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위 가까이에 있는 것에 약간 등한시할 때가 있다. 가장 필요하면서 가장 많은 것, 산소와 물, 자연이 주는 것들이 얼마나 사람이 살아가고 지탱해 나가는 데 필수 요소인 것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우리 주위에 있는 것 중 귀중함을 못 느끼고 그냥 먼 곳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항상 부산을 떠나서 먼 곳을 향하던 렌즈를 주위로 돌려보았다. 우리 주위는 손꼽아 보면 많은 것을 곁에 두고 살아가고 있다. 자족하지 못하고 있다. 멀리 있는 사람들은 부산을 향해 오고 싶은 마음은 항상 손꼽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부산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은 여행 가고 싶은 곳으로 부산이 한 두 손가락에 들 정도로 매력이 있는 도시이다. 그러면서 자연환경이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이다. 해운대, 태종대 등 유명한 곳은 빼도 말이다.
산, 강, 바다 세 가지를 갖춘 도시가 세계에서도 드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고 그만큼 드물다. 그 세 가지를 갖춘 곳이 부산이다. 첫째로 산, 금정산이 있고, 둘째로 강, 낙동강이 있고, 셋째로 바다. 동해, 남해를 아울러 끼고 있는 도시이다. 이런 곳이 세계에도 우리나라에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이다. 한번 찾아보면 그런 곳이 드물다.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보다 소소한 여행하기로 한다. 여름에 매력을 발산하는 연꽃을 보러 간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시간에 짬을 내어 연꽃을 보아오던 곳인데, 한동안 뜸해 있어서 궁금하기도 하였다.
금정구청에서 오른편 도로로 가면 금정문화회관 앞을 지나 동래여고를 따라 가면 뒷길로 연결된 길을 가면 스포원이 나오고, 두구동에 들어선다. 새롭게 생기는 도시가 형성 중이다. 선두구동 행복복지센터 뒤편에 있는 소류지로 간다. 아니나 다를까 길가에 차들이 들어차 있다. 하지만 자그마하다 보니 빨리빨리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자리를 잡고 보니 여전히 팽나무가 무성한 잎을 달고 늠름한 모습으로 앞에 서 있다. 몇 해 동안 못 본 사이에 훌쩍 자라난 것 같다. 지금 한창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있는 팽나무가 우영우 변호사 드라마를 타고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 팽나무 너도 좋은 환경을 가졌으니 언제쯤 너를 찾아와서 연꽃과 연결하여 좋은 이야기가 꾸며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마음을 전하고 나니 팽나무도 바람에 대답이라도 하듯 흔들린다. 변화는 그렇게 모르는 사이에 자라고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삶 역시 그렇게 흘러가고 오고 하는 것이다.
소류지 둑을 한 바퀴 돌아본다. 얼마 전에 연꽃 축제를 치른 뒤라 많은 사람이 붐비지는 않는다. 고개를 돌리니 지척에 내가 몸담았던 회사가 더 확장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그때로 돌아가 본다. 좋고 나쁘고 말고 나의 청춘이 고스란히 녹아나 있던 곳이다. 지금은 필요가 없을 굴뚝이 높이 솟아 있다. 그 애환이 생각나니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지나간다.
카메라를 연꽃에 옮긴다. 그런데 둑 가에 핀 코스모스가 더 아름답게 피어 있어 연꽃에 눈이 더 가지 않는다. 흰 연꽃이 보일 뿐 연분홍 꽃은 보이지를 않는다. 서로가 조화를 이루면 더 보기에도 좋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옛날처럼 많지 않은 이유인 것 같다. 전에는 구청에서 관리하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돌아 나와서 두구동 골목길로 들어가면 도시적이면서도 시골 적인 요소를 가진 집들이 눈에 띈다. 꾸며놓은 정원이 아름답다. 이곳을 꼭 한 번 둘러보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찬찬히 둘러보면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
부산에서 7번 국도를 타고 울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아미타 부처님이 정좌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광명전 옥상에 모셔진 아미타불 높이 21m 전체 높이 45m이다.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곳이 “일평생을 부처님 덕으로 살아오며, 부처님의 가피로 자연히 이루어진 재물이니 이제 부처님께 돌려드린 것뿐”이라고 하신 하도명화(1923~2015) 보살님이 일만 오천 평의 신창농원을 헌납하여 생긴 홍법사이다.
2002년에 첫 법회를 봉행한 이후로 심산 스님이 주지로 있으면서 불교 포교에 전념하고 있다. 대광명전은 법회 장소로 그 크기가 가히 입을 벌릴 정도로 크고 그 위용도 대단하다. 저절로 손을 모은다.
