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 (18) 벼랑이 어우러진 통영 동피랑, 서피랑에서 바다를 보다.

박홍재 기자 승인 2021.12.20 23:30 | 최종 수정 2021.12.24 16:39 의견 0
통영항 전경. 멀리 스카이라인에 동포루가 보인다.

마산을 지나갈 때, 마산만 너머 산 위로 아침 해가 뜨면서 동쪽 하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구름이 멋스럽게 햇살과 어우러져 그림을 그린다. 이때 마침 라디오에서는 베토벤 로망스가 잔잔하게 들려온다. 만지도와 연대도로 가는 아침 여행길을 아름답게 꾸며준다.

무학산 만날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옛날 시집간 딸이 친정에 오지 못할 때 친정어머니와 중간에서 만나서 서로 회포를 풀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고개이다. 아마 요즘이면 당치도 않을 일이다. 옛날을 살았던 우리 어머니들의 인내하는 아픔이 가슴을 잠시 숙연하게 적시게 한다.

고성군을 지나갈 때, 산굽이를 돌 때마다 육지 깊숙이 들어온 바다가 나타났다, 다시 사라지고를 몇 번을 한다. 그만큼 바다와 가까운 곳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리아스식 해변이라는 것이다.

달아 마을에 도착하였다. 배낭 메고 준비해 매표소 앞에 서니 연대도, 만지도 가는 배가 운행되지 않는다는 쪽지가 붙어 있다. 웬일인가 싶어 직원에게 물어보니, 풍랑주의보로 배가 운항을 중지한다는 것이다. 이럴 수가? 멀리 보이는 저도는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하는 수없이 사진에 담아낸다.

하는 수 없지 않은가? 그럼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다른 곳을 찾아본다. 그렇지! 통영은 갈 곳이 많은 곳이 아닌가? 차를 돌려 조금 언덕길을 오르니 오른편에‘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라는 카페 이름이 예뻐서 잠시 내려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 있다. 카페에서 연대도와 만지도는 보이지 않고, 건너다보이는 섬, 저도 모습을 눈과 카메라에 담고 다시 오리라 마음먹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돌아선다.

동피랑 언덕에 그려진 그림

동피랑 그리고 서피랑을 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동피랑을 바라보고 왼편 뒤편을 통해 골목길을 오른다. 초입부터 그려진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게 우리들의 눈을 끈다. 몇 번을 와 보았지만, 올 때마다 다른 그림과 풍경의 맛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올 때마다 함께 오는 사람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감정까지도 매번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동피랑 골목 골목이 이어지는 그림들이 우리 가슴을 조금씩 자극한다.

동피랑에서 바라보는 서피랑 마을

‘동피랑 버거 싶다 몽마르다’, ‘할머니 바리스타’ 등 가게 이름과 ‘다 같이 동피랑’, ‘너의 마음을 낙지’, ‘소소한 골목길’ 등 거리 이름도 관심을 끌게 지어 놓았다. 골목을 살피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통영항의 모습과 건너편 남망산 공원이 보인다. 남망산공원에 있는 통영시민문화회관에 초정 김상옥 문학상 시상식 참석차 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코로나로 최소 인원으로 약식으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바뀌고 있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야 할 것 같다.

통영에는 많은 문화 예술인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문화 도시로 통한다. 특히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박경리, 김용익, 김상옥, 김춘수, 유치환, 유치진, 음악가 정윤주 등 수없이 많다. 그만큼 풍성하다.

동피랑의 동포루 정자

동포루에 올라 사방을 조망한다. 통영을 찾는 이유를 거기에서 알 것 같았다. 눈이 시원하다. 건너다보이는 서피랑을 이루고 있는 마을이 아름답다. 사방을 둘러보니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한국의 나폴리라 이름 지어졌는가 보다. 동포루는 ‘기념물 제106호’이다. 토성이며 석성이다.

동피랑을 골목을 누비다 보니 배가 고파 온다. 우리는 통영중앙시장으로 간다. 가는 길에 통영 꿀빵 시식하라면서 내민다. 받아먹으니 맛이 있다. 거리에는 꿀 방 가게들이 즐비하고, 충무김밥집도 마찬가지로 거리마다 이웃하고 있다, 그만큼 외지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 소비한다는 것이다.

중앙시장 내에 있는 팔복식당으로 간다. 멍게 비빔밥에 갖고 간 육회에 낙지를 섞고, 주인이 내어주는 해물에 푸짐한 점심상을 소주를 한 잔 곁들여 먹었다. 주인의 유머도 간을 더욱더 짭조름하게 해주었다.

날렵한 모습의 서포루

이제 다시 서파랑길을 찾아간다.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을 지나서 통영문화원도 지나가는데 통영고등공민학교라는 간판이 보인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이름이다. 아직도 이런 학교가 있단 말인가? 옛날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아이들이 적은 돈을 내고 다니고 난 후 검정고시를 보는 학교인데 아직도 있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공부하는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배움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곳이란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전국 곳곳에서 많은 어르신이 문맹을 깨쳐 새로운 세계를 맛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하고 시를 짓고, 글을 써서 책을 펴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서피랑에 있는 250년 된 후박나무

불후의 명작 『토지』의 작가 박경리 생가를 지나치면서, 담벼락에 소설 문구가 빛이 바랜 채 쓰여 있었다. ‘글 쓰는 행위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살아가는 행위보다 아름다울 수는 없습니다. 생명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능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생명은 다 아름답습니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온다.

서피랑 이야기 터널에는 ‘문학이라는 것은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멈출 수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학의 골자입니다.’(박경리 어록)을 음미하면서 ‘서포루’에 오른다.

서피랑에서 본 남망산예술회관

마주 보이는 남망산 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로 통영항에는 배들이 어깨를 맞대고 정박하고 있다. 항구 입구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이고 있다. 마침 그 풍경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쏙 빠져들어 간다. 붓 터치에서 풍경을 어떻게 구도를 잡는지? 2년째 그림을 그리는 맛에 빠진 나에게는 관심이 가고 또 야외에서 그리는 모습을 탐독하는 시간이었다.

그 곁에 이중섭의 작품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이 조형물로 걸려 있다. 뚝지면당과 99계단을 거쳐, 피아노 계단을 오르면 도레미파솔라시도가 들려온다. 오르고 나면 벼락당과 250년 된 후박나무, 엉덩이 사진 찍는 곳, 을 거쳐 서도 시장으로 내려온다. 통영에도 시장이 많은 것을 보면 유통이 잘 되는 곳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중섭의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한산대첩 광장에서 조형물을 만난다. 그러면서 통영항을 한 바퀴 돌면서 우리 가슴에 품고 2층 커피점에서 느긋하게 차 한 잔을 마시며 통영항을 눈에 익힌다. 그래도 4시 경이다. 이제는 다시 더 가기는 시간이 어중간하여 부산으로 향하기로 하고 주차장으로 간다.

한산대첩 광장 조형물

‘통영’은 토박이는 ‘토영’이라고 발음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독특하게 바다를 품고, 작은 언덕에 기대어서 어우러진 풍광과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전국의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곳인 것 같다.

진정 통영을 보려면 골목 골목을 쏘다니면서 하나하나씩 읽어 나가며, 함께 숨 쉴 때만이 바르게 통영을 보았다고 할 것 같다.

 

통영항

갈매기 순라 도는 윤슬 빛깔 통영항에

동피랑 서피랑은 여행객 불러들여

골목길 곳곳에 숨은 예술의 꽃 전한다

 

박홍재 기자
박홍재 기자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