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21) 아름다운 해안선이 연꽃잎처럼 펼쳐진 연화도!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1.11 15:11 | 최종 수정 2022.01.13 12:50 의견 0
렌즈20-5연화봉 아미타불 아래 절벽 위 보덕암
연화봉 아미타불 아래 절벽 위 보덕암

배 시간에 맞추어 아침 6시 출발한다. 오늘은 왠지 졸려서 눈을 감는다. 덜컹! 소리에 깨어보니 마산을 지났고, 벌써 진동을 지나가고 있다. 마음을 추스르고 차장 밖을 본다. 아침을 달리며 동녘에서 떠오르는 붉은 햇살을 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정신을 차리고 강렬하게 비추는 햇살을 빨아들인다.

통영 삼덕항에 도착하니 비진도가 배편이 10시50분 출발이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시간 활용이 어려울 것 같다. 연화도 가는 배가 9시30분이라 코스를 변경하기로 한다. 연화도(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도)에 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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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봉 위 아미타 부처님 입상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4㎞ 지점에 있고, 욕지도 동쪽에 위치한다. 면적은 1.72㎢이고, 해안선 길이는 12.5㎞이다. 연화도의 용머리는 통영 팔경 가운데 하나이다. 섬의 형상이 바다 가운데 한 송이 연꽃처럼 생겨서 연화도라 하였다. 남서해안 가까이에 있는 연화봉(蓮花峰, 212m)이 최고봉이며, 섬의 중앙부는 북북서-남남동 방향으로 완경사와 저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북서해안을 제외하면 대부분 암석해안을 이루고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온화한 기후로 아열대성 식물인 동백나무·풍란 등이 자라며, 후박나무 군락이 있다. 1월 평균기온은 3.0℃, 8월 평균기온은 25.3℃, 연 강수량은 1548㎜이다.’<연화도 소개에서 발췌>

한 시간여 걸리는 뱃길이다. ‘가자 바다로’ 호에 올라 갑판 위에 올라가니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한국의 미항! 이름처럼 아름답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너무 차다. 선실에 들어오니 따뜻한 바닥에 누우니 등이 따뜻하다. 스르르 또 눈을 감았다가, 벽에 기댔다가 뒤척이다 바깥을 바라본다. 왼편으로 보이는 한산도를 거쳐 용초도, 춘복도를, 오른편엔 내부지도, 연대도, 지척으로 보며 지나간다. 작은 섬, 다도해라는 것을 실감한다.

렌즈20-1낚싯배가 푸른 바다에 한 점으로 다가 온다,
낚싯배가 푸른 바다에 한 점으로 다가 온다,

낚싯배 무리를 만난다. 저들도 나름의 재미를 위해서 바다 위에 떠 있을 것이다. 낚싯배들이 나뭇잎처럼 바다에서 출렁이고 있다. 거기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다를 응시하는 모습이 진지하게 보인다. 차츰 먼바다에 나간다는 느낌이 느껴진다. 수평선이 길어지고 있다.

연화도 포구에 도착하니 온화하고 안온한 기분이다. 환상의 섬 연화도, 라는 안내 표지석이 먼저 우리를 반겨준다. 받침대에 무늬 진 조가비 껍질이 앙증스럽다. 연화마을 안내 표지판이 멀뚱히 서서 연화도의 삶의 방식을 안내한다. 포구에는 선박들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정박해 있다. 연화도 여객·유람선 터미널 콘크리트 건물이 버티고 서서 우리를 맞는다. 여기저기 앵커, 그물, 부표, 밧줄, 타이어 등등이 가로등 아래 지친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다. 연화도 항구는 산굽이에 둥그렇게 안긴 듯이 자리하고 있다.

연화항과 우도로 연결하는 다리

연화봉 가는 오르막길에 접어든다. 입구에는 정자가 있고, 동백나무들이 즐비하다. 한참을 오르막길을 오르니 숨이 차다. 잠시 뒤돌아보니 우도와 연결된 다리가 눈에 확 들어온다. 요즘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바다 위에는 전복이나 고기를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이 바다 위의 농토같이 자리하고 있다.

