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시인의 렌즈로 보는 풍경 그리고 길】(47)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과 정자 명옥헌

박홍재 기자 승인 2022.08.01 20:19 | 최종 수정 2022.08.05 16:45 의견 0

부산은 이렇게 우산을 들어야 하는데 담양에는 비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상예보라 일단 떠나본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속으로 약간 걱정은 된다. 아침 첫 시내버스를 타고 6시 교대 앞에 도착. 비가 내리지만 출발한다. 

낙동강을 건너가는 동안 비가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함안을 지날 때쯤 비가 오지 않네. 서부 경남으로 가면 갈수록 비는 아예 바닥이 뽀얗게 말라 있어 그럼 담양에도 비는 오지 않겠지?

산청 휴게소에서 차 한잔하면서 주위를 살피니 산 위에는 안개가 드리우고 있어 몽환적인 분위기이다. 휴게소 언덕 위 소나무가 안개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 보인다. 8시경 광주대구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날씨에 대한 걱정은 잊은 채 달려서 순창요금소를 9시경에 빠져나간다. 차창에 비가 한 방울씩 듣는다.

47-1. 차도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늘어선 담순로

담양에 대한 기대가 한껏 올라 있는데, 담순로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달린다. 좌우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탄복한다. 속으로 내려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에 그냥 지나칠까 봐 은근히 걱정하였다. 무려 8.5km의 가로수길이다.

여기가 영산강 유역이란다. 글쎄? 그렇지. 영산강 발원지 용소가 담양에 있다는 걸 생각해 내었다. 가로수 길 건너편에는 영산강 물줄기가 흐르고 있다. 호남의 젖줄을 물고 있는 고장이다. 더 기대가 크다.

차로가 끝나 갈 즈음 차를 곁에 세운다. 이게 웬일인가? 우리를 맞이하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사진 찍기에는 크게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 찻길을 찍는다. 아무리 들이대어도 성이 차지 않을 정도이다. 오가는 차를 피해 담는다. 우리가 사진에서 보는 가을의 모습이지만, 녹색으로 감싼 도로는 더 멋있어 보인다. 굽어진 길을 도로 이쪽저쪽에서 찍으면서 가슴에 마음에 카메라에 담는다. 산 아래 안개 낀 마을이 아련히 보인다.

47-4. 꼭지점이 보이는 가로수길 (1)
꼭지점이 보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도보 길로 가서 걸을 준비를 하고 걷는다. 생태 숲 메타길 이야기가 8폭 병풍처럼 안내가 되어 있다. 나무에 향기가 가슴 깊숙이 와 닿는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1972년 담양군(제19대 군수 김기회)에서 국도 24호선 군청에서 금성면 원율 삼거리 5km 구간에 수형이 아름답고 빨리 자라는 5년생 메타세쿼이아 1,300본을 심어 조성된 길이다. 이후 주요 도로에 4,700여 그루를 심어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탄생시켰는데 메타세쿼이아 나무이다. 담양이라 하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전국에 알려졌다. 꼭 한번 걷고 싶은 길,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거리 숲 부문 대상 수상, 한국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 선정, 걷는 길은 3구간에 2,100m이다.’<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소개 글에서>

이처럼 앞날을 내다보는 선각자들이 나라에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우리나라를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어 나가고 있다. 

47-2. 도보 첫머리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첫머리

입구에 입장료를 내고 걷는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랜드’라고 한복판에 서 있고, 오른편은 입구, 왼편은 출구라고 안내되어 있다. 혹시 비가 올까 가지고 온 우산이 가로수길에 소품으로 사용된다. 양옆으로 줄을 서 있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사열하듯 위엄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초록과 녹색으로 한껏 멋을 부린 나무들이 양옆에 굵다란 모습에 더욱 마음은 매료되어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의 끝을 향해 걷는다. 어느 것 하나 놓칠 것 없는 풍경이다. 비가 오락가락하니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어쩌다 몇 사람씩 보인다. 거의 동네 사람인 것 같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에서 필자

중간중간에 길로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는 초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한 사람씩 배치해 두고 있었다. 가로수길에 빠져서 걷다 보니 가로수 밖에는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눈길을 돌려지지 않았다.

47-6.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이 정답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걷는 노부부의 모습이 정답다.

한 분은 차를 가지고 우리가 걷는 마지막 지점에 간다고 뒤돌아 갔다. 메타 스토리 근처에서 토끼 한 마리가 깡충깡충 뛰어놀고 있다. 그러더니 개가 있는 곳에 가더니 개와 함께 놀자고 자꾸 건드린다. 개는 귀찮다는 듯이 자꾸 피하고 있다. 참 보기 드문 일이다. 토끼가 귀엽다가 기특해 보인다.

