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마음을 씻고, 여백에서 쉼을 즐기라 ... 점점 깊어지는 소리가 들리리"
박홍재 시인, 두 번째 시조집 《바람의 여백》 출간
조송현 기자
승인
2021.09.18 09:37 | 최종 수정 2021.09.2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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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재 시인이 두 번째 시조집 《바람의 여백》(책만드는집)을 냈다. 《말랑한 고집》(고요아침)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시조집의 성격은 〈시인의 말〉이 함축적으로 잘 전해준다.
바람이 부는 곳은
색깔이 입혀진다
지나온 그 자리에 무엇이 남아있나
허공을 올려다봅며
잠시 멈춰 봅니다.
문학평론가 김태경 시조시인은 해설에서 "바람은 불어야 제맛이지만, 멈추면 여백을 만든다"고 표제를 풀이했다. 여백은 쉼이어야 하며, 쉼이란 '멈춰 섬'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깊어짐'을 일컫는다고, 그래서 《바람의 여백》은 깊어지고 싶은 사람에게 도착한 초대장이라고 했다. 고급지면서 에둘러 표현한 상찬이다.
시편들은 시인이 찾은 노동현장이나 시장 등에서 보고 느낀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다. 시인의 붓길은 생생하게 되살린다.
강바닥 우려낸 향 양동이 이고 간다
똬리가 받쳐줘도 눌린 만큼 힘겹다
간신히
ㅡ 재첩국 사이소!
골목 안이 아려온다
한 그릇 파는 동안 동동 뜨는 재첩 국물
휘휘 저어 국자 그득 덤으로 퍼주면서
애절히
ㅡ구수합니데이!
고무줄을 묶는다
담장을 끼고 돌면 우리 집 앞 골목 막타
아이들 대문 앞에 기다리는 착각 속에
까무룩
ㅡ어쩐 일인가?
헛된 꿈을 잠시 꾼다
남의 허기 달래주면 내 허기는 질러온다
마지막 남은 국물 짜내듯이 외쳐본다
악물고
ㅡ해장하이소!
질긴 메아리 울린다
〈재첩국 아지매〉 전문
마치 재첩국 파는 아지매의 동영상을 보는 듯하다. 나아가 굴곡진,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드는 그녀의 삶까지 엿보게 한다. 그러면서 마음의 정화를 느끼게 해준다.
박홍재 시인은 2008년 「나래시조」로 등단해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예감' 동인,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며 2019년 부산시조작품상을 수상했다.
박 시인은 "완성이 아닌 과정을 뚝 잘라 내보인다는 생각에 다소 면구스러움도 없지 않다"며 "한층 더 완성된 작품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본다"고 말했다.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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