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42) - 미혹하여 어려움에 처한 자를 한마디 말로 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한량없는 공덕이리라

허섭 승인 2021.05.19 13:11 | 최종 수정 2021.05.21 16:31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42 - 미혹하여 어려움에 처한 자를 한마디 말로 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한량없는 공덕이리라.

군자로 가난하여 재물로 남을 도울 수 없는 자는
다른 이가 미혹에 빠졌을 때에 한 마디 말로써 그를 이끌어 깨우쳐 주고
위급한 처지에 있을 때 한 마디 말로써 그를 빠져나오게 구출한다면
이 또한 한량없는 공덕이 아니겠는가!

  • 濟物(재물) : 재물로 남을 구제(救濟)함.
  • 遇(우) ~ 處(처) : ~한 경우에는. 어떠한(~) 지경(處)에 처함(만남). 
  • 痴迷(치미) : 어리석어 미혹(迷惑)에 빠짐.
  • 提醒(제성) : 이끌어 깨우쳐 줌.  醒은 ‘술깰 성’ 이지만 ‘깨달음(覺醒)’ 의 뜻으로 쓰임. 醒은 惺과 같은 뜻이다.
  • 急難(급난) : 위급한 처지.
  • 解救(해구) : 풀어서 구해 줌.
  • 無量功德(무량공덕) : 헤아릴 수 없는 공덕, 즉 무한한 공덕.  量은 원래 ‘헤아리다’ 의 뜻이다.   * 量은 자루의 里(윗부분을 열어) 曰(됫박)으로 내용물을 재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그 내용물이 주로 곡식이었기에 米를 붙이면 양식 糧이 되는 것이다.
142 신사임당(師任堂 조선 1504~1551) 수박과 들쥐 34+28.3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師任堂, 조선, 1504~1551) - 수박과 들쥐

◈ 가난한 여인의 등불(貧者一燈빈자일등)  - 『현우경』제3권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습니다. 프라세나짓 왕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등불을 공양하여 부처님과 제자들이 밤에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였습니다.

하루하루 동냥으로 살아가던 가난한 여인이 있었는데 이 여인도 자신도 복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하여 하루 종일 동냥해서 모은 동전 두 닢으로 기름을 사서 등불을 공양하였습니다. “부처님, 제가 이 등불을 올린 공덕으로 다음 생에 성불하게 해 주십시오!” 하고 원(願)을 올렸습니다.

밤이 깊어 제자들이 등불을 하나 둘 끄기 시작했는데 저쪽 구석에 있는 초라한 작은 등불만은 아무리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아난다여, 헛수고 하지 마라! 그 등불은 비록 작지만 가난한 여인이 정성을 들여 밝힌 것이니 너의 힘으로는 끌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여인은 그 등불을 밝힌 공덕으로 미래세에 반드시 부처를 이루리라!” ‘부처를 이루리라’ 라고 예언하는 것을 수기(授記)라고 하는데 부처님은 이런 수기를 그 가난한 여인에게 주신 것입니다.

※ 불법이란 참으로 미묘한 것입니다. 백이나 천을 보시하고도 하나를 얻지 못할 때가 있고, 하나를 보시하고서도 백이나 천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이 가난한 여인이 비록 보잘것없지만 자신이 가진 전부를 바쳤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원을 세우되 내세에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달라고 빌지 않고 부처님처럼 깨닫게 해달라고 발원한 사실일 것입니다.

이 가난한 여인의 이야기는 성경(누가복음 21장 1~4절)에서 딸랑 동전 두 닢을 성전에 바친 과부의 이야기로 재차 등장합니다. 이 여인들이야말로 진정 하느님 나라의 주인이 되기에 합당한 ‘마음이 가난한 자’ 가 아닐는지요?

오늘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우리들의 가슴에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 하나가 늘 켜져 있기를 빌고 또 빕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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