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30) 구미 샛강의 철새, 그리고 칠곡 가실성당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3.22 11:32 | 최종 수정 2022.04.05 15:26 의견 0
렌즈30-1. 고니 가족들의 나들이
 고니 가족의 나들이

겨울에 길을 떠나가기에 적당한 곳은 마땅하지가 않아서 퍽 망설여진다. 특히 코로나로 전국 확진자 수는 줄어들 줄을 모르는 상태이다. 전국이 얼어붙은 시기이다 보니 더욱 갈 곳을 정하기는 어렵다. 또 볼거리도 겨울에 어울리는 곳을 선택하기는 쉽지가 않다.

이번에는 겨울 철새들의 쉼터로 찾아간다. 지난번 주남저수지를 갔다 왔지만, 워낙 넓은 곳이라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탐조할 수 있는 구미에 있는 샛강으로 결정하였다. 철새들 모습을 바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해서 우리는 그 유혹에 구미가 당기었다. 그리 멀지도 않고 낙동강의 철새 생태도 볼 겸, 또 칠곡의 오래된 유산인 가실성당도 가볼 수 있어 나들이 하기에 맞춤한 곳일 것 같다.

렌즈30-2. 샛강 저편에는 금오산이 늠름하다
샛강 저편에는 금오산이 늠름하다

구미 샛강 생태공원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태 휴식 공간으로 지산동의 샛강을 보다 쾌적하고, 건전한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여 유소년들의 자연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의 생태 여가문화의 장을 제공하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연꽃 광장, 쉼터, 습지원, 주차장, 한선전망대, 고니도래지, 버들 쉼터, 피크닉장, 잔디광장, 수변 관찰 테크, 갈대 탐방로, 야외무대로 구성된 도심에서 낙동강을 멀찌감치 둔 말 그대로 물이 흐르는 샛강이다.

샛강으로 관찰 테크가 놓인 길은 막혀 있었다. 그 아래 물 위에는 고니 떼들이 여기저기에서 놀고 있었다. 흰색이 물에 고개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지가지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곁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으니 아무런 장애 받지 않은 채 살아갈 수가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샛강 가장자리에는 연꽃 줄기가 자신이 꽃을 피운 흔적이 보인다. 아름다움을 다 펼치고 난 후 마지막 고개를 숙인 채 움직임 없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 사이로 청둥오리도 다니고 고니들도 도도한 모습으로 노닐고 있었다.

렌즈03-3. 고니의 날개짓
 고니의 날개짓

샛강 가를 한 바퀴 돌아보려고 오른편으로 걸었다. 아마도 30여 분이면 충분히 돌 수 있는 거리라 그렇게 힘든 곳은 아니다. 여기저기에 고니의 사진을 담으려고 삼각대를 차리고 기다리는 사진 애호가들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려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모두가 고니가 샛강에서 날아오르는 모습을 찍으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보통 오전 10시부터 12시 사이에 많이 날아오르는데 오늘은 꼼짝 않는다면서 연신 샛강을 바라보면서 너털웃음으로 대답한다. 그러나 눈빛만은 반짝인다.

샛강 가에 갈대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바람을 맞고 있다. 그 흔들림이 클 때마다 바람이 옷깃을 스며든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따스한 겨울 햇살이지만, 한 줄기 바람이 불면 몸이 오그라든다.

렌즈3-0-4. 고니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고 있다
 고니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고 있다

고니 떼가 한 곳에 몰려 있기도 하지만, 띄엄띄엄 가족끼리 나들이하듯이 다니기도 한다. 한 번씩 고개를 물속에 들이박고 1분여를 있다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마도 먹이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 그 주위로 물 파문이 그려져 동그라미가 그려진다. 그리고는 털에 묻은 물방울을 흔들어 털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고니 떼가 모두 흰색으로 치장하지는 않았다. 앞 주둥이는 노랗게 나오다 부리 끝부분이 까만색으로 뾰쪽하다. 고개를 든 모습이 물에 반영된 모습은 더 아름답다.

날기 위해 날개를 펼치는 모습이 포착되면 렌즈를 맞춘다. 날아오르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날아오르지를 않는다. 그러면 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밀조밀하게 무더기로 몰려 있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그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먹이를 찾고 옆 동료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청둥오리 떼들이 자주 날아올랐다 내려앉는다. 많은 무리가 오르고 내릴 때는 좌르르! 좌르르! 물소리가 악기 소리처럼 들린다.

