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04) - 입에 달고 마음에 즐거운 것은 모두 배알을 썩게 하는 독약이니, 반쯤에서 그치면 탈이 없을 것이다

허섭 승인 2021.04.13 12:55 | 최종 수정 2021.04.13 13:07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04 - 입에 달고 마음에 즐거운 것은 모두 배알을 썩게 하는 독약이니, 반쯤에서 그치면 탈이 없을 것이다.

입에 즐거운 음식은 모두 배알을 녹이고 뼈를 썩게 하는 독약이니
반쯤에서 그쳐야 곧 재앙이 없고

마음에 즐거운 일은 모두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물이니
반쯤에서 그쳐야 곧 후회가 없다. 

  • 爽口之味(상구지미) : 입에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  爽은 ‘시원하다, 마음이 맑고 즐겁다’ 의 뜻으로 다음에 나오는 快와 뜻이 같다. 상쾌(爽快)
  • 爛腸腐骨(난장부골) : 창자를 문드러지게 하고 뼈를 썩게 하다.  爛(란)은 ‘문드러지다 / 빛나다 / 많다’ 등의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썩다, 헐다’ 의 뜻이다.  
  • * 爛柯(난가) : 도끼자루가 썩음, 즉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놀음-바둑을 달리 지칭하는 단어이다.
  • 皆(개) / 悉(실) : 모두 ‘모두’ 의 뜻이다.   * 悉達多(실달다) : 싯타르타(부처님 佛陀)의 음역, ‘모든 지혜를 이루신 분’ 이라는 뜻을 담고 있지 않은가?
  • 五分(오분) : 10분의 5, 절반.
  • 快心之事(쾌심지사) : 마음에 유쾌한 일, 즐거운 일.
  • 媒(매) : 매개물, 즉 매개체(媒介體).
104 당인(唐寅 명 1470~1523) 묵매도 95.9+36.1
당인(唐寅, 명, 1470~1523) - 묵매도

◆출전 관련 글

▶『노자(老子)』 12장에

五色令人目盲(오색령인목맹), 五音令人耳聾(오음령인이농), 五味令人口爽(오미령인구상). 馳騁田獵令人心發狂(치빙전렵령인심발광), 難得之貨令人行妨(난득지화령인행방), 是以聖人爲腹不爲目(시이성인위복불위목), 故去彼取此(고거피취차).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오음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며, 오미는 사람의 입을 상하게 한다.​ 달리는 말로 사냥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발광케 하며,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이 (덕을) 행하는 것을 방해(妨害:헤살놓다)한다.​
이로써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눈에 보이는 것)을 버리고, 이것(그 보이지 않는 마음)을 취한다.

* 노자 12장에서 爽(상)은 부정적 의미로 ‘어긋나다 / 상하다(다치다)’뜻으로 쓰이고 있다. 앞의 채근담 본문에서의 爽(상)과는 전혀 반대의 뜻이 되어 버렸다. 
이렇듯 한자 중에 그 어떤 글자는 서로 모순 상반되는 뜻을 동시에 지니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굴원(屈原)이 지은 「이소경(離騷經)」의 제목이다. 여기서 離는‘떠나다, 이별하다’의 뜻이 아니라 그 정반대인‘만나다, 맞닥트리다’의 뜻이다.

▶『논형(論衡)』 언독(言毒) 편에

美味腐腹(미미부복) 好色惑心(호색혹심) 勇夫招禍(용부초화) 辯口致殃(변구치앙)

맛 좋은 음식에 배알이 썩고, 아름다운 여색에 마음이 현혹되고, 만용을 부리는 사내는 화를 자초(自招)하고, 달변의 입은 재앙을 불러온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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