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59) 부귀영화로 말하자면 산속의 꽃과 화분 속의 꽃과 화병 속의 꽃이 있나니 …

허섭 승인 2021.02.27 19:11 | 최종 수정 2021.02.28 14:1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059 - 부귀영화로 말하자면 산속의 꽃과 화분 속의 꽃과 화병 속의 꽃이 있나니 …

부귀 명예가 도덕으로부터 온 것은 
마치 산속의 꽃과 같아 저절로 무럭무럭 자라 번성하며

(부귀 명예가) 공적으로부터 온 것은 
마치 화단의 꽃과 같아 곧 옮겨지며 흥하고 쇠함이 있다.

혹여 (부귀 명예가) 권력으로 얻은 것이라면 
마치 화병 속의 꽃과 같아 그 뿌리가 없기에 
그 시듦 또한 (서서 기다릴 수 있을 정도로) 잠깐일 것이다.

  • 自(자) : ~로부터, ~에서. 유래나 출발점을 나타내는 조사.
  • 自是(자시) : 스스로 ~하다, 저절로 ~하다.
  • 舒徐(서서) : 서서히 잘 자람.  舒는 ‘펴다, 퍼지다’ 의 뜻.
  • 繁衍(번연) : 무성하게 번성함.  衍은 ‘퍼지다, 넘치다’ 의 뜻.
  • 盆檻(분함) : 화분과 화단.
  • 遷徙(천사) : 이리저리 옮김. 徙는 ‘移(옮길 이)’ 와 같은 뜻이다.  이사(移徙)
  • 廢興(폐흥) : 망하거나 흥함. 여기서는 피어나거나 뽑히기도 한다는 뜻이다.
  • 甁鉢(병발) : 화병.  鉢은 그릇(바리때).
  • 萎(위) : 시들다.
  • 立而待(입이대) : 서서 기다리다. 서서 기다려도 될 정도로 몹시 빠름을, 오래가지 못함을 이르는 말.
  • * 如(여)나 若(약) 모두 ‘같다’ 의 뜻이나, 둘 다 ‘만약(if)’ 의 뜻으로도 쓰인다.
황신(黃愼, 청, 1687~1770) - 시화도(詩畵圖) 1(오른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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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귀영화(富貴榮華)가 권력에서 온 것이라면 화병 속의 꽃과 같아 이내 곧 시들 것이며, 공적에서 온 것이라면 화분 속의 꽃과 같아 시세(時勢)에 따라 부침(浮沈)이 있을 것이며, 그것이 도덕이나 인품에서 온 것이라면 숲 속의 꽃처럼 무럭무럭 자라나 번성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듯 부귀와 명예를 식물의 자생력과 결부시켜 비유한 것은 매우 참신한 발상이다. 누가 듣더라도 그 비유의 적절함에 수긍하여 이 참된 진리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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