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28) 태안반도의 안면도 갯벌 속을 들여보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3.08 12:33 | 최종 수정 2022.03.12 11:57 의견 0
운여해안에서 보는 서해 해넘이를 즐기는 관광객들

태안반도의 속곳의 아름다움을 찾아 오랜만에 1박 2일의 길을 떠난다. 토요일 6시30분 우리들의 출발지 부산 교대역에 부푼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일행 다섯 명이 청도에서 차 한 잔을 나누고, 줄곧 달려서 경부고속도로의 중심 추풍령에서 다리 폄을 하고 다시 달려간다.

바깥 풍경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갈수록 그냥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그 지역의 특색을 띠고 조금씩 다르게 다가온다. 우선 산이 많아짐과 함께 터널을 통과하는 구간이 많아지고 산의 경사가 완만하지 않아 힘이 불끈 솟는 듯한 힘이 있는 형세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금강 휴게소 식당에 들러 특산품인 도리뱅뱅이 맛을 보고 가자고 한다. 빙어를 튀겨서 겉은 바싹하고, 속은 쫀득한 고기 맛이 난다. 10시경이라 배도 출출한 김에 소주를 곁들이니 안주로도 제격이다.

렌즈28-1. 대야도 뒷섬의 모습
 대야도 뒷섬

논산 천안 고속도로를 달려 공주 휴게소도 지나고, 예산 수덕사 요금소를 통과하여 홍성 지방도 차창 밖으로 눈에 들어오는 곳을 지나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개 낀 바다 같은 느낌의 간월호에 닿는다.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바라보니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 철새들도 보이지 않고 또 가까이 가려니 코로나로 길을 막고 통행을 하지 못하게 지키고 있었다.

이제 안면도로 들어간다. 바다를 가로지른 길을 따라 역시 안개로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면도에 들어가서 대야도 근처 뒷섬이 물이 갈라지는 모습을 찍으러 갔다. 카메라 한 대가 설치되어 있고, 우리도 포인트를 잡는다. 썰물 때가 아니라서 완전히 섬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육지 쪽과 섬 쪽에는 물이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방향에 맞추어 사진을 찍는다. 물이 빠지는 시간을 맞추어 온다면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다.

눈이 만족하니 배가 고파온다. 서해안 꽃게 집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바지락 칼국수를 시켜 먹는다. 그런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양도 많으면서 맛도 좋아 모두가 만족하였다. 시원한 바지락 국물맛에 흐뭇한 마음이다.

렌즈28-2. 할미 할아비 바위
할미·할아비 바위

배가 부르니 이제 곳곳을 찾아 나선다. 첫째로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있는 명승 제69호인 할미·할아비 바위를 찾아간다. 가는 길에 왼편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배들이 줄지어 서 있고, 각종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들, 갯벌에서 주운 각종 조개류를 망태에 담고 있는 아낙네들도 많이 보인다.

‘할미·할아비 바위 유래는 통일 신라 제42대 흥덕왕(826~836) 때 해상왕 장보고(張保皐)가 청해진(완도)에 진(鎭)을 설치하고, 대사가 되어 해상권을 장악하면서, 서해안의 중심지인 안면도(견승포)에 전략적 전진기지를 설치하게 되었다. 기지 책임자로 승언(承彦) 장군이 파견되었는데, 부하를 사랑하여 사기가 높았다. 또한 아름다운 미도라는 부인이 있었는데, 부부간의 금실이 아주 좋았으며 부부 사랑이 깊었다. 그런데 궁복(장보고)으로부터 급히 군선을 이끌고 북쪽으로 진군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부부는 기약 없는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군선을 이끌고 북쪽으로 진격하였다.

그 후 여러 달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초조해진 미도 부인은 높은 바위에 올라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일편단심으로 남편을 기다렸으나 장군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미도 부인은 포기하지 않고 밤낮으로 수십 년을 기다리다 마침내 이 바위에서 죽고 말았다. 그 뒤 이 바위를 할미 바위라 부르게 되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천둥소리가 하늘을 깨는 듯하더니 할미바위 앞에 큰 바위가 우뚝 솟았는데 이를 할아비 바위라 부르게 되었다.’<천년의 사랑을 담고 있는 할미·할아비 바위> 안내 표지판에서 발췌.

꽃지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바위는 물이 빠지면 닿을 수 있지만, 물이 차올라서 저 멀리 바다 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더 애틋함을 갖게 했다.

해수욕장을 둘러싼 가게에는 꽃게 튀김이 맛있게 튀겨져 있었다. 입맛을 다시기만 할 수 없어 한 봉지 사서 나누어 먹었다. 바싹하는 소리가 입안에서 나면서 고소한 향이 확 퍼진다. 식감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운전하는 이가 “못 가겠다!” 하면서 뒤로 눕는 행동에 우린 빵! 하고 웃음바다가 되었다.

