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12) -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함은 몸을 곧게 하여 미움을 받느니만 못하고, 선을 행하지 않고 이름을 얻음은 하지 않은 일로 무턱대고 비난을

허섭 승인 2021.04.21 16:41 | 최종 수정 2021.04.21 17:26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12 -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함은 몸을 곧게 하여 미움을 받느니만 못하고, 선을 행하지 않고 이름을 얻음은 하지 않은 일로 무턱대고 비난을 받는 것만도 못하다.

뜻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은 
몸을 곧게 하여 남의 미움을 받느니만 못하고

선을 행하지도 않고 이름을 얻는 것은 
악을 행하지도 않고 남의 비난을 받느니만 못하다.

  • 曲意(곡의) : 자기의 뜻을 굽힘.
  • 使人喜(사인희) : 남들로 하여금 기쁘게 함.
  • 不若(불약) : 같지 않다, ~보다 못하다.  ‘A 不若 B’ 는 ‘A가 B보다 못하다’ ‘A보다는 차라리 B가 낫다’ 의 뜻이 된다.
  • 直躬(직궁) : 몸을 곧게 함, 몸가짐을 바르게 함. 躬은 ‘몸소’, ‘자기 자신’ 을 뜻함. 
  • 使人忌(사인기) : 남들로 하여금 시기하게 함.
  • 致人譽(치인예) :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들음.
  • 致人毁(치인훼) :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음.  * 譽(칭송)/毁(비난)이 서로 대(對)를 이룸.
112 문징명(文徵明 명  1470~1559) 상가죽석도(霜柯竹石圖) 1531년 76.9+30.7
문징명(文徵明, 명, 1470~1559) - 상가죽석도(霜柯竹石圖), 1531년

◈ 『논어(論語)』 자로(子路) 편에

子貢問曰(자공문왈) 鄕人皆好之(향인개호지) 何如(여하)  子曰(자왈) 未可也(미가야)  鄕人皆惡之(향인개오지) 何如(여하)  子曰(자왈) 未可也(미가야) 不如鄕人之善者好之(불여향인지선자호지) 其不善者惡之(기불선자오지).      

- 자공이 여쭈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씀하시길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네.” 그러자 다시 "마을 사람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하니,  공자가 재차 말씀하시길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네."  (그리고 다시 곡진하게 말씀하시길)  "마을 사람 가운데 착한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 사람 가운데 착하지 않은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만 같지 못하네."

朱子의 주석에는, 마을의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마을의 불선한 사람들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은 그의 행(行)에 필시 구합(苟合) 영합迎合)이 있으며, 반대로 마을의 불선한 사람들이 미워하고 마을의 선한 사람들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의 행(行)에 무실(無實)하다고 하였습니다.

맹자도 “자신이 향원鄕愿(마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사이비似而非를 증오하기 때문이며, 자주색(紫)을 싫어하는 것은 빨강색(朱)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벗은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 (A friend to all is a friend to none) - 라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사람, 칭찬받는 사람은 비록 나쁜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공자, 맹자, 주자의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은 선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한 사람, 호선불호악(好善不好惡)이 분명한 사람, 이런 사람을 일러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 『논어(論語)』 양화(陽貨) 편에

子曰(자왈) 鄕原德之賊也(향원덕지적야).
-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향원은 덕의 도둑일 따름이다.

* 鄕原(향원) : 매사에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지 않고 시속에 맞추어 두루뭉술하게 삶으로써 온 고을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사람. 뚜렷한 가치관이 없고 삶의 태도가 진지하지 않아 위선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原(원)은 愿(삼가다, 공손하다, 정중하다)과 같다. 

鄕原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다음과 같은 맹자(孟子)의 해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 함석헌 선생의 『씨알의 옛글 풀이』함석헌 저작집 제24권

◆ 『孟子(맹자) ·盡心(진심) 장 下(하)에

孔子曰, 過我門, 而不入我室, 我不憾焉者, 其惟鄉原乎, 鄉原德之賊也. 曰何如斯可謂之鄉原矣,

曰, 何以是嘐嘐也, 言不顧行, 行不顧言, 則曰, 古之人, 古之人, 行何爲踽踽涼涼, 生斯世也, 爲斯世也,善斯可矣 閹然媚於世者,是鄉原也.

萬子曰, 一鄉皆稱原人焉, 無听往而不爲原人, 孔子以爲德之賊 何哉.

曰,非之無擧也, 刺之無刺也, 同乎流俗, 合乎汗世, 居之似忠信, 行之似廉潔, 衆皆悅之, 自以爲是, 而不可與入堯 舜之道, 故曰德之賊也.