쉼을 하며 천천히 오른다. 옷 한 꺼풀을 벗어 배낭에 묶어 짊어진다. 능선길에 올라선다. 능선길은 벼랑 위를 걷는 길이다. 오른편으로 낭떠러지로 이루어져 있다. 바람이나 태풍이 불고, 거센 파도에 부딪혀도 실려 나가지 않도록 해안선은 자신의 힘을 키워놓았다. 바다를 맞닿은 벼랑에는 단단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어 줄 것 다 내어주고, 남은 날카로운 바위 이빨로 거센 파도를 견뎌서 해식애를 형성하고 있다. 나름의 자신의 사는 방식을 구축하는 것인가 보다. 그 모습에 우리는 환호성을 지른다. 거기에는 견딤의 아름다움이 겹겹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능선에는 어린 쑥이 양지쪽에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봄은 벌써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봄의 훈기도 가끔 코끝에 와 닿는 것 같다. 나무에도 푸른 기가 도는 것 같다. 큰 나무를 칭칭 감은 마삭줄은 자신의 살아가는 방식 그대로 기생하고 있다. 거기에도 서로의 생존경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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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떠 있는 섬 주위로 윤슬 무늬

연화봉 봉우리에 부처님의 모습이 아스라이 보인다. 바다 위에는 윤슬이 유리구슬처럼 반짝인다. 섬이 자리하지 않은 쪽으로는 멀리 수평선이 아스라이 보인다. 다도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연화봉에 오른다. 아미타부처님 입상이 우뚝 솟아 있어 두 손을 모은다.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염원이 한데 모인 것 같다. 연화! 말 그대로 연꽃 섬이다. 파도와 싸우는 뱃사람의 기원이 여기 연꽃 봉오리로 피어올라 있었다. 바라보는 곳에 용머리 해안이 점찍어 놓은 것처럼 이루어진 절벽 섬이다. 저 용머리 해안이 정점을 찍는가 보다. 바라보고 또 바라봐도 신비로움은 가시지 않는다.

렌즈20-8용두마을로 가는 출렁다리
용두마을로 가는 출렁다리
렌즈20-9용머리 해안으로 가는 출렁다리와 용두 마을 모습
용머리 해안으로 가는 출렁다리와 용두마을

용두마을 쪽으로 가파른 산길을 내려간다.

연화도인, 사명대사 토굴이 나온다. 연화도에는 곳곳에 부처님의 도량이다. 윤슬이 더욱 빛나고 무늬처럼 바다 위에 펼쳐진다. 바다 가운데 낚시하는 배가 파도에 일렁이는 모습을 본다. 하나의 점으로 보이면서 아늑함과 함께 그 평화로움이 내 가슴에 와 꽂힌다. 알프스에서 하얀 눈 위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점으로 보이던 것과 겹쳐지면서, 잠시 알프스에서 보았던 그때를 바다를 보는 순간 확 떠오른다.

렌즈20-4연화도의 용머리 해안
연화도의 용머리 해안

한 발 더 다가서서 용머리 해안을 바라본다. 여전히 파도는 수없이 부딪치는 동안 끄덕 않는 바위 절벽은 단련이 되어 있다. 연화봉 아래 절벽 위에 보덕암이 오롯이 앉아 있다. 그 모습이 바닷바람과 맞서 좌선하고 있는 것 같다.

낭떠러지 위를 걷는 것 같다. 오른편에는 낭떠러지 바위로 둘러쳐져 있다. 대신 조망이 되는 곳에서는 또 다른 해안선을 만난다. 출렁다리에서 전망대까지 마지막 힘을 내 본다. 훤히 보이는 바다를 다시 가슴에 담아서 돌아서 나온다. 찻길을 따라 한 시간여 걸어 나오니 연화사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연화사는 1988년 8월에 화개 쌍계사 조실스님이신 오고산 스님께서 포교를 위해 창건한 사찰이라 한다. 감사의 손을 모은다.

절 아래 내려오니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주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걷고 여행을 마치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술은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에 갈증 나는 목을 축인다. 오늘 걸었던 연화도에서 탐스러운 연꽃 한 송이가 가슴속에서 활짝 피어 있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연화도

윤슬이 낭떠러지
감아올린 연꽃 송이

다도해 바다 위에
디뎠던 내 발자국

나누고
더하는 사이
꽃이 되어 피었다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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