렌즈30-5. 고니 부부의 비행
 고니 부부의 비행

날아오르는 모습을 기다리다 점심시간은 다 되어 가니 가잔다. 느릿느릿 가는 척하면서 기다려본다. 한 두 마리가 날아오르기도 한다. 그러면 떼를 지어서도 날아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날아오르려고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 아름답다. 날개를 구부린 모습이 물 위에 떠 있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

청둥오리 떼가 논바닥에 즐비하게 깔려 앉아서 모이를 쪼고 있다. 그쪽으로 한눈을 팔고 있을 때 고니 몇 마리가 날아오른다. 빨리 렌즈를 돌린다.

렌즈30-6. 고니 떼가 산 위 정자를 배경으로 날아간다
 고니 떼가 금오산 위 정자를 배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기다리던 고니 떼들이 두 세 마리씩 날아오르기 시작한다. 날아오르는 고니를 찍으려니 셔터를 빨리 누르고 방향을 돌리기가 급하다. 그러나 사진 찍는 맛이 난다. 신이 난다. 담아보니 배가 부른 것 같다. 금오산을 바라보는 고니 떼들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담고 또 담아 가뿐한 마음으로 일어선다.

해평습지에 철새들의 도래지라고 하여 찾아갔다. 그런데 길도우미로 보니 그곳은 녹색 울타리로 막아 두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물어서 가니 숭선대교 작업을 하고부터 새들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서나마 군락으로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돌아서야만 했다. 편리와 자연을 공존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참 인간이 살아가는데 해결해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렌즈30-7. 논바닥에서 모이를 찾는 청둥오리떼
 논바닥에서 모이를 찾는 청둥오리떼

아쉬움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길을 나서 칠곡 가실성당으로 달린다. 이곳은 우리나라 가톨릭이 들어오는 역사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가실성당은 1895년에 조선 교구의 11번째 본당으로 설립되었다. 초대본당 신부는 파리 외방 선교회의 하경조(C. Pailhasse)신부였다. 본당의 넓은 관할 지역 안에는 공소 31개가 있었다. 현재의 성당 및 사제관은 1924년에 완성되었고, 설계는 유명한 박도행 (V.L. Poisnel) 신부가 했다. 성당의 주보 성인은 성모님의 어머님이신 안나 성녀이다. 6·25 때 낙산 마을은 파괴되었지만, 성당은 인민군 병원으로 그대로 남았다. 전쟁 관계로 월남한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신부들은 1952년부터 가실성당을 위한 사목을 맡았다. 가실성당에 속하고 있다가 본당이 된 곳은 모두 4개 본당 - 김천 황금동(1901), 용평(1907), 퇴강(1923), 왜관(1928) -이다. 1995년 100주년 사업으로 현재 성모당이 형성되었고, 성당의 거룩한 분위기를 높이는 색유리화는 2002년에 설치되었다. 2003년에 성당 및 구사제관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48호로 지정되었다.’<가실성당 소개 글>

선 종교 시설에 들어가는 시간은 일단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서게 된다. 차를 주차하면서 보니 뾰쪽하게 첨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붉은 벽돌의 벽면이 오래되었음을 그 모습으로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우선 안내 표지판을 보니 가실에서 한티까지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를 찾는 한티 가는 길 45.6km가 있다. 우리는 다음 기회에 한 구간씩 걷기로 하였다. 돌아보는 길, 뉘우치는 길, 용서의 길, 사랑의 길로 이어진다니 매력 있는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합쳐진 것이다.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자리한 모습 자체가 위엄과 함께 저절로 손을 모으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침 왜관 성당 신부님이 손님 두 분을 모시고 설명하는 것을 곁에서 들을 기회를 얻었다. 신부님은 인자한 목소리로 한 가지씩 설명해 주는 것이 그냥 빨려들 것 같았다.

렌즈30-9. 가실 성당 바깥 모습
가실성당 바깥 모습

특이할 점은 가실성당은 마리아 언니를 모시는 성당이란 것이다. 성당 앞에 하얀 상이 있는데 그것이 마리아 언니라고 한다.

겨울의 싸늘한 언덕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성당의 모습이 그대로 믿음이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사람들은 더 진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요즘 추세로 가톨릭 신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그것에 견주어 볼 일인 것 같다.

어떤 종교든 너무 세속화되어 자꾸 부유하게 살려고 하지 말고, 그 힘을 쏟아 사회를 정화하여 더 아름다운 사회의 소금이 되는 종교 본분을 다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렌즈30-10. 가실 성당 내부
가실성당 내부

성당 안에는 빛이 바래다 못해 아름다운 성상과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부속 건물들도 제 위치에서 오가는 이를 잘 반겨 주고 있었다.

돌아서서 두 손을 모으고, 다음에 걸을 때, 또다시 만나지기를 약속해 본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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