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10) - 비 오는 동해안 길 ... 축산항 그리고 추암

박홍재 기자 승인 2021.10.26 08:59 | 최종 수정 2021.11.02 11:24 의견 0
렌즈10-1갈매기가 앉아 있는 바위에 파도가 부딪힌다
갈매기가 앉아 있는 바위에 파도가 부딪힌다

본래 어제저녁에 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국에 오늘 비가 온다는 예보로 인해 하루 늦지만, 교대 앞에서 아침 9시 출발한다. 전국에 비가 온다고 하는데 부산에는 아직 예보대로 비는 오지 않지만, 날씨는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고속도로가 아닌 7번 국도를 따라 달린다.

포항을 다다를 즈음 차창에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포항을 지나 청하에서는 세찬 비가 유리창을 때린다. 도로도 차들로 꼭 막힌다. 송라를 지나면서 길도 열리고 비도 조금 잦아들다 다시 비를 뿌리기를 반복한다. 화진해수욕장을 지나면서 계속 오른쪽에 바다가 펼쳐지면서 수평선이 엷은 안개 속에 아련히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바다가 훤히 밝아오면서 더욱 선명해지는 바다와 대조적으로 앞쪽과 좌측은 아직 비가 묻어 있어 어둡다.

렌즈10-3영덕삼사해상공원 조형물
영덕삼사해상공원 조형물

포항시와 영덕군의 경계를 지나면서 비가 잦아진다. 마침 영덕 삼사해상공원이 눈앞에 들어오자 잠시 들어간다. 휴식하면서 카메라를 몇 장을 찍는다. 짧은 휴식 후 다시 해안도로로 북상한다. 강구항에 들어가니 대게 그림들이 장식처럼 걸려 있는 대게 거리를 지나면서 대게 항구임을 직감한다. 차들이 강구 대게 거리를 돌아가는데 빽빽하게 줄을 서 있고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차창 너머로 대게를 삶고 김을 빼는 소리와 함께 게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상인들의 호객도 줄을 선다.

겨우 빠져나오자 파도 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린다. 갈매기가 떼를 지어 바닷가 바위에 앉아 있다. 차를 세우고 렌즈를 들이댄다. 갈매기가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찰나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부서지는 포말을 잡아본다. 아마도 사진은 기다림의 미학인지도 모르겠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바라볼 때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은 마음을 느낀다.

렌즈10-4전망대에서 본 축산항
전망대에서 본 축산항

바닷가 도로를 타고 달린다. 오후 1시가 넘어가고 있다. 마침 축산항에 도착한다. 바닷가에서 횟감을 찾지 않고 돼지국밥을 찾는다. 용케도 찾아 들어가니 들깨 돼지국밥이다.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새로운 맛이다. 마침 축산항 사진이 가게에 멋지게 걸려 있었다. 우리는 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축산 등대와 전망대가 있는 죽도산(78.1m)을 올랐다.

역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길에서 보는 것과 차이는 확실히 다르다. 아까 보았던 축산항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정말 아기자기하게 집들이 서로를 끼고 골목으로 이어져 이웃이 되는 곳이다. 둔덕을 기대고 있는 마을의 모습들이 어디에서나 보듯이 정겹다. 특히 포구를 둥그렇게 끼고 앉은 축산항 마을은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멀리 파도가 밀려오는 그림도 아련하게 눈에 들어온다.

렌즈10-2북평 해암정
북평 해암정

 

렌즈10-5촛대바위를 바라보는 능파대
촛대바위를 바라보는 능파대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어 이제는 7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지난주 다녀간 두 분은 비가 온다는 핑계로 차에서 대기한다. 나 혼자 추암조각공원 주차장을 빠져나와 추암으로 간다. 비옷을 입고 추암으로 가는 길에 많은 사람이 우산을 쓰고 추암으로 향하고 있었다. 몇년 전 해파랑길을 걸으면서 다녀간 이후로 다시 와보는 곳이다.

비 오는 날 촛대바위는 더욱더 쓸쓸해 보였다. 파도가 부딪혀서 부서지면서 더욱더 슬픈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같다. 능파대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좀 다르게 나에게 다가온다. 항상 누구와 함께 왔었지만, 나 혼자 감상한 감회는 또 다르게 느껴졌다. 비에 촛대를 켜 놓은 마음 같은 안타까움도 있다.

렌즈10-6추암 촛대바위
추암 촛대바위
렌즈10-7추암 출렁다리
추암 출렁다리

조금씩 각도를 달리하여 찍은 후 북평해암정의 모습도 담는다. 추암 촛대바위 출렁다리도 몸으로 느낀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는 것 같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여행 중 비가 오면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특히나 촛대의 외로움이 나에게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터벅터벅 차에 다가간다.

비가 내리는 해안가에 어둠이 객수客愁처럼 차츰 몰려오고 있었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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