또 우리는 안면암을 향해 달린다. 안면암은 산사가 아닌 바다를 바라보는 바닷가에 있다. 안면암 자체가 매우 크다. 그보다도 우리는 여우섬과 조구널섬 사이에 있는 물이 차오르면 떠오르는 부상탑(浮上塔)을 보러 간다.

렌즈28-4.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안면암 전경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안면암 전경

아직 물이 들어오지 않아서 걸어서 갈 수가 있었다. 만약 물이 들어온다면, 부상교를 걸어서 가면 새로운 멋이 있을 것 같았다.

부상탑은 태안군 기름 유출 사고 이후 그 후유증에 힘이 들었다. 2009년에 위안이 되고자 탑을 세웠다. 뗏목은 가로 16m, 세로 13m, 높이는 11m, 상륜부는 6m이다. 탑 제작 후 불자들은 탑에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팔상도와 비천상, 영산회상도, 비로자나 법계도, 수월관음도, 부모은중경도, 등등 각종 불화를 그려 놓았다. 그 주위에는 관광객들이 하나둘 돌탑을 쌓아 수많은 돌탑이 길가에 널려 있다.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다.

렌즈28-3. 안면암에서 바라보는 부상탑과 섬
 안면암에서 바라보는 부상탑과 섬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뭔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옛날에는 자연에 기대어서 큰 나무나 바위에 치성을 드리다가 차츰 시대에 따라 종교가 생겨나서 또 다른 문물과 함께 들어온 종교에 귀의하여 위안을 받는다.

뒤돌아 나오는 길에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에 바다는 은빛 윤슬이 깔린다.

윤슬을 뒤로 한 채, 다음 장소로 간다. 백사장항에 있는 ‘대하랑 꽃게랑 인도교’로 간다.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그 형태가 아주 특이하게 만든 인도교이다. 백사장 쪽은 새우 모양, 드르니 쪽에는 꽃게 똬리처럼 만들어 다리로 오르도록 만들어 놓아 그 아래로 배가 드나들게 해 놓았다.

렌즈28-5. 대하랑 꽂게랑 인도교 다리 위용
대하랑 꽂게랑 인도교 다리 위용

‘서해안 황금빛 태양이 있는 곳! 가족과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과 행복한 여정이 쉬어가는 곳! 백사장과 드르니를 잇는 낭만의 장소에 우리는 서 있네. 대하랑 꽃게랑 인도교 위에서’ 인도교 앞에 새겨져 있다.

예전에는 서로 건너가기 위해서 배로 가든지, 아니면 안면대교를 거쳐 가야 한다. 또 육지인 남면과 안면도를 연결하는 인도교로 만들었다. 덕분에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렌즈28-6. 대하랑 꽂게랑 인도교 위의 모습
대하랑 꽂게랑 인도교 위의 모습

백사장 쪽에서 걸어서 올라가 본다. 똬리를 따라 돌아 올라가면 서해안 바다가 더 넓게 보이고 마침 해가 서쪽 하늘을 기울고 있어 그 풍경이 눈이 부실 만큼 바닷물에 부딪혀서 온다.

서해안의 해넘이의 명소 운여 해안으로 다시 길을 나선다. 바닷가에는 많은 관광객이 연인과 가족들이 해넘이를 즐기고 있다. 해가 뜰 때와 질 때는 그 독특한 색깔 때문에 새로움을 부여하고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즐기고 있다. 특히 바다 위로 지는 태양은 붉은빛에다 바다에 반영되는 모습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운여 해안의 해넘이는 해변에도 아름답지만, 소나무 숲이 해넘이에 비치는 모습은 많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둑 앞에 물이 많을 때는 그 반영이 한층 더 아름다움을 더해 주기도 한다. 오랜 가뭄으로 많지는 않지만, 그나마 물이 있어 반영을 볼 수 있어 다행인 것이다.

렌즈28-7. 인도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에 비치는 햇살이 빛난다
인도교 위에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에 비치는 햇살이 빛난다

가만히 서서 조금씩 움직이며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하늘 위에 떠 있을 때는 시간 흐름을 잊고 살지만, 막상 물에 잠기는 모습을 눈으로 느끼고 있으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진다. 작은 시간이라도 아껴 쓰는 것만이 나를 더 윤택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렌즈28-9. 운여해안 일몰 시에 비치는 소나무숲의 반영
 운여해안 일몰 시에 비치는 소나무숲의 반영

오늘도 저 일몰의 아름다움을 가슴에 안은 채 숙소를 향해 간다.

그런데 일몰 후의 갯벌에 드리운 잔영이 눈을 확 끈다.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고이 가슴에 담아본다.

렌즈28-10. 해가 넘어가고 난 뒤 그 잔영이 호수에 비춰 아름답다
해가 넘어가고 난 뒤 그 잔영이 호수에 비춰 아름답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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