종장에서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한 건물/위층 아래층'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우리의 실상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작가는 굳이 이를 살아가는 동안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세상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속삭임을 듣는다.

선언적인 제목과 달리 본문은 일상의 어조로 담담하게 진술한 작가의 의도를 따라간다. 제목의 '참, 가깝다'가 직선적인 느낌이라면 종장의 ‘참, 가깝다’는 곡선이 느껴진다. 우리의 한쪽 면이기도 한 죽음을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시선은 유한한 삶을 보다 긍정적으로 영위하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이광 시인
이광 시인

◇이광 시인 :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부산시조 작품상, 이호우 시조문학상 신인상, 나래시조문학상 수상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바람이 사람 같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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