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22) 시대를 앞서가는 도시, 해맞이의 고장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1.18 10:32 | 최종 수정 2022.09.21 20:21 의견 0
햇살을 가린 스페이스 워크

인류는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리듬감 있게 살아갈 것인가?, 하고 생각을 집중하여 만든 것이 문명의 이기인 비행기이다. 더 발전하여 로켓과 함께 우주를 향한 마음이 각 나라가 너도나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하늘을 나는 꿈을 맛볼 수 있는 곳이 포항의 환호공원에 펼쳐져 있다.

전 세계적인 유행인 코로나로 인해 갇혀 있던 마음을 펼칠 수 있는 곳이다. 포항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생각이 호미곶의 일출과 함께 포항종합제철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올해는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사람들의 시선이 포항을 향하게 된다.

196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설립되면서 영일만의 불꽃은 우리나라 철강 산업을 이끌어오면서 조국 근대화의 선봉장이 되어 왔다. 그 불꽃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는 도시가 포항이다.

포항제철은 2019년 4월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포항시와 협업하여 철강으로 만든 스페이스 워크를 만들어 포스코가 포항시에 기증하여 포항을 대표하는 시설물로 부상한 건축물이다.

대칭미와 곡선미를 뽐내는 스페이스 워크

‘스페이스 워크(Space Walk)는 포스코가 기획·제작·설치하여 포항시민에게 기부한 작품입니다. 주재료는 포스코에서 생산한 탄소강(SM355)과 스테인리스강(STS329J3L)이며, ‘클라우드(Cloud:구름)’가 최종 선정된 독일의 세계적인 부부 작가 하이케 무터와 울리히 겐츠가 디자인하고 포스코 건설이 제작·설치하였습니다. 4천925㎡ 부지에 가로 60m, 세로 57m, 높이 25m, 트랙 길이 333m 규모로 계단이 설치된 곡선형 조형물을 강재 317t으로 만들었다. 포스코가 건립비용 117억 원을 들여 완공한 것으로 철강 도시다운 랜드마크로 지역 자긍심 고취와 관광 명소화에 따른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랙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스페이스 워크라는 제목처럼 ‘예술 위, 구름 위를 걸으며 마치 공간과 우주를 유영’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철로 그려진 우아한 곡선과 밤하늘을 수놓은 조명은 철과 빛의 도시 포항을 상징하며, 360도로 펼쳐져 있는 전경을 내려다보면 포항의 아름다운 풍경과 제철소의 찬란한 야경 그리고 영일만의 일출·일몰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체험하는 동안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과 느림의 미학을 느껴 보세요. 스페이스 워크는 이제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국내 최초·최대 크기의 체험형 작품으로 포항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스페이스 워크 소개 글 인용>

스페이스 워크 아래에서 줄을 선 채로 기다리는 고객들

포항의 환호공원에서 언덕을 올라간다. 삼삼오오 바닷바람을 에워싼 채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이 어린이를 데리고 올라간다. 멀리에서 보아도 철강 빛깔이 반짝인다. 그 모양새에 우선 감탄한다. 그런데 스페이스 워크에 올라간 사람도 많지만 올라가려고 기다리는 줄이 언덕 아래까지 늘어서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닷바람이 매섭다. 하늘도 구름이 끼어서 맑지는 않다. 하늘이 맑으면 더 기분이 날 것 같은데 말이다.

30여 분을 기다린 끝에 입구에 다다랐다. 나오는 사람만큼 올려보내고 있다. 안전을 위해서 사람의 수를 지킨다고 한다. 건물에는 250명을 올려보낸다고 한다. 물론 체온 체크와 손 세척은 필수로 해야 한다. 아직은 무료이지만, 3월경에는 유료화한다고 하는데 확정적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날씨를 꼭 확인해야 한단다. 바람이 불면 흔들림이 심해서 안전상 개장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스페이스 워크에서 오르고 내리며 굴곡의 묘미를 체험하는 시민들

한 발 한 발 오른다. 한 사람씩 비켜설 수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조금 오르니 조형물이 흔들린다. 겁이 덜컥 난다. 공포심이다. 잠시 다리 쉼을 하고 먼 곳을 바라본다. 오른편으로 영일대해수욕장(구 북부 해수욕장) 영일대가 뚜렷하게 눈 안에 들어온다. 해를 맞이하는 정자이다.

