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37) 황룡사·분황사와 보리밭, 그리고 화랑의 언덕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5.09 21:45 | 최종 수정 2022.05.13 11:11 의견 0
렌즈37-10. 겹벚꽃 나무 사이로 수의지와 화랑의 언덕
겹벚꽃 나무 사이로 수의지와 화랑의 언덕

신라의 천년 고도 경주는 보면 볼수록, 그 깊이를 잴 수가 없을 지경이다. 경주 곳곳에 신라 유적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찰은 빼놓을 수 없는 문화재가 많다. 최초의 사찰 흥륜사를 비롯하여 불국사, 석굴암, 백률사, 황룡사, 분황사 등 신라는 천 년 동안 불교를 국교로 삼아 나라를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천 년을 이어온 나라이다.

‘분황사는 드넓은 황룡사지와 맞닿아 있다. 국보 제30호로 모전 석탑이 높이 9.3m, 널찍한 1단의 기단(基壇) 위에 3층의 탑신(塔身)을 쌓아 올린 모습이다. 기단은 벽돌이 아닌 자연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네 모퉁이마다 화강암으로 조각된 사자상이 한 마리씩 앉아있다. 회흑색 안산암을 작게 벽돌 모양으로 잘라 쌓아 올린 탑신은 거대한 1층 몸돌에 비해 2층부터는 현저하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1층 몸돌에는 네 면마다 문을 만들고, 그 양쪽에 불교의 법을 수호하는 인왕상(仁王像)을 힘찬 모습으로 조각해 놓았다. 지붕돌은 아래 윗면 모두 계단 모양의 층을 이루고 있는데, 3층 지붕돌만은 윗면이 네 모서리에서 위쪽으로 둥글게 솟은 모양이며, 그 위로 화강암으로 만든 활짝 핀 연꽃 장식이 놓여 있다.

렌즈37-1. 분황사 앞 표지판
 분황사 앞 표지석

선덕여왕 3년(634) 분황사의 창건과 함께 건립된 것으로 추측되며,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과도 좋은 대조를 이룬다. 특히,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게 표현된 인왕상 조각은 당시 7세기 신라 조각 양식을 살피는데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1915년 일본인에 의해 수리된 이후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수리 당시 탑 안에서 사리함과 구슬 등의 많은 유물이 발견되었다.’<문화재청 소개 글에서>

분황사 모전 석탑

곁에는 황룡사 넓은 터가 언제 다시 그 위용을 뽐내게 될지 모르게 가만히 엎드린 채 기다리고 있다. 외롭게 삼층 석탑이 지키고 서 있다. 그 곁에 넓은 논에 분황사 보리밭이 조성되어 있다. 녹색 빛을 띤 보리밭에 많은 사람이 친구와 연인, 가족끼리 사이좋게 걷고, 사진을 찍으며 보리밭을 즐기고 있다. 중간에 돌무더기가 있어 돌탑도 쌓아 올려서 탑에 손을 모으고 있다.

보리밭 중간에 당간지주가 서 있다. 당간지주는 사찰에서 의례나 행사가 있을 때 깃발이나 당을 높이 걸고, 괘불도 거는 곳이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92호. 높이 4.5m, 하대석 너비 60㎝. 당간을 받치는 받침돌을 거북이 형태로 조각한 것이 특이하다.

렌즈37-3. 보리밭과 황룡사역사박물관
보리밭과 황룡사역사박물관

분황사 앞 보리밭을 바라보면서 중학교 교과서에서 읽었던 한흑구의 ‘보리’가 생각이 난다. ‘보리, 너는 차가운 땅속에서 온 겨울을 자라 왔다'고 시작하여 '추운 겨울을 견디며 봄의 아지랑이를 맞이하는 보리, 너는 항상 그 순박하고 억세고 참을성 많은 농부와 함께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로 끝나는 산문이 떠오른다. 읽기에 힘이 있고, 외우기 좋아 거의 외웠던 기억이 나는 좋은 산문이다.

요즘은 보리를 가꾸는 곳이 보이지 않지만, 어릴 때만 해도 온 들판에는 가을에는 보리 갈이가 이루어지고 겨울에는 보리밭이다. 그때는 보리가 키가 큰 것 같다. 요즘 보리는 그때만큼 키가 크지 않다. 고향 누나, 형님들의 로맨스가 보리밭에서 이루어졌다고 소문이 나곤 했었다.

렌즈37-4. 분황사 앞 돌탑과 보리밭 그리고 분황사
 분황사 앞 돌탑과 보리밭 그리고 분황사

보리밭에서 빙 둘러보면 기와집이 멋진 경주 황룡사 역사 문화관이 보인다. 그리고 황룡사지가 펼쳐지고, 동궁과 월지, 반월성이 있다. 그 곁에 국립박물관이 자리한다. 그 뒤로 경주 남산이 울타리처럼 둘러쳐져 있다. 분황사 뒤편으로 형산강 상류인 북천이 흐른다. 아마도 신라의 중심지였던 것 같다.

보리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면서 포근한 마음을 느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누웠다 일어서는 것을 보면 강한 우리 선조들이 생각났다. 보리는 끈질긴 사람을 대변하는 것 같다.

