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時調)가 있는 인저리타임] 간판 - 박홍재

박홍재 승인 2021.08.16 22:56 | 최종 수정 2021.08.18 10:05 의견 0

간판
                   박홍재

 

틈바구니 비집고서 
우뚝 내민 저 고개를

벽이나 허공까지 
가리지도 않는 얼굴

식단표 내보이면서 눈도 찡긋거리며

붙박인 자리에서 세차게 맞는 바람 
기웃대며 지나는 이 
옷자락 부여잡고
기어이 눈 마주치려 
더욱 크게 깜박인다

녹슨 어깨 삐꺽 이는 바람 소리 비켜 가도
맨 처음 먹은 마음 
흔들려도 꿋꿋하게
저무는 어스름 저녁 촉을 더욱 밝힌다 

<시작 노트>

옛날이나 지금이나 간판을 건다는 것은 자신의 생을 걸고 하는 생업이다.
하나라도 더 팔려고 간판을 특별나게 제작하여 손님들 눈에 띄게 하려 한다.
주인과 같이 손님을 맞는다는 간판의 애를 끓는 마음을 담았다.
요즘 코로나로 간판 불이 꺼지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언제나 사람들의 삶이란 항상 팍팍한 가운데 견뎌나가는지도 모른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고 가게마다 손님들이 넘쳐나기를 바란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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