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26) - 남의 속임을 알면서도 이를 말하지 않고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아도 그 낯빛을 바꾸지 않는다면 …

허섭 승인 2021.05.04 19:32 | 최종 수정 2021.05.04 19:45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26 - 남의 속임을 알면서도 이를 말하지 않고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아도 그 낯빛을 바꾸지 않는다면 …

남의 속임수를 깨닫고도 말로 나타내지 않고
남의 업신여김을 받더라도 그 낯빛이 변하지 않으면

이 가운데 무한(無限)한 의미가 있고 
또한 다함이 없는 효용(效用)이 있는 것이다.

  • 覺人之詐(각인지사) : 남이 나를 속이는 것을 앎.
  • 不形於言(불형어언) : 말로써 나타내지 않음.
  • 受人之侮(수인지모) : 남으로부터 경멸(모욕)을 받음(당함).
  • 不動於色(부동어색) : 낯빛에 나타내지 않음.
  • 無窮(무궁) : 무한한, 헤아릴 수 없는.
  • 受用(수용) : 작용, 효능. 우리말로는 ‘쓸모’ 에 해당.
126 전(傳) 강희맹(姜希孟 조선 1424~1483) 독조도(獨釣圖) 132+86 도쿄국립박물관
전(傳) 강희맹(姜希孟, 조선, 1424~1483) - 독조도(獨釣圖)

◈ ‘있을 데 없는 것’이 ‘이 쓸데없는 것’이다.

‘업신여기다’는 ‘있어도 없이 여기는’것이니 그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물건이나 사람은 쓸데없는 존재가 되어 그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니 결국‘있을 데가 없는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마땅히 자신이 있어야 할 제 자리가 있고 그에 따르는 제 구실이 있으니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 - 즉, 있어야 할 데에(있어야 할 때에) 없는 사람은 ‘이 쓸데없는 사람’ 나아가 ‘몹쓸 사람’이 되고 만다. 

대개 물건은 더 이상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할 경우에 ‘몹쓸 것’이 되지만, 그러나 사람은 제 할 일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보다는, 제 구실을 넘어 남의 일에 참견하여 분란을 일으키고 제 능력을 넘어서는 일에 욕심을 내고 제 권한 밖의 일에 간섭하여 결국 일을 망치게 되니, 이런 이를 두고 ‘몹쓸 사람’이라고 한다. 

◈ 『명심보감(明心寶鑑)』 정기편(正己篇)에

康節邵先生曰(강절소선생왈) 聞人之謗未嘗怒(문인지방미상노) 聞人之譽未嘗喜(문인지예미상희) 聞人之惡未嘗和(문인지악미상화) 聞人之善則就而和之(문인지선즉취이화지) 又從而喜之(우종이희지) 

- 소강절(邵雍소옹 1011~1077) 선생이 이르기를, 남의 헐뜯음을 듣더라도 성내지 말고, 남의 칭찬을 듣더라도 기뻐하지 말고, 남의 잘못을 듣더라도 동조하지 말고, 남의 선함을 들으면 바로 나아가 동조하고, 또한 좇아서 기뻐하라.

其詩曰(기시왈) 樂見善人(락견선인) 樂聞善事(락문선사) 樂道善言(락도선언) 樂行善意(락행선의) 聞人之惡(문인지악) 如負芒刺(여부망자) 聞人之善(문인지선) 如佩蘭蕙(여패난혜) 

- 그 시에서 말하길, 「 선한 사람 보기를 즐겨이 / 선한 일 듣기를 즐겨이 / 선한 말 이르기를 즐겨이 / 선한 뜻 행하기를 즐겨이 / 남의 잘못 들으면 / 가시를 등에 짊어진 듯 / 남의 착함 들으면 난초와 혜초를 허리에 찬 듯 」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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