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2) 골목 담장에 드리운 서정

박홍재 승인 2021.08.29 10:18 | 최종 수정 2022.08.06 12:03 의견 0

비가 내리려는지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자동차 앞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그쳤다 이어졌다 한다. 그래도 오늘은 꽃을 맞이하러 기운차게 출발을 한다. 목적지는 남평문씨 세거지인 전통마을 인흥마을(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 1리).

‘대구시 민속문화재 제3호. 11동. 11,701㎡. 약 300년 전에 남평문씨인 문재철(文在徹, 監正公)이 지금의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부근에 입향(入鄕), 정착하였다. 그리고 그의 5대손 문달규(文達奎)가 이곳으로 분가(分家), 정주(定住)하였다. 이곳은 남평문씨가 누대에 세거(世居)해온 전형적인 동성촌락(同姓村落)이다. 건축 연대가 200여 년이지만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문익점의 18대손인 문경호가 터를 닦은 곳이다(위키백과 인용)’.

인흥마을 주차장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목화 씨를 중국으로부터 붓 대롱에 숨겨 들어온 문익점 동상이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그 뒤로 목화밭이 펼쳐져 있고, 기와집 담장이 이웃집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뒤로는 아담한 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 아래에 비를 맞으며 그냥 보아도 고택의 면모를 느끼게 해 주었다.

벌써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다. 주위는 안개비가 산을 덮고 들판을 꾸며주면서 농촌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황톳빛 골목으로 접어들면서 각을 잡아보며 렌즈를 비추어 본다. 좀 더 한적한 골목을 돌아서 간다. 마침 족제비 한 마리가 쏜살같이 담 밑을 통해 풀숲으로 사라진다. 보기 드문 동물인데 여기에서 만나다니 반갑다.

골목에는 우산을 쓴 여자분들 모습이 능소화와 어울려 더욱 사진 풍경 폭을 넓혀준다. 능소화는 더욱더 싱싱한 줄기를 들고 담장 너머로 조붓이 내다보고 있다. 주위에는 논에 벼들이 녹색을 이루고 있고, 소나무가 비를 맞는 모습이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한 폭의 풍경화를 본다.

붉은 흙담에 비가 내리고 능소화가 능청거리며 빛을 더욱더 싱싱하게 뽐내준다. 연신 셔터를 누른다. 담 밑에 떨어진 꽃잎도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낙과도 색깔이 능소화와 보색으로 어울려서 더 자연스럽게 풍경에 덧칠해 준다.

골목을 돌 때마다 눈에 비치는 모습은 새롭다. 사진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나름대로 한 컷을 한다는 꾼들은 여기로 모이는 것이다. 항상 가는 곳마다 그 시기에 피는 꽃과 맞물려서 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것 하나도 눈에 들지 않는 것이 없다. 해바라기꽃이 능소화의 주황색 곁에 노랗게 피어서 담장에 발돋움하고 있다. 구름에 얹히면서 새뜻한 맛도 드러낸다. 우산을 쓰고 밭에 나온 동네 사람의 모습이 더욱더 다정다감하게 카메라에 와 꽂힌다.

동네 골목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데 아담한 탑이 너른 터에 자리한 것이 더욱더 옛날 사람들이 정착하게 한 이유를 느끼게 한다. 요즈음 시대에 잘 어우러져 있는 아늑한 살기 좋은 터에 자리 잡은 선조들의 안목에 그냥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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