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1) - 착한이도 미리 칭찬하지 말며 악한 이도 미리 발설하지 말라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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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19:06 | 최종 수정 2021.05.11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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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 착한이도 미리 칭찬하지 말며 악한 이도 미리 발설하지 말라.
착한 사람도 빨리 친해질 수 없을 때에는 미리 칭찬하지 말라.
(시기하는 자들의) 간악한 참소가 있을까 염려된다.
악인일지라도 쉽게 물리칠 수 없다면 미리 발설하지 말라.
(앙심을 품은 자의) 모해(謀害)하는 재앙을 부를까 염려된다.
- 未能(미능) : 능히 ~할 수 없다.
- 急親(급친) : 빨리 사귐.
- 未能急親(미능급친) : 빨리 사귈 수 없다.
- 不宜(불의) : ~함이 옳지 않다. 즉 ~하지 말라.
- 預揚(예양) : 미리 칭찬함.
- 恐來(공래) : ~이 올까 두렵다. 여기서 來는 ‘오다’ 의 본래 의미보다는 미래시제의 의미로 쓰인 것이니, ‘ ~할까(~이 있을까) 염려된다’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 讒譖(참참) : 참소(讒訴), 모함(謀陷). 讒이나 譖은 모두 ‘헐뜯다’ 의 뜻이다.
- 輕去(경거) : 쉽게 물리침.
- 未能輕去(미능경거) : 쉽게 멀리 할 수 없음, 가볍게 내쫓을 수 없음.
- 先發(선발) : 미리 발설함.
- 媒蘖(매얼) : 본래 ‘효모(酵母)와 누룩’ 으로 술을 빚는 것을 뜻하지만, 전(轉)하여 ‘죄를 만들어 모해(謀害)하다, 죄에 빠트리다’ 의 뜻으로 쓰임. 媒는 효모, 蘖은 누룩(麴국).
◈ 말조심을 경계한 두 편의 짧은 시
▶풍도(馮道 822~954)의 시
口是禍之門 (구시화지문)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舌是斬身刀 (설시참신도)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閉口深藏舌 (폐구심장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安身處處宇 (안신처처우)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
위 시의 작자인 풍도만큼 역사적인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하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풍도(馮道 822~954)는 당(唐)나라 말기부터 오대십국 시대 다섯 왕조를 거치면서 재상을 지닌 정치가이다. 자(字)는 가도(可道)이며 당나라 허베이성(河北省) 셴현(獻縣)에서 출생하였다. 당(唐)나라가 멸망하고 오대십국(五大十國) 시대가 열리면서 왕조가 난립하였지만 뛰어난 처세술로 다섯 왕조의 재상을 지냈으며 탁월한 현실주의 정치가로 평가받는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근면하고 성실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문학적 재능이 출중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거나 내세우는 법이 없었다고 전한다.
당나라 말기에 연(燕)나라의 유수광(劉守光)을 섬기고, 유수광이 패한 뒤 진(晉)나라의 본거지인 타이위안[太原]으로 피신하였다. 여기에서 환관인 감군사(監軍使) 장승업(張承業)을 알게 되어 중요서류를 기초하는 일에 종사하였다. 923년 후당(後唐)의 장종(莊宗)이 즉위하자 한림학사에 임명되었으며 927년 명종(明宗) 때에는 박학다식과 원만한 인격을 인정받아 재상으로 발탁되었다. 이후 5왕조(후당·후진·요·후한·후주) 11천자(天子)를 섬기며 30년 동안 고관을 지냈고, 재상을 지낸 것만도 20년이 넘었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현실정치를 펼쳐 새 왕조를 옹호하였는데 이를 두고 지조가 없는 정치가라고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풍도는 자신의 저서 『장락로자서(長樂老自敍)』에서 ‘자신은 황제를 섬긴 것이 아니라 나라를 섬겼다’ 고 말했다.
▶부처님 말씀
言出如箭 (언출여전) 말을 뱉음은 화살과 같으니
不可輕發 (불가경발) 결코 가벼이 날리지 말라.
一入人耳 (일입인이) 한번 사람 귀에 박히면
有力難拔 (유력난발) 그 어떤 힘으로도 뽑기 어려우니
▷말조심에 대한 법정 스님의 법문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 된다. 들은 것은 들었다고 다 말해 버리고, 본 것을 보았다고 다 말해버리면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 궁지에 빠지게 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 남의 단점을 보려고도 않으며 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다 태워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잘 다스려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써 자연 마음이 다스려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자기 소리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면 앵무새와 그 무엇이 다르리오.
세치의 혓바닥이 여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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