안으로 들어가면 높은 불상은 그렇다 치더라도 넓은 마당을 만난다. 잔디로 꾸며져 있고 여기저기 꽃과 나무, 그리고 부속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능소화가 늘어져 있는 곳을 지나가면 작은 연꽃 연못이 있다. 녹색 마당이 주는 청량함은 눈을 가장 안정적으로 해 준다. 자신의 전 생애를 불법에 바친 하말분 도명화 보살의 결실처럼 연꽃이 지고 열매를 맺은 연자(蓮子)가 연방에 까만 씨를 품고 있었다. 절 앞 자그마한 흉상이 보살님의 불교 사랑에 바친 공덕을 대신하고 있다. 손을 정성껏 모아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절을 나와 송정천을 건너 울산 쪽으로 간다. 영천초등학교를 지나고 임기 마을을 지나 창기에 도착한다. 법기 수원지로 향해 오른편을 돌아 7번 국도 아래로 가로질러 간다. 큰 주차장이 세 개나 있을 정도이다. 제일 위쪽에 주차하고 작은 가게 거리를 지나가니 수원지 정문이 나온다. 정문에 근무하시는 분이 나와 계시다가 인사를 건넨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니, 히말라야 시다 나무가 안타깝게도 1980년 7월 21일 오후 7시경 벼락을 맞아 생을 마감한 ‘벼락 맞은 나무’라는 팻말이 붙은 화석이 된 나무가 앙상하게 서 있다. 입구에서 바로 바라보니 히말라야 시다(개잎갈나무)가 높이가 30m 되어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이다. 입구에서 사열하듯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사열을 받듯이 양옆으로 늘어선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어서 수원지 둑 아래에 도착하여 계단을 타고 못 둑을 오른다.
오르면서 히말라야 시다 나무와 못 둑 높이가 거의 같은 듯이 키가 크다. 오르는데 못 둑에 싱싱한 소나무를 발견하였다. 하늘을 이고 선 소나무의 위용이 또한 대단하다. 여기에 오면 나무들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법기 수원지는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198-13에 위치한다. 2011년에 개방되었다. 관리면적 6,805천㎡이다. 1927년 착공하여 1932년 준공한 용수 능력 8,400㎥/일로 흙댐이고, 길이 260m, 높이 21m, 폭 6m이다. 상수도 공급지역은 8,000세대이며 금정구(선두구동, 남산동, 청룡동, 노포동), 기장군(철마면) 일부의 먹는 물로 사용 중이다.’<법기 수원지 소개 글에서>
못 둑은 비스듬하게 쌓은 위에 연초록 풀들이 자오록하게 자라고 있다. 눈이 맑아진다. 초원을 떠올려 본다. 그 위에 소나무의 기상이 가지를 뻗어 하늘을 향해 있는 그림이다. 빨리 올라가 보고 싶어진다.
‘법기 수원지 반송은 자태가 우아하고 수령이 130년(2015년 기준)되었다. 댐그루가 일곱 그루가 있다(칠형제 반송) 이 일곱 그루를 건설 당시(1927~1932)에 어른 20여 명이 목도하여 댐 위로 옮겨 심었다 하니 심을 당시 벌써 수령이 50년 이상인 것임을 알 수 있다.’<소개 글에서>
올라가서 수원지를 보니 가뭄으로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무넘기(홍수 시 만수위로 넘는 수량을 안전하게 방류하기 위해 만든 시설)쪽에서 오리 떼가 손님맞이로 푸드덕 물보라를 일으킨다. 무넘기는 바짝 말라 있어 언제 물 구경했는지 풀들만 무성하다. 그래도 저 산골짜기로 푸름이 산그늘과 함께 남은 물에 비치고 있다. 물이 차지 않은 곳은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보다도 반송의 위엄에 놀라고 있다. 솔가지 수는 큰 것만 15~20가지로 45도 정도로 양옆을 뻗어 있다. 거기에 다시 가지가 뻗어 촘촘하게 가지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다. 그 기세가 등등하다. 소나무의 든든한 기를 마음껏 호흡해 본다. 둑의 넓이가 넓으므로 반송을 품에 안고도 여유롭다. 한 그루, 두 그루, 세 그루 마지막 일곱 그루를 만나는 동안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당당하고 의젓해 보인다. 이렇게 만나는 반송마다 다른 모습으로 가슴에 와 안긴다. 가슴이 꽉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려오면서 다시 바라보고 다시 쳐다보면서 세세손손 전하여져 그 푸름이 하늘에 닿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누구나 아이들 데리고 와도 되는 곳이다. 간편하게 와서 수려한 자연 경치도 경치지만, 신선하고 맑은 공기와 나무의 기상을 바라보면 그것으로 치유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봄이면 벚꽃이 수려하게 피고 히말라야 시다와 편백 나무 숲 그리고 못 둑을 오르는 하늘 계단, 반송은 언제나 푸르게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간편한 복장으로 마음 가볍게 한 번씩 가볼 일이다.
부산 근교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모르고 숨어있는 자연환경을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는 곳이라 더욱 가볍다.
<글, 사진 = 박홍재 객원기자, taeyaa-park@injurytime.kr>
◇박홍재 시인은
▷경북 포항 기계 출생
▷2008년 나래시조 등단
▷나래시조시인협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회원
▷세계시조포럼 사무차장(현)
▷부산시조시인협회 부회장(현)
▷시조집 《말랑한 고집》, 《바람의 여백》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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