孔子曰, 惡似而非者, 惡莠, 恐其亂苗也, 惡侫, 恐其亂義也, 惡利口, 恐其亂信也, 惡鄭聲, 恐其亂雅樂也 惡紫,恐其亂朱也, 惡鄉原, 恐其亂德也, 君子反經而己矣, 經正則庶民興, 庶民興, 斯無邪慝矣.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내 집 문 앞을 지나가면서도 내 방을 들어오지 않아도 내가 섭섭히 여기지 않을 것은 오직 그 鄉原뿐이다. 鄉原은 덕의 도둑이다.”하셨다. (만장이) 묻기를, 어떠하면 그것을 鄉原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왜 이리도 큰소리만 지껄여 대는 것일까? 말은 그 행실을 돌아보지 않고 행실은 그 말을 돌아보지 않으면서, 말만 하면 ‘옛 사람,옛 사람,하나, 그 행하는 것이 어찌 그리 혼자만 터덕거리며 쌀쌀한 것일까? 이 세상에 나서 이 세상대로 살아서 그래서 좋았으면 된 것 아닌가’한다. 그리하여 슬쩍 세상에 아첨하고 있는 것, 이것이 鄉原이다.”

萬子는 묻기를, 한 고을이 다 일컬어 참한 사람이라 한다면 어디 가도 참한 사람 아닐 수가 없을 것인데, 공자님이 그것을 덕의 도둑이라 하신 것은 웬일입니까?

(맹자가) 말씀하시기를, “비난하려 해도 들 거리가 없고, 찌르려 해도 찌를 데가 없으며, 흐르는 세속에 같이하고 더러운 세상에 맞추어 가서, 있을 때는 忠信같고 행할 때는 廉潔인 듯,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고 제 스스로 옳게 여기는데, 그런데 같이 더불어 해서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덕의 도둑이다.”

공자님은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고 하셨다. 가라지를 미워함은 그 곡식을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아첨하는 자를 미워함은 그 의를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말좋은 입을 미워함은 그 미쁨을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요, 鄭나라 소리를 미워함은 그 맑은 음악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함이며, 자주를 미워함은 그 붉은 빛을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함이요, 鄉原을 미워함은 그 덕을 어지럽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군자는 올에 돌아갈 따름이다. 올이 바르면 씨알이 일어나고, 씨알이 일어나면 사특한 것이 거기 있을 수 없으니라.   
               -  함석헌 『씨알의 소리』

◈ 『대학(大學)』 제가(齊家) 장에
好而知其惡(호이지기악) 惡而知其善者(오이지기선자) 天下鮮矣(천하선의).
- 좋아하면서도 그 악함(잘못)을 알고 미워하면서도 그 선함(잘함)을 아는 사람은 하늘 아래 드물고도 드물다.

 
 ▶朱子 留客文

人我人我不喜人我不人我不怒我人人我不人我人我不人人我人我不人欲知 我人不人(先知)我人我不人人之人不人

※ 주자(朱子) 「유객문(留客文)」은 말 그대로 주자가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을 붙들어 두기 위하여 수수께끼로 던졌다는, 다분히 언어유희적인 문장이다. 즉 이 문장을 제대로 해석하면 기꺼이 보내 주고 풀지 못하면 자고 갈 수밖에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이다. 

※ 이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제 나름대로 풀이하면 이렇습니다. (괄호 속의 先知는 제가 임의로 넣어 온전한 문장으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제가 이 기이한 문장을 처음 대한 것은 이기형(2017~2013) 시인이 쓴 『몽양 여운형 선생 평전』을 통해서입니다.)

人我人이라도 我不喜요,  人我不人이라도 我不怒라  
남들이 나를 사람 같잖다 하여도 나는 성내지 않고 
남들이 나를 ‘그 사람이야말로 사람다운 사람이지’ 라고  하여도 나는 기뻐하지 않으니 

我人이면 人我不人이라도 我人이요,  我不人이면 人我人이라도 我不人이라.    
내가 사람이면 사람들이 나를 사람이 아니라 해도 나는 사람이고 
내가 사람이 아니면 사람들이 나를 사람이라고 하여도 나는 사람이 아니라

欲知 我人不人인댄  (先知) 我人 我不人 人之 人不人하라.
내가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를 알고자 한다면, 나를 두고 사람이네 사람이 아니네 하는 그 사람이 사람인지 아닌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다.

▶李達衷(이달충)의 愛惡箴(애오잠)

有非子 造無是翁 曰 日有群議人物者 人有人翁者 人有不人翁者 翁何故 或人於人 或不人於人乎
유비자(있으나 마나 한 자)가 무시옹(별 것도 아닌 늙은이)을 만나 말하기를, 일전에 인물평 하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그들 중 혹자는 어르신을 둘도 없는 사람이라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사람 같잖다고 했는데 어르신은 어찌하여 세상으로부터 이토록 상반된 평판을 받습니까?

