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03) - 세상의 부귀공명과 이 몸뚱이조차 헛된 것임을 안다면, 천하의 대임을 맡아도 세상의 속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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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2 13:39 | 최종 수정 2021.04.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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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 세상의 부귀공명과 이 몸뚱이조차 헛된 것임을 안다면, 천하의 대임을 맡아도 세상의 속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을 헛것으로 본다면 부귀공명은 물론 내 몸도 잠시 빌린 것이요
이 세상을 실재로 본다면 부모형제는 물론 만물도 모두 나와 한 몸이니
사람이 능히 이런 이치를 깨닫고 체득할 수 있으면
비로소 천하의 대임을 맡을 수 있고
또한 세상의 속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幻迹(환적) : 실재가 아닌 환상으로 나타나는 현상계. 다음에 나오는 진경(眞境)에 대응하는 말이다.
- 委形(위형) : 잠시 동안 빌린 형체.
- 眞境(진경) : 참다운 세계, 실재(實在)의 경지.
- 看得破(간득파) : 간파(看破)하다.
- 認得眞(인득진) : 진상을 깨달아 알다.
- 韁鎖(강쇄) : 고삐와 쇠사슬, 전하여 ‘속박(束縛), 구속(拘束)’ 을 뜻함. 韁은 고삐, 굴레 覊(羈기), 재갈 銜(함), 차꼬 桎(질), 멍에 駕(가) 등은 모두 ‘구속’ 을 뜻하는 단어들이다.
◆출전 관련 글
▶『장자(莊子)』 지북유편(知北遊篇)에
舜問乎丞曰(순문호승왈)「道可得而有乎(도가득이유호). 曰(왈) 汝身非汝有也(여신비여유야) 汝何得有夫道(여하득유부도). 舜曰(순왈) 吾身非吾有也(오신비오유야) 孰有之哉(숙유지재). 曰(왈) 是天地之委形也(시천지지위형야) 生非汝有(생비여유) 是天地之委和也(시천지지위화야) 性命非汝有(성명비여유) 是天地之委順也(시천지지위순야) 孫子非汝有(손자비여유) 是天地之委蛻也(시천지지위세야). 故行不知所往(고행부지소왕) 處不知所持(처부지소지) 食不知所味(식부지소미). 天地之強陽氣也(천지지강양기야) 又胡可得而有邪(우호가득이유야).
순(舜) 임금이 뒤에서 보필하는 승(丞)에게 물었다. “도를 가질 수 있습니까?”
승(丞)이 말했다. “당신의 몸뚱이도 당신의 차지가 아닌데 당신이 어떻게 도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순 임금이 말했다. “내 몸뚱이가 내 것이 아니라면 누구 것이란 말이오?”
승이 말했다. “그것은 천지자연이 모습을 맡긴 것입니다. 삶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자연이 조화로움을 맡긴 것이며, 성명이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자연이 순조로움을 맡긴 것이며 자손들이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자연이 허물을 맡긴 것입니다. 그 때문에 길을 갈 때도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며 머물 때에도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 없으며 먹어도 맛을 알지 못합니다. 천지자연의 강건한 양기가 작용한 것이니 또 어찌 차지할 수 있겠습니까?”
▶『장자(莊子)』 제물론편(齊物論篇)에
天下莫大於秋豪之末(천하막대어추호지말) 而大山為小(이태산위소) 莫壽乎殤子(막수어상자) 而彭祖為夭(이팽조위요). 天地與我並生(천지여아병생) 而萬物與我為一(이만물여아위일).
천하(天下)에는 가을 털의 끝보다 큰 것이 없고 태산은 가장 작다. 일찍 죽은 아이보다 장수(長壽)한 사람이 없고 8백 년을 살았다고 하는 팽조(彭祖)는 가장 일찍 죽은 것이다.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세계에서는 천지(天地)도 나와 나란히 생(生)하고 만물(萬物)도 나와 하나이다.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에
蘇者曰(소자왈), 客亦知夫水與月乎(객역지부수여월호), 逝者如斯(서자여사), 而未嘗往也(이미상왕야). 盈虛者如彼(영허자여피), 而卒莫消長也(이졸막소장야), 蓋將自其變者而觀之(개장자기변자이관지), 則天地曾不能以一瞬(즉천지증불능이일순). 自其不變者而觀之(자기불변자이관지). 則物與我皆無盡也(즉물여아계무진야). 而又何羡乎(이우하선호).
내가 말하기를, 손님 또한 저 물과 달을 아시오? 가는 것은 이와 같아 일찍이 가버리지 않으며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 저와 같아 줄거나 늘어나지 않습니다. 무릇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천지는 일찍이 단 한순간도 그대로인 것이 없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면 사물과 나는 모두 다함이 없으니 이 어찌 부럽겠습니까?
▶『금강경(金剛經)』에
凡所有相(범소유상) 皆是虛妄(개시허망) 若見諸相非相(약견제상비상) 卽見如來(즉견여래)
무릇 존재하는 모든 상이란 모두 허망하나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보면(모든 상을 볼 때 거기 아상我相을 두지 않으면) 곧 여래를 보느니라.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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