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3) 밀물 썰물이 그려낸 솔섬과 장여

박홍재 승인 2021.09.07 11:06 | 최종 수정 2022.07.24 13:19 의견 0
[사진=박홍재]
썰물 때 장여 풍경

7월의 날씨는 삼복더위에 드는 초복 더위이다. 거기에 마스크를 하니 더욱더 무덥게 느껴지고 쉽게 지친다. 올여름이 마스크와는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부산에서 7시30분 교대역에서 출발해 고성하수종말처리장에서 연꽃을 찍고 다시 달려서 도착한 곳은 경남 고성군 하일면 송천마을이다. 그런데 꼬마 학생들이 부모님과 같이 담을 것을 손에 들고서 솔섬을 향해 시멘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조금 전에 보았던 '자란만 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 하는 프로그램 학습을 위해 온 모양이다. 나중에 보니 관광버스로 대구에서도 오고 또 몇 팀이 와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자란만 바닷가에 활짝 피어올랐다.

마침 바닷물이 솔섬과 장여 사이에 썰물 때 빠져나간 자리에 아이들은 조가비, 게와 고동, 따개비 등을 잡는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모래와 자갈밭을 뒤지고 있었다. 신기함에 지칠 줄도 모르고 한 마리 잡으면 어머니와 친구에게 잡았다고 손을 높이 들고 뿌듯함에 스스로 대견해하였다.

솔섬 산나리꽃
솔섬 산나리꽃
자란만을 굽어보는 솔섬 산나리꽃

솔섬은 봄철 진달래가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바위틈에 자란 산나리의 자태가 아주 요염하고 꽃잎에 까만 점이 더욱더 사람들의 눈길을 끌게 한다. 또한 바닷물의 짠 내를 맡아서인지 색깔이 진하고 뚜렷하여 사진에 담기에는 아주 적합하였다. 자라는 모양도 바위틈 어떤 곳이냐에 따라 내민 모습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각 방향에서 담아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아직은 아마추어이지만 동행한 세 사람은 아주 잘도 찍는 것 같았다. 뒤 따라다니면서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이다. 조개껍데기 밟는 소리가 또각또각 음악처럼 들려왔다. 그러면서 무조건 많이 찍어보는 것이 상책이다 싶어 샅샅이 카메라에 담는다. 특히 바위 지층 모습도 다르게 나에게 다가왔다. 각도에 따라 어떤 형상으로 상상하기도 하고 떠오르는 모습에 이름을 붙여 보기도 하면서 뙤약볕도 마다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솔섬에는 둘레길도 있지만 우리는 섬을 한 바퀴 돌아 들어가서 작은 섬 장여를 돌면서 나리꽃과 바위 지층의 묘미가 바다와 어우러지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다시 바다로 눈을 돌리면 갖가지 어구들로 해안에는 어부들의 삶이 널려져 있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란도라는 섬이 둥그렇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자란만이라고 이름이 붙여졌으리라.

바닷가에 정박한 배도 물살을 가르는 배도 크지는 않지만, 어촌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큰 밑천인 것만은 맞는 것 같았다.

자란만 포구
자란만 풍경

썰물이 나가듯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질 즈음 무리를 지어서 솔섬과 장여 사이에서 먼저 들어온 팀부터 빠져나가고 있었다. 해는 기울어져 가고 있어 우리도 장여를 돌아 나오는데 청각을 따는 부부가 바윗돌에서 몇 포대를 따고 있었다. 톳과 비슷하지만 청각이란다. 그 풍경이 아름다웠다.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아마도 전문적으로 채취하는 것 같지는 않는 것 같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솔섬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을 눈으로 담는다.

그것이 가슴에 오래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에 떠밀려 우리도 아이들의 뒤를 따라 솔섬과 장여 모습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다.

<글, 사진 = 박홍재>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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