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5) 상족암, 시공간을 건너뛴 공룡발자국

박홍재 승인 2021.09.20 19:26 | 최종 수정 2022.07.24 13:20 의견 0
상족암에서 본 해무

인공적인 곳, 아니면 자연적인 곳이냐?

여행지를 선택할 때 자주 마주치는 고민이다. 요즈음은 자연을 빌어 인공을 가미한 관광지가 많다. 주 고객인 어린이를 겨냥해 만든 곳이 흔하다. 놀이와 함께 꿈을 키울 수 있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 지자체마다 경쟁하듯이 생겨나고 있다.

또 지구 생성의 과정에서 생긴 자연의 아름다움이 형성되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자연미를 찾아갔는데 인공의 흔적이 많으면 거부감이 들기 십상이다. 필자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더 끌린다. 인공적인 관광지보다 자연미가 살아 있는 곳을 더 좋아한다.

상족암의 공룡발자국 화석

오늘 발걸음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차를 달린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명리 50-1 상족암 군립공원으로 간다.

‘상족암 암벽은 겹겹이 층을 이룬 모습이 밥상 다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상족(床足) 또는 여러 개의 다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쌍족(雙足)이라고도 부른다. 상족암 앞에 평탄하게 있는 암반층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는데, 이는 조각류 공룡 발자국이다. 이곳은 공룡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면서 발자국이 남았다가 그 위로 퇴적층이 쌓이면서 암석으로 굳어졌고 오랜 세월 바람과 파도에 의해 이 퇴적층이 침식되어 공룡 발자국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안내표지판 내용)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해변을 따라 걸어가니 상족암으로 가는 숲길이 바다를 끼고 모롱이를 돌아갔다. 정문에서 들어온 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내려가는 계단으로 내려선다. 밥상 다리처럼 생긴 퇴적암 지층이 겹겹이 눈앞에 다가온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바닷가 쪽으로 돌아가면 어찌 보면 코끼리 코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 모양이 가장 눈에 오래 남을 것 같아 몇 컷을 담는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물방울이 떨어지고 어두운 곳에서 밖으로 내다보는 풍경이 이채롭다. 건너다보이는 맥전포항 쪽으로 해무가 산을 뒤덮고 있는 모양 또한 새롭다. 이런 풍경은 때가 맞지 않으면 보기 힘이 든다.

바위굴 입구

사람들로 북적거리다 보니 사람을 제외하고 찍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면이 아니면 그대로 수용한 채 카메라에 담는다. 굴속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풍경과 바다 풍경은 새로운 맛을 더해 준다. 캄캄한 곳에서 바깥세상은 튀어 나간다는 생각과 또 다른 세상을 보는 느낌을 받는다. 바위 틈새로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지면서 시원한 공기를 느끼게 해 준다. 석간수이다. 그렇다고 물을 받아먹을 정도가 아닌 방울방울 떨어지는 것이 습기로 차 있다. 하지만 온도는 서늘함이 피부에 와 닿는다. 파도 소리가 굴속에 와 부딪혀서 윙윙거리는 소리를 낸다. 새로운 소리의 음을 듣는다. 바깥 더위에 계속 머무르고 싶지만, 공룡 발자국을 보기 위해 걸음을 옮긴다.

굴 속에서 바다를 보는 사람들

조금 전 내려오는 길을 올라가서 고개를 넘으면 2억5천만 년 전에 공룡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퇴적작용으로 인해 씻기고 씻겨서 드러난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생성과 그 과정이 정말 궁금하다. 그냥 신비로울 따름이다. 고개를 드니 건너편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바위 군상들이 해변을 둘러쳐져 있었다. 병풍바위이다.

겹겹이 쌓인 지층도 수억 년이 쌓였을 것이며 어찌 공룡 발자국이 드러나게 퇴적작용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저 지층 속에는 또 어떤 것들이 잠자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다. 여행은 이처럼 새로움에 눈뜨게 해주고 호기심을 갖게 해준다. 먼 훗날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있을 상족암을 상상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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