翁聞而解之 曰 人人吾 吾不喜 人不人吾 吾不懼 不如其人人吾 而其不人不人吾  吾且未知 人吾之人 何人也 不人吾之人  何人也
늙은이가 이를 듣고 말하기를 「세상이 나를 사람이라 하여도 나는 기뻐하지 않고, 세상이 나를 사람 같잖다 해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는 사람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고 사람 같잖은 놈이 사람 같잖다 하는 것만 같지 못하기 때문이네. 나 또한 나를 사람이라 하는 자가 어떠하고 나를 사람 같잖다는 이 또한 어떠한지 알지 못하네.」

人而人吾 則可喜也 不人而不人吾 則亦可喜也  人而不人吾 則可懼也 不人而人吾 亦可懼也
사람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람이라 하면 가히 좋아할 것이요, 사람 같잖은 놈이 나를 사람 같잖다고 하면 이 역시 좋아할 일이라,  사람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람 같잖다고 하면 가히 두려할 바요, 사람 같잖은 놈이 나를 사람이라고 한다면 이 역시 가히 두려워 할 바라.

喜與懼 當審其 人吾不人吾之 人之人不人 如何耳
무릇 좋아하고 두려워하는 모든 것이 마땅히 나를 사람이라 하고 사람 같잖다고 하는 그 사람이 사람인가 아닌가를 살펴야 할 것이네. 

故曰 惟仁人爲能愛人爲能惡人  其人吾之人仁人乎 不人吾之人仁人乎 
그래서 옛말에 이르기를 오직 어진이라야 진정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또한 미워할 수 있다고 했으니, 대체 나를 사람이라 한 사람이 어진 이인가 나를 사람 같잖다 한 사람이 어진 이인가?

有非子笑而退 無是翁 因作箴 以自警
유비자가 웃으며 물러가고 난 뒤 무시옹이 이에 스스로 경계하는 글을 지으니,

箴曰 子都之姣儔不爲美 易牙之所調 儔不爲旨 好惡粉然盍求諸己
글에 말하길 「 자도의 아리따움을 뉘라서 아름답지 않다 하겠으며, 역아가 만든 음식을 뉘라서 맛있어 하지 않을 것인가?  인간의 좋아하고 싫어함이 분분하나 모두가 다 자기에게서 구할 따름이라.」

* 子都(자도) : 옛날 아름답기로 이름난 미남자로, 《시경》 〈산유부소(山有扶蘇)〉에 보인다. 《시경(詩經)》 정풍(鄭風) 산유부소(山有扶蘇)에 “산에는 부소가 있고, 습지에는 연꽃이 있거늘, 자도는 만나지 못하고, 미친 놈만 만난단 말인가.〔山有扶蘇 隰有荷華 不見子都 乃見狂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易牙(역아) : 중국 춘추 시대 제(齊)나라의 뛰어난 요리사.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의 비유로 쓰임.
  적아(狄牙, 춘추 시대 제(齊)나라 사람. 환공(桓公)의 음식을 만들던 요리사로, 당대 제일가는 요리 솜씨를 지녔다고 한다. 환공이 늘 새롭고 기이한 음식을 맛보기를 원하자 나중에는 자기 자식을 죽여서 음식을 만들어 바쳤다고 하며, 환공의 한없는 욕심에 결국은 환공을 굶겨 죽이고 말았다. 환공의 총애를 받아 관중(管仲)이 죽은 뒤 개방(開方), 수조(竪刁)와 함께 권력을 전횡하여 나라를 어지럽혔다.

* 위의 두 사람은 모두『맹자(孟子)』고자장구(告子章句) 상(上)에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보편성’ 을 말하면서 언급한 인물들이다. 

“故曰, ‘口之於味也, 有同耆焉, 耳之於聲也, 有同聽焉, 目之於色也, 有同美焉.’ 至於心, 獨無所同然乎? 心之所同然者, 何也? 謂理也義也,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 故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

- 그러므로 ‘입은 맛에 대해서 같은 입맛을 갖고 있고, 귀는 소리에 대해서 같은 들음을 갖고 있고, 눈은 색에 대해서 같은 아름답게 여김을 갖고 있다.’ 고 말한다. 그런데 마음에 이르러서는 유독 같이 그러한 것이 없겠는가? 마음이 같이 그러한 것은 무엇인가? 리(理)라고 말하고 의(義)라고 말하니, 성인은 내 마음의 같이 그러한 것을 먼저 터득하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리와 의가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은 고기가 내 입을 기쁘게 하는 것과 같다.

자도는 춘추시대 정(鄭)나라의 미남자였다. 역아는 당대 최고의 요리사였다. 이렇듯 누가 봐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은 드물다. 사람들은 저마다 제 주장만 내세우며 틀렸다 맞았다를 단정 짓는다. 그럴 때는 어찌하나? 내 마음의 저울에 달아 말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인가’ 를 살피면 된다. 당심기인(當審其人) - 마땅히 그 사람을 살펴라! 칭찬과 비난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어떤 사람이 칭찬하고 비난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먼저다. <반구제기(反求諸己) - 돌이켜 너 자신에게서 그것을 구하여라> 맹자를 읽으면서 가장 가슴 깊이 새긴 말씀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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