47-8. 조형물 속에 들어간 개구리 생태공원
 조형물 속에 들어간 개구리 생태공원

조금 걸어가니 학동 교차로 부근에 영산강이 흐르며 펼쳐진다. 영산강 물 위로 가로수가 물 위에 데칼코마니를 이루어주니 카메라 렌즈는 들이댄다. 징검다리도 놓아두어서 더욱 경치를 더 아름답게 해 준다. 작은 정자도 곳곳에 두어 비가 내릴 때는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이쪽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개구리 공원과 에코센터가 가로수를 바라보고 서 있다. 

47-7. 영산강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영산강에 비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녹색이 주는 향기를 가슴 가득히 채우고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명옥헌으로 돌린다.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여행객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인사 같다.

산덕리 마을 골목길을 거쳐 걸어가니 백일홍이 어우러진 연못이 있다.  

‘명옥헌(鳴玉軒) 원림은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에 명승 제58호이다. 오희도(吳希道, 1583-1623). 자(字)는 득원(得原), 호(號)는 명곡(明谷). 1602년 사마시에 합격하고 1623년(인조 1년) 알성문과(謁聖文科)에 합격하였다. 예문관(藝文館)의 관원으로 천거되었고, 기주관(記注官 : 역사의 기록과 편찬을 담당한 사관)을 대신하여 어전에서 사실을 기록하는 검열(檢閱)에 제수되었으나 곧 사망하였다. 이에 아들 오이정이 부친의 뒤를 이어 이곳에 글을 읽고 많은 저술을 남긴 별서 정원이다. 명옥헌 원림은 주변의 자연경관을 도입한 정사(亭舍) 중심의 자연 순응적인 전통 정원 양식이지만 전(前)과 후(後)의 조선 시대 전통적인 ‘방지중도형(方池中島形)’의 지당부(池塘部)를 도입하였다. 전(前)의 지당부는 명옥헌의 북쪽에 위치하며 그 높이 차이는 약 6.3m이다. 동서 너비 약 20m, 남북길이 약 40m 크기를 갖는 방지의 중심부는 원형의 섬이 있으며 주위에 약 20주의 자미 나무가 심겨 있는데, 수령은 100여 년 정도이다. 명옥헌의 동쪽에 자리 잡은 지당(池塘)은 동서 16m, 남북 11m 크기이다. 이 지당은 1979년 여름에 조사 발굴된 것으로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계류의 물을 끌어 채운 것으로 북과 서쪽에 자미 나무가 심겨 있다. 정자를 세우고, 연못을 파고, 적송과 백일홍을 심었다.’ <명옥헌 소개 글에서>

47-3명옥헌 정경
명옥헌 전경

명옥헌 정자는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관광객들이 여기저기서 사진 찍느라 전체를 보지도 않은 채 작은 것에 매달리는 격이다. 우리도 하나씩 관찰하듯 사진을 찍으면서 명옥헌 정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연못은 잘 정돈이 되지 않아서 자연 그대로 모습으로 있어 더 자연스러웠다. 어디에 가나 삼각대를 놓고 사진기를 걸어 놓고 순간을 포착하려는 사진가들이 있듯이 여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백일홍꽃이 마침 내리는 비에 맞아 이슬을 머금은 듯이 빨간 꽃잎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황홀할 지경이다.

47-4명옥헌에서 바라보는 연못 정경
명옥헌에서 바라보는 연못

명옥헌 정자에 다다르니 관광객들이 쉼터로 사용하듯이 누워 있거나 사진 찍느라고 알짜배기로 찍기는 힘이 들었다. 기다리면서 가장 사람이 적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찍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한 바퀴 돌아가면서 정자를 바라본다. 멀리도 조망해 보면, 참 명당에 자리했다는 것을 느낀다. 과연 이 자리가 정자를 짓는 이의 소유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서슬 퍼런 조선 시대에 양반이라는 명분으로 무지렁이의 땅이라면 무조건 거둬들여 자신의 명리를 취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가진다.

47-10명옥헌 뒷마당에서 바라보는 앞문에 풍경
뒷마당에서 문을 통해 바라본 명옥헌 앞마당 풍경

우거진 숲속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으니 정취가 더욱더 취하는 것 같다. 오래된 백일홍 나무에서 그리고 적송의 힘찬 하늘을 향한 가지들도 생기가 있어 보인다. 

백일홍 군락이 형성된 곳에 꽃이 빨갛게 피어서 절정을 이룬 것 같았다. 찍고 또 찍는다. 전체도 찍고 부분도 찍으면서 지고 나면 또 피고를 거듭하다 보니 백일 동안에도 계속 피어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이니 말이다.

만발한 백일홍 

다시 뒤돌아 나오면서 우거진 명옥헌의 아름다움을 다시 카메라에 그리고 마음속에 담아본다. 연못에 내리는 빗방울이 이따금 소리를 내며 길을 재촉하는 것 같다. 

 

명옥헌 백일홍
                 박홍재

 

누구를 사랑했나
무엇을 찾아왔어

빛고운 그녀에게
눈시울 붉히도록

내 사랑
눈맞춤 하러
먼 길 돌아왔었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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