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1) 길을 나서면 길이 열린다

박홍재 승인 2021.08.20 21:24 | 최종 수정 2022.07.24 13:18 의견 0
도솔암 [사진=박홍재]

떠남은 설레임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새로움에 대한 설렘과 함께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말이다. 그러나 떠남을 반복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설렘이 먼저 다가온다.

카메라를 든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처님 오신 날 문을 여는 도솔암과 지리산 칠 암자 순례에 동행하지 않겠느냐고? 어디든 가고 싶은 마음으로 도사리고 있던 나에게는 기쁜 소식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지리산 칠 암자(도솔암-영원사-상무주암-문수암-삼불사-약수암-실상사) 14.5km 순례길에 나섰다. 도솔암으로 오르는 길은 1년에 한 번 개방하는 코스라 각 산악회의 많은 사람이 북적였다. 초파일 등 하나를 달면서 더욱더 정진하여 시끄러운 세상에 밝은 등불을 밝혀 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다시 영원사 언덕에서 바라보는 산그리메는 연둣빛으로 그려져 있어 탐스럽기 그지없다.

삼불사 [사진=박홍재]
삼불사 [사진=박홍재]

상무주암은 떡과 과일을 놓고 먹을 수 있게 자비의 터를 만들어 놓아 가피를 입는 양으로 떡 한 조각을 먹었다. 의미를 더하니 맛이 산골을 덮는다.

상무주암과 문수암 사이에 샘물은 땀을 흘린 우리에게 더욱 달았다. 문수암에서 펼쳐진 앞 풍경은 터를 잡은 이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녹색 지붕을 한 집 한 채가 그림처럼 앉아 있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삼불사를 거쳐 약수암에 오니 탐스럽게 핀 불두화(수국) 동산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저절로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이 가까워져 온다는 생각에 이마에 밴 땀을 씻는다. 약수 한 잔을 들이켜며 다음 실상사를 향했다.

실상사 [사진=박홍재]
실상사 [사진=박홍재]

실상사에는 초파일 등이 켜져 있고 등을 들고 경내를 돌고 있었다. 그 광경은 젊은 시절 불청 시절에 해보고 오랜만에 보게 되니 또한 새롭다. 마지막 실상사에서 오늘도 첫걸음이 무사히 마칠 수 있게 해 준 오늘이 고맙고 고마웠다.

나날이 이어질 다음 행선지에 기대가 부푼다. 첫 칠 암자 순례는 마치면서 부처님 터를 밟았다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한다.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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