맞은 편으로 포스코의 공장이 한국의 역사를 대변하듯 약간 지친 모습이란 걸 느낀다. 얼마나 많은 영화의 오르내림이 있었겠는가? 박태준 회장의 불도저 같은 정신으로 꿋꿋하게 철강 산업을 일으켜 우리나라의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게 한 초석이 되었다. 또한 포항제철로 인해 포항은 도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포항은 1995년 옛 영일군과 포항시를 통합되면서 포항시로 사용하고 있다. 나 역시 옛 영일군 기계면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포항시가 나의 고향으로 쓰고 있다. 그 또한 자부심을 품게 해 준다. 그래도 영일(해맞이)을 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은 마음에 가지고 있다.

스페이스 워크 저 너머로 포항제철의 모습이 아련하다
스페이스 워크에서 바라본 영일대 해수욕장과 영일대

난간을 잡고 오른다. 어떤 이는 올라가다 다시 엉금엉금 내려간다. 바람이 불어서 흔들리는 것도 있지만, 조형물 자체가 조금씩 흔들리게 설계를 한 것이란다. 정말 가슴을 조이면서 한 발씩 걸어가다 보니 어느덧 적응되어 간다. 한 바퀴를 돌 때쯤에는 무서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젖어 들었다.

멀리 호미곶이 바다를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 있다. 포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한 바퀴 빙 둘러본다. 두호 공원 스페이스 워크 위치를 잘 정한 것 같다. 이렇게 바다와 도시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 더 포인트다. 한 바퀴 돌아가는데 마지막 하늘에 발을 디디게 하는 거꾸로 된 곳은 양옆으로 막아서 출입을 금했다. 그런데 저곳은 어떻게 체험한다는 말인지 궁금하다. 완전 거꾸로 걸어가야 하도록 만들어서 의문이 앞선다.

스페이스 워크를 체험하려는 관광객들. 

한 바퀴를 도는 시간은 20~30분 정도이면 충분하다. 아래에는 서서 내가 누리는 흔들림을 체험하려고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람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과 체험한 것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그것이 저렇게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려오니 땅이 얼마나 고맙고 안전한 곳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는다. 땅을 디디고 선 나와 저 위에서 조금의 떨림을 느끼고 있는 사람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아마도 올랐지만 빨리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리라. 못 올라본 사람은 저 경험을 하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포항 죽도 시장으로 간다. 포항에 오면 한 번씩 가는 물회 집이다. 전화하고 예약을 하고 간다. 시장이 물회 집이다. 사장님이 거리에 나와 기다리신다.

포항 물회를 먹는다. 동료들이 만족해한다.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표본

배가 부르니 이제 부산으로 가는 길에 울주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가기로 한다.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85 에 너비 8m, 높이 5m. 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언저리의 절벽에 300여 점의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고래, 거북, 물고기, 가마우지 등 바다 동물과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너구리 등 육지 동물과 배와 작살, 부구(浮具)를 이용하여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은 과거 고래를 잡고 이를 숭배한 뛰어난 해양어로 문화가 울산만에 존재하였음을 보여주는 생태적 특징과 당시의 생활상으로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년에 통도사 성파 스님이 반구대 암각화를 도자기로 제작하여 옻칠한 작품을 서운암 장경각 앞마당에 전시한 작품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하루의 일상이 또 계곡의 어둠이 깃들면서 서서히 저물어 간다. 옛날의 암각화를 보았지만, 낮에는 포항의 첨단 소재로 만든 스페이스 워크를 경험한 것이 시대를 아우르는 우리 세대는 참 행복한 시대를 살아간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가 또 이렇게 만족한 미소를 짓게 하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다. 내일 또다시 뜨겠노라고 약속을 한 채 붉은 빛을 거둔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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