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떠나기 하루 전은 언제나 가슴이 설렌다. 혹시 여행에서 필요한 것 중 빠진 것 없이 잘 챙겨졌는지? 여행 목록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한다. 내일 아침 시간 맞추어서 약속 장소에 갈 수 있게 아침에 시간에 맞추어 일어날 수는 있을까? 날씨에 맞는 옷은 무엇을 입어야 할까? 등등 걱정을 하게 되지만, 그중에서도 내일 아침 제시간에 일어나 약속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하느냐가 가장 크다. 잠을 잘 자야하고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야 하니까.
일행 중 두 분이 코로나 감염으로 3월 한 달을 쉬고, 다시 떠나는 이번 여행은 멀리 무주로 가는 길이라 또 그렇게 설렘으로 다가온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을 먹고 급하게 배낭을 메고 나가니 건널목에서 내가 타야하는 차가 횅 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어쩌지? 하면서 정류소에서 한 번 갈아타는 코스로 가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다행히 어찌하여 2~3분여 늦게 도착하여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출발하면서 이야기는 코로나로 어떻게 보냈는지? 에서부터 각자의 등산, 걷기, 사진 출사 등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와 명찰도 만들어서 하나씩 받았다. 계속 남해고속도로를 지나가는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등산 갔는데 몇 년 전에도 갔을 때는 그리 힘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힘이 들었다면서 토로했다. 그렇다. 우리는 산은 그대로 있는데 세월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해고속도로를 벗어나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지나간다. 그렇게 고속도로를 달리고 국도를 달려 우리의 목적지 무주로 간다. 금강을 줄기를 따라 걷는 예향 천리금강변 마실길 1코스 벼룻길을 찾아간다.
‘금강은 전라북도 장수군 장수읍의 신무산(神舞山, 897m)에서 발원하여 군산에서 서해로 흘러드는 강으로 한강·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이다. 길이는 발원지에서 하구까지 407.5㎞, 금강 하굿둑까지 397.25㎞, 유역면적은 9885㎢이다. 진안·무주·금산·영동·옥천·대전 등을 지나 군산만으로 흘러든다. 강 상류는 험준한 산지 사이로 하천들이 감입곡류(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를 형성하고, 중·하류에는 내륙분지와 충적평야가 발달해 있다. 강 하구는 넓고 깊어 하천 항구의 발달에 유리하다.’<금강 개요에서 발췌>
부남면 대소마을 골목길을 통해서 가는 길이 꼬불꼬불하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길이다. 담장 너머로 보니 빈집도 드문드문 보인다. 마을 뒷길을 넘어가니 물길이 나타난다. ‘금강 변방 탐방길 안내도’ 앞에 차를 세우고 우리는 벼룻길을 걸어서 가고 운전하는 분(걷고 님)은 상대편에 차를 세우고 걸어와 우리와 같이 걸어가서 차를 타고 다음 코스로 가기로 했다.
벼룻길은 원래 굴암마을 대들에 물을 대기 위해서 일제강점기에 놓았던 농수로였지만, 대소마을과 율소 마을을 이어주는 지름길, 대소리 오일장이 서면 시장 나들잇길, 학생들이 학교 가는 학교길, 마을 사람들의 마실길 등의 소통의 길인 벼룻길은 강가나 바닷가의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을 말한다. 혹은 경남 남지 개비리길, 문경, 청량산 토끼비리길 등 곳곳에 있다. 이곳에 사람들은 보뚝길이라 한다. 대소리와 율소마을로 이어주는 길이다. 2011년 무주 문화 향토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군사들이 앞에는 강이 흐르고 적군이 압박해 오는데 퇴로가 없는 처지에 있는데, 마침 토끼(개)가 절벽으로 지나가는 곳을 보고, 그러면 사람도 지나가도 되겠다 싶어 따라간 길이 있어 적군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와 토끼(개)비리길이라는 길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금강 줄기 건너다보면 마을이 보이는데, 봉의 혈을 지닌 길한 땅이라 봉길마을이라 한다. 강 물줄기가 휘돌아가는 곳이다. 금강 상류에는 산지가 많아 산을 휘돌아가는 지형이 여러 곳이 있다. 그 길을 연결하여 걷는 길을 만들고 무주군에서 천 리 길을 만들어 많은 사람이 오도록 하고 있다. 건너편 봉길마을 쪽 산길에도 잔도를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걷는 길은 조항산 끝자락에 벼랑길 2km이다. 길이 시작되면서 오른편에 농장이 있고, 시멘트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벼룻길로 접어든다. 물이 휘도는 소리가 들린다. 물에 비치는 산과 마을의 반영이 카메라에 담는다.
