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16) - 그대, 험한 세상 건너갈 표주박이나 항아리가 있는가, 또는 위험할 때 몸을 숨길 세 개의 굴이 있는가

허섭 승인 2021.04.25 17:55 | 최종 수정 2021.04.26 10:11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16 - 그대, 험한 세상 건너갈 표주박이나 항아리가 있는가, 또는 위험할 때 몸을 숨길 세 개의 굴이 있는가

재주를 졸렬함 속에 감추고 어둠으로 밝음을 드러내고
청렴하면서도 혼탁함에 머물고 굽힘으로 몸을 펴는 바탕으로 삼음은
세상을 건너가는 하나의 항아리요, 몸을 보전하는 세 개의 굴이니라.

  • 巧(교) : 교묘한 재주, 뛰어난 솜씨
  • 於(어) : 우리말의 처소격 조사인 ‘-에’ 에 해당하는 말로, ‘처소(-에/-에서)’ 나 ‘비교(-보다)’ 에 두루 쓰인다.  
  • 拙(졸) : 졸렬함, 서툰 솜씨
  • 用晦而明(용회이명) : 지혜를 감춤(알면서도 모르는 척 함)으로써 밝음을 드러낸다.   
  •  *『周易(주역)』 명이(明夷) 괘(卦)에서 나온 말로 <밝음이 땅속으로 들어감이 명이(明夷)니, 군자는 그것을 보고 민중을 다스릴 때에는 밝은 지혜를 감춤으로써 밝음을 드러내야 한다. (明入地中이 明夷니 君子 以하야 莅衆(리중)에 用晦而明하나니라.)>  라고 하였다.  
  •   莅 : 다다르다, 왕으로서 임하다, 군림하다, 다스리다, 감시하다, 담당하다(맡아보다)
  • 寓(우) : 머물다 / 부치다, 맡기다(委託) / 붙어 살다, 기탁(寄託)하다 / 숙소, 여관  寓居
  • 涉世(섭세) : 세상을 살아감, 세상살이를 마치 ‘물을 건너가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 藏身(장신) : 몸을 숨김, 몸을 보호함
  • 一壺(일호) / 三窟(삼굴) : 목숨을 건지고 몸을 숨길 수 있는 안전한 방도를 말함.
  • *『鶡冠子(갈관자)』라는 책에, ‘中流失舟 一壺千金’ 이란 말에서 나온 단어로 ‘강 가운데서 배가 뒤집혔을 때 항아리(표주박)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목숨을 건질 수 있다’ 는 의미이다. 일종의 ‘구명부이’ 인 셈이다.
  • *『全國策(전국책)』에 ‘狡免三窟(교토삼굴) - 교활(狡猾)한 토끼는 굴을 세 개나 파 놓아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에서 나온 말로 ‘안전한 은신처’ 를 뜻한다.
116 구영(仇英 명 1494~1552) 선산누각도(仙山樓閣圖) 110.5+42.1
구영(仇英, 명, 1494~1552) - 선산누각도(仙山樓閣圖)

◈ 『노자(老子)』에서 

제4장 - 和光同塵(화광동진)

挫其銳(좌기예) 解其紛(해기분) 和其光(화기광) 同其塵(동기진)   * 挫 : 꺾을 좌 
- 그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여 헝클어진 것을 풀고, 그 빛을 감추어 먼지와 하나가 된다.

* 韜光養晦(도광양회) -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는 의미로,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덩샤오핑(鄧小平) 시기 중국의 외교방침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제45장 - 大巧若拙(대교약졸) 大辯若訥(대변약눌) 
- 큰 솜씨는 서툴러 보이고, 큰 외침은 말더듬이 같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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