렌즈37-5. 분황사와 담 너머에 모전탑이 보인다
 분황사와 담 너머에 모전탑이 보인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 경주시 대기실3길 11의 농촌진흥청 지정 농가 맛집 ‘고두반’으로 간다. 시골길로 들어가서 한적한 곳이라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부부가 하는 곳, 전통 장작가마 랑산도요도 있다. 골목길을 들어가면 붓꽃, 조팝나무, 흰철쭉, 수국, 해당화 등등 꽃들이 아름답게 울타리에 피어 있다. 동물 모습과 아이들 모습 등 여러 모양의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밥상과 도자기들이 어울려 있어서 마음이 가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렌즈37-6. 고두반 식당 내에 전시된 도자기들. -
 고두반 식당 내에 전시된 도자기들

예약이 되어 있어 들어가니 창가에 안내해준다. 고두반 반상을 시키고, 동락주를 시켰다. 건강한 수제 반찬, 고추장, 된장, 간장, 청국장, 무 깻잎, 콩잎, 김치, 오디 효소, 쌀 조청, 무청과 등등 깔끔한 반찬에 동락주(同樂酒)를 마신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주위를 둘러본다. 맛만큼이나 주위도 농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고향에 와서 밥을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점심도 먹었으니 또 다른 명소를 찾아간다. 경북 경주시 산내면 내일리 산261-1의 화랑의 언덕으로 간다.

렌즈37-7. 수의지와 화랑의 언덕의 모습
 수의지와 화랑의 언덕의 모습

‘인기 걸그룹 핑클 구성원이 출연했던 JTBC 예능프로그램 <캠핑클럽> 촬영지로 유명하다. 당시 드넓은 잔디밭과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명상바위 등 경주의 매력적인 풍광들을 소개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신라 화랑 김유신이 수련하며 검으로 바위를 갈랐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단석산 등산로 입구에 있어 화랑의 언덕이라고 이름 붙였다. 방송에서처럼 널찍한 잔디밭과 걷기 좋은 산책로, 서정적인 풍경의 저수지가 한데 어우러져 느긋하게 쉬어가기 좋다. 여름에는 노란 해바라기, 가을에는 은빛 억새가 일렁이며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웅장한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상바위와 저수지 내에 마련된 테이블 등은 인기 포토존으로 꼽힌다. 현재 관람 시간 내에 산책과 피크닉만 가능하고 캠핑이나 차박은 불가하다. 화랑의 언덕과 함께 명상바위, 수의지, OK 양떼목장, ATV, 피크닉 테이블, 파크골프장 등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화랑의 언덕>

렌즈37-8. 화랑의 언덕 대형 의자
 화랑의 언덕 대형 의자

혹시 지자제마다 핑클의 이효리와 초대하여 이와 같은 특수를 노려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아마도 누군가 시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 요금소를 지나 건천 요금소를 나와 오른편으로 달린다. 양쪽으로 산으로 된 경주 산내면 계곡을 따라간다. 계곡을 가다 왼편으로 산길로 간다. 중간에 2,000원씩 입장료를 받는다. 길가에는 아직도 활짝 핀 겹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산에는 연초록 나뭇잎이 눈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렌즈37-9. 화랑의 언덕의 명상바위와 분지
화랑의 언덕의 명상바위와 분지

계곡 끝에는 벌써 차들이 빽빽하게 자리하고 있다. 저수지가 있고, 겹벚꽃이 빙 둘러서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화랑의 언덕은 OK 목장으로 더 알려져 있다. 완만한 경사를 가진 산언덕이다.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가 있어 그늘도 지워주어서 가족들이 와서 자리를 펴고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중간에 어린 왕자, 풍금, 나룻배, 연주하는 모습, 나무 의자, 명상바위, 계단이 설치해 놓아 즐기게 해 놓았다. 양과 말이 있고, 돼지 새끼들도 키우고 있다. 어린이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해 두었다. 어른들을 위해 카페가 수의지 가에 자리하고 있어 먹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언덕을 올라 명상바위에서 바라보는 분지로 된 비지리의 모습이 훤하게 트여 있다. 누구나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속이 시원하다. 텔레비전에서 핑클 구성원이 두 손을 들고 웃음 짓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화랑의 언덕' 명상바위에서 필자

한편 아래 김유신 장군이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팠다는 수의지에도 선착장과 흰색, 빨간색, 나무 색깔의 계단 의자와 테이블, 그네, 초승달 모양의 포토존을 만들어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으며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경주에는 불교 문화가 시내에서 혹은 남산에서 곳곳에 산에서는 화랑들이 훈련받은 곳이 주목받고 있다. 화랑의 언덕도 단석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천 년을 이어온 그 문화가 얼마나 빛나는 문화였는가를 우리는 알 수가 있다. 경주에는 높은 산은 없지만,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작은 산들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 모두 명소이다.

렌즈37-11. 수의지에 둘러선 겹벚꽃나무
 수의지에 둘러선 겹벚꽃나무

경주는 신라의 수도답게 빛나는 불교 문화의 보고이다. 우리는 그 보고를 잘 보존하고 이어져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면서 수의지를 한 바퀴 돌아본다.

겹벚꽃이 줄지어서 수의지를 지키고 있다. 아름답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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