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19) - 분노와 욕망이 들끓을 때에 문득 한 생각을 돌이킬 수 있다면 …

허섭 승인 2021.04.28 18:24 | 최종 수정 2021.04.30 19:19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19 - 분노와 욕망이 들끓을 때에 문득 한 생각을 돌이킬 수 있다면 …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바야흐로 들끓는 때를 당하여
분명히 이를 알고 있음에도, 또한 명백히 이를 범하고 마니
아는 자는 누구이며 범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때를 맞아 모질게 생각을 돌이키면 
사마는 문득 변하여 참주인이 될 것이다.

  • 怒火欲水(노화욕수) :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 * 많은 주해서에서 欲을 慾으로 표기하였으나, 채근담 전반에 걸려 ‘욕망’ 을 뜻하는 글자로는 慾을 쓰기보다는 의미 분화 이전의 본래자(原字)인 欲을 쓰고 있기에 여기서도 이에 따랐다.
  • 正(정) : 마침, 바로 막, 바야흐로.  * 시간부사로 쓰인 것임.
  • 騰沸(등비) : 물이 끓어 오르는 것. 비등(沸騰).
  • 明明(명명) : 분명하게, 명백히.
  • 知得(지득) : 알다, 깨닫다. 
  • 犯著(범착) : 범해 버리다.  

* 著은 동사 뒤에 붙는 조동사와 같은 구실을 한다. 보통의 경우에는 ‘현재진행’ 의 의미를 덧붙이나 여기서는 오히려 ‘완료형’ 으로 해석함이 더 적당하다. 즉 ‘범하고 있으니’ 보다 ‘범하고 마니’ 가 더 알맞다.

* 많은 주해서에서 ‘犯著’ 을 두고 ‘억제하다’ 로 풀이했으나 이는 문맥상으로도 맞지 않으며 원래의 뜻과도 정면 배치되는 풀이이다. ‘뻔히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번연히 그 짓을 저지르고 마는, 욕망에 사로잡힌 보통인간(범부)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고 저자는 타이르고 있는 것이다.

  • 的(적) : ~한 것.  者와 같은 뜻이다. *  ‘-的’ 은 앞말에 붙어 ‘~하는 것/ ~하는 사람’ 이라는 뜻을 부여하는 일종의 파생접사의 역할을 한다.
  • 猛然(맹연) : 굳세게, 맹렬히, 모질게.
  • 轉念(전념) : 마음을 돌림, 즉 반성함.
  • 邪魔(사마) : 사악한 마귀. 여기서는 ‘노화욕수(怒火慾水)’ 를 가리킴.
  • 眞君(진군) : 진정한 주인, 주재자(主宰者), 진재(眞宰), 참주인. 즉 인간 본연의 마음. * ‘마음’ 은 백체(百體)의 주인이므로 ‘천군(天君)’ 이라고도 한다.
119 구영(仇英 명 1494~1552) 해당산조도 선면(海棠山鳥圖 扇面)
구영(仇英, 명, 1494~1552) - 해당산조도 선면(海棠山鳥圖 扇面)

◈ 심원의마(心猿意馬) - 마음은 잔나비처럼 설레고 생각은 말처럼 달린다

意馬心猿(의마심원) 또는 心猿意馬(심원의마)란 무슨 뜻인가?

‘잔나비의 설렘과 말의 치달음’을 흔히 정욕(情慾)에 비유한다.‘생각은 말처럼 달리고 마음은 잔나비같이 설레니’정욕에 사로잡혀 번뇌는 성(盛)하고 마음은 진정되지 아니하니 마음이 정욕에 이끌리어 억제하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이다.

석두대사(石頭大師)의『참동계(參同契)』주소(注疏)에서 
心猿不定(심원부정) 意馬四馳(의마사치) 神氣散亂於外(신기산란어외) - 마음은 원숭이같이 안정되지 못하고, 생각은 말처럼 사방으로 내 달아 정신과 기운이 밖으로 산란하구나.

『조주록유표(趙州錄遺表)』에도 
心猿罷跳(심원파도) 意馬休馳(의마휴치) - 잔나비 같은 마음을 날뛰지 못하게 하고 말처럼 달리는 생각을 진정케 하라.

양명학(陽明學)의 창시자 명나라의 왕양명(王陽明)은 『전습록(傳習錄)』에서 
敎人爲學(교인위학) 不可執一偏(불가집일편) 初學時(초학시) 心猿意馬(심원의마) 拴縛不定(전박부정) - 사람을 가르칠 때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되니 처음 배울 때는 마음은 잔나비 같고 생각은 말과 같아서 온전히 묶어두려 하여도 머물지 못한다.

◈ 『법구경(法句經)』 애욕품(愛欲品)에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에게 욕망은 마치 덩굴처럼 자란다. 
그는 과일을 찾는 원숭이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뭇가지로 옮겨다닌다.

그리하여 그의 욕망이 그 자신을 뒤덮게 되면
거기 고통도 그에 따라 증가한다. 비를 맞은 저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듯.

그러나 정복하기 어려운 이 욕망을 능히 정복한 사람에게는
고통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저 연잎 위에서 물방울이 굴러 떨어지듯.

 ◈ 『법구경(法句經)』 분노품(忿怒品)에

분노를, 자만심을 버려라. 그리고 이 모든 속박을 뛰어넘어라.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에게 고뇌조차 가까이 갈 수 없나니
그는, 그 자신의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저 질주하는 마차를 정지시키듯 폭발하는 분노를 제압하는 사람,
그는 진정한 마부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저 말고삐만 쥐고 있을 뿐
성난 말들을 정지시킬 수 없나니 진정한 마부라고 부를 수 없다.

사랑으로 분노를 다스려라. 선으로 악을 다스려라. 자선으로 탐욕을 다스려라.
그리고 진실을 통해서 거짓을 다스려라.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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