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06 - 몸가짐은 가볍게 해서는 아니되며, 마음가짐은 무거워서는 아니된다
선비는 몸가짐을 가벼이 해서는 안 되니
가벼우면 사물이 나를 혼란케 하여 한가롭고 안정된 마음이 없어진다.
(선비는) 마음가짐(마음씀씀이)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되니
무거우면 내가 사물에 얽매여 시원하고 활발한 기상이 없어진다.
- 持身(지신) : 몸가짐.
- 撓我(요아) : 나를 구부림. 撓는 ‘구부러지게 하다, 어지럽히다’.
- 悠閑鎭定(유한진정) :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안정됨. 서두르지 않고 여유가 있음.
- 用意(용의) : 마음 씀씀이.
- 物泥(물니) : 물질에 구애(拘碍)됨. 泥는 ‘拘泥(구니)’ 의 뜻으로 즉, ‘얽매임, 집착함’ 을 뜻한다.
- 瀟洒(소쇄) : 시원스럽고 씩씩함, 맑고 깨끗함. 瀟는 맑다, 洒는 ‘물 뿌릴 쇄’ 로 시원하고 깨끗하다. 洒는 灑(물 뿌릴 쇄)와 동자(同字)이다.
- 活潑(활발) : 생기 발랄함.
- 기(機) : 기미(機微) 또는 기미(氣味). 기상(氣像)이나 작용(作用).
- * 『채근담』에서 機는 대개 氣와 같은 의미로 쓰이나, 때로는 ‘기틀’ 이나 ‘작용(움직임)’ 의 뜻으로도 쓰인다.
문징명(文徵明, 명, 1470~1559) - 춘산연수도(春山烟樹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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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瀟灑)의 사상> - 전집 제6장 참조
‘소쇄(瀟灑)’ 라는 말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문인 공치규(孔稚珪 447~501)가 지식인의 이중적인 위선을 풍자한 「북산이문(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 ‘맑고 깨끗하다’ 는 뜻이다.
양산보는 더러운 세상을 피하여 맑고 깨끗한 이상적인 공간을 추구하여 그의 별서를 ‘소쇄원(瀟灑園)’ 이라고 했다. 소쇄원의 두 건물 이름은 광풍각(光風閣)과 제월당(霽月堂)이다.
광풍(光風)과 제월(霽月)은 ‘마음이 넓어 자질구레한 것에 거리끼지 아니하고 성격이 쾌활하고 맑고 깨끗하기가 맑은 날의 바람과 비 갠 날의 달과 같다.’ 는 뜻으로 북송(北宋)의 시인 산곡(山谷) 황정견(黃庭堅)이 유학자 주돈이(周敦頤)의 고결하고 맑은 인품을 평하며 했던 말로 『송사(宋史)』의 「주돈이전(周敦頤傳)」에 나온다.
소쇄원의 주인 양산보가 구차함이 없게 산다는 것에 얼마나 매달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