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5) - 인정의 부박(浮薄)함은 빈천한 사람보다 부귀한 사람이 더하고, 시기와 질투는 남보다 골육간이 더 심하다

허섭 승인 2021.05.15 10:04 | 최종 수정 2021.05.15 10:15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출처 : 인저리타임(http://www.injurytime.kr)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35 - 인정의 부박(浮薄)함은 빈천한 사람보다 부귀한 사람이 더하고, 시기와 질투는 남보다 골육간이 더 심하다.

더웠다 식었다 하는 인정(人情)의 부박(浮薄)함은 
부귀한 사람이 빈천한 사람보다 더욱 심하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남들보다 골육간이 더욱 심하다.

이런 가운데 만일 냉정함으로 임하지 않고 
평정(平靜)한 기운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번뇌 속에 앉아 있지 않는 날이 거의 없을 것이다.

  • 炎凉之態(염량지태) : 더웠다 식었다 하는 변덕스러운 인정을 말함.
  • 於(어) : ~보다.  * 於는 우리말의 처소격조사(-에)에 해당하는데 때로는 비교격조사(-보다)로도 쓰인다.
  • 骨肉(골욕) : 피붙이(血肉), 친족, 육친.
  • 尤很(우흔) : 더욱 사납다, 더욱 심하다.  很(패려궂을 흔)은 佷(어그러질 한)과 동자로 원래 ‘悖 어그러질 패’ 의 뜻이나 狠(사나울 한)과 통용함.  * 많은 판본에 狠으로 되어 있다.
  •  * 패려(悖戾)궂다 :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고 매우 사납다.
  • 外人(외인) : 바깥사람, 곧 집안이 아닌 사람, 타인(他人).
  • 冷腸(냉장) : 냉정한 마음. 냉철함.
  • 御(어) : 부리다, 다스리다, 제어(制御)하다.
  • 鮮(선) : 드물다, 거의 없다.
  • 平氣(평기) : 평정(平靜)한 기운. 안정(安定)된 기운.
  • 煩惱障(번뇌장) : 번뇌. 번뇌가 열반(涅槃)에 들어가는 데 장애(障碍)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 鮮不日~矣(선불일~의) : ‘ ~ 하지 않는 날이 드물다’ 라는 관용구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135 이정(李楨 조선 1578~1607) 기섬도(騎蟾圖) 30.3+23.9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이정(李楨, 조선, 1578~1607) - 기섬도(騎蟾圖)

◈ 형제간이 다 잘살기 어렵다면 우애를 위해서는 차라리 모두 조금 어렵게 사는 편이 낫다.

이 장의 말씀을 두고 드러내놓고 ‘맞아, 맞아!’ 라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참으로 그래.’ 라고 수긍할 것이다. 세상의 인심은 ‘있는 놈이 더하고’ ‘있는 놈한테 더 잘하는’ 것이 실상(實狀)이고, 그래서 없는 놈은 ‘항시 배가 아픈’ 법이다. 이런 사정을 좁혀 한 가족, 가문을 들여다보자.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냐’ 마는 부모의 마음과 달리 자식들이 분가하여 각자 살림을 이루면 잘사는 놈도 못사는 놈도 있어, ‘모두 지 팔자 소관이라’ 여겨도 부모의 마음은 늘 편치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자식들이 착해 잘사는 놈들이 못사는 놈들을 도와 오순도순 함께 살아간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베푸는 놈과 도움을 받는 놈들의 마음이 갖가지인지라 당사자들은 물론 부모의 마음고생 또한 없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식들의 형편이 고르지 못해 서로 아웅다웅하는 꼴을 보면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상할 것인가? 그럴 때면 부모 된 심정으로는 ‘차라리 이럴 바에야 모두 못살면 마음이라도 편치…’ 하는 생각이 어찌 안 들 수 있겠는가?

많건 적건 부모가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 그 즉시 형제간의 우애(友愛)는 깨지고 마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세상이 어찌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옛말에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란 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차라리 이럴 바에야…’ 하는 부모의 그 마음을 헤아린다면 형제 간에 재산으로, 돈으로 우애에 금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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