특히 각시바위에 얽힌 이야기는 하늘을 솟아오르듯이 생긴 바위는 멈춰 선 모양이 마치 여인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다. 시집온 처자가 아들을 못 낳자 시어머니가 구박이 심했다고 합니다. 이곳 벼랑에서 죽으려고 뛰어내렸는데 이때 바위가 솟아오르면 며느리를 바위 위에 올랐는데, 시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자 며느리는 놀라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암석 유래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각시바위 뒤쪽에는 굴로 길이 나 있다. 이것도 일제강점기에 농수로로 인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차로에 도착했는데 차가 보이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는 도보 꾼이 하는 말이 우리가 배낭 메지 않은 것을 보고, 차가 한 대 빠져서 애를 먹고 있더라고 전해준다. 전화하니 우리 차였다. 되돌아가니 레커차를 불러 어렵게 빠져나왔다며, 차바퀴와 신발이 흙투성이다.
애를 많이 썼는지 피로한 기색이 보인다. 위로하고 다시 잠두강변길로 간다.
벌써 12시가 되었다. 7시 출발하여 3시간을 달려왔고, 벼룻길을 다녀왔기에 배가 고팠다. 잠두강변길 입구에서 가지고 온 충무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잠두마을이라는 것은 땅 모습이 누에의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것이다. 옛날에는 버스와 우마차가 다니던 신작로였다. 용두리 마을 쪽으로 걷는다. 이곳에서 벼룻길은 6.4km 떨어져 있다. 물길 따라 걸으면서 강마을의 모습을 구경하면 참 걸을 만할 것 같다. 다음을 기약한다.
봄이 오면 벚꽃길로 소달구지가 덜컹대던 길이었고, 용포교가 생기기 전에는 무주와 금산을 오가던 버스길, 국민이 건강에 관심이 커지면서 걷기 좋은 마실길이다. 또 연인들이 걷기 좋은 3km의 대표적인 금강변길이다.
길가에 복숭아꽃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벼랑 쪽에도 복숭아꽃과 조팝나무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건너편에는 벚꽃길이 펼쳐진다. 멀리에서 보는 벚꽃은 무더기로 피어 있으니 더욱더 보기에 좋다.
길을 걷는 동안 따가운 햇볕에 우리도 지쳐가고 있었다. 끝까지 가보고 싶지만, 중간 지점에 느티나무, 영산홍, 산철쭉, 조팝나무, 남천, 수수꽃다리, 화살나무, 황매화, 병꽃나무, 꽃 잔디, 금낭화, 상사화, 동자꽃, 작약, 패랭이, 벌개미취, 돌단풍 등이 식재된 곳에서 다시 되돌아 나온다.
다시 차를 타고, 무주에서 금산 홍도마을로 간다. 조금 더 지나가니 도로 가로수가 붉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무슨 꽃인가로 차 안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는 사이 홍도마을에 도착하였다.
홍도마을은 예부터 홍도낙반형(紅桃落盤形)의 명당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홍도화는 복사나무의 일종으로 장미과의 낙엽교목으로 높이 3~4m, 꽃은 4~5월에 잎보다 먼저 붉은색의 오판화가 잎겨드랑이에 한두 개씩 피며 홍도화의 붉은 겹꽃은 가지를 뒤덮을 만큼 화려하다. 중국과 한국에서 자라나는 복사나무 중 10% 정도로 희귀한 품종이다. 홍도마을에는 7500여 그루가 가로수와 동산에 식재되어있다고 한다.
이제 막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여 꽃나무에 10% 정도 꽃이 피어 있다. 만개한다면 정말 온천지가 아름다울 것 같다. 꽃동산도 있고, 홍도화 축제도 4~5월에 만개하면 열린다고 한다. 홍도화는 꽃의 색상에 따라 홍, 백, 삼색 도화, 나무에 형태에 따라 직립, 능수 홍도화, 나무 종류에 따라 홍도화, 남경 도화. 복숭아, 꽃잎에 따라 만첩 홍도화 홑꽃 홍도화로 나눠진다.
꽃피는 시기를 맞춰 온다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든다. 아마도 열흘에서 보름 정도 지나면 꽃이 만발할 것 같다. 붉은 꽃으로 물들인 홍도마을을 상상하면서 돌아서는 마음이 자꾸만 뒤에서 당기는 것 같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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