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23) -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마음이 긴장하여 굳어지면 그 고삐를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한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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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20:27 | 최종 수정 2021.05.0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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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마음이 긴장하여 굳어지면 그 고삐를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이 어둡고 산만할 때에는 각성할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몹시 긴장될 때에는 풀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마음이 어두운 병을 고치더라도
조바심하는 괴로움이 다시 찾아들 것이다.
- 念頭(염두) : 생각, 마음.
- 昏散(혼산) : 어둡고 산만함.
- 處(처) / 時(시) : ~한 때에.
* 원래는 장소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시간어로도 쓰임. 이러한 경우는 우리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니, ‘~하기 전(前)에, ~한 뒤에’ 처럼 ‘앞(前)과 뒤(後)’ 는 장소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시간적 용법으로도 쓰인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시간부사는 시제와 밀접하게 호응하기 때문에 그 쓰임이 매우 까다롭다. 그가 〔 죽기 / 죽은* / 죽을* 〕〔 전 / 앞*〕 에는 다들 그 사실을 몰랐는데 죽은〔 뒤 / 후 〕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 提醒(제성) : 끌어올려 깨우침, 각성(覺醒)함. 주의(主意)를 환기(喚起)시킴.
- 喫緊(끽긴) : 긴장(緊張)함. 喫을 굳이 따로 떼어내어 해석하자면 ‘매우, 몹시’ 의 뜻으로 보아야 한다.
- ‘喫飯(끽반), 喫茶(끽다), 喫煙(끽연)’ 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喫은 원래 ‘기호(기호)식품을 포함한 제반 음식물을 먹고 마시고 피우는 행위’ 를 뜻하는 말이다. 즉 ‘생활 그 자체’ 를 뜻하는 것이기에 전(轉)하여 ‘생활하다, 겪다, 당하다, 받다’ 의 의미로 옮아갔으며 부사로는 ‘매우, 몹시’ 의 뜻을 갖게 되었다.
- 放下(방하) : 풀어놓음.
* 선불교(禪佛敎)에서 말하는 ‘放下着(방하착)’ 은 ‘모든 집착에서 벗어남’ 을 의미한다. 요즘 기독교 쪽에서도 ‘내려놓음’ 이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단순한 포기(抛棄)가 아니라 하느님께 순종(順從)하는 온전한 맡김’ 을 의미하는 바, 불교에서 말하는 귀의(歸依-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할 때의 ‘南無’ 와 결국 상통하는 말이다.
* 放下着 - 내려놓아라. 원래 착(着)은 구어체에서 동사 뒤에 붙어 명령이나 부탁을 강조하는 어조사이다.
* 喫茶去(끽다거) - 차나 한 잔 마시게나. 여기서도 去는 ‘가다’ 의 뜻이 아니라 우리말로 하자면 ‘~하게나’ 정도에 해당하는 종결사이다. 이런 백화문(구어체)의 문법을 잘 모르기에 흔히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 라고 번역하고들 있지만 그게 큰 잘못은 아니다.
恐(공) : 아마도. 원래 ‘두렵다’ 의 뜻인데 여기서는 ‘아마, 의심컨대’ 의 뜻으로 쓰임. 즉 ‘아마도 ~할까 의심스럽다(걱정된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 恐에 대한 해석의 문제 - 대부분의 번역본에서 ‘두렵다’ 의 뜻으로 풀이하여, ‘恐〔去昏昏之病 又來憧憧之擾〕矣’ 로 보아 恐이 뒤 문장 전체에 걸리는 것으로 보았다.
- 去(거) : 없애다, 제거(除去)하다.
- 昏昏之病(혼혼지병) : 마음이 혼미하고 어두운 병, 우울증(憂鬱症).
- 憧憧(동동) :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안정되지 못함. * 설마 ‘발을 동동구르다’ 하는 우리말이 한자어 동동에서 왔단 말인가?
- 擾(요) : 괴로움, 혼란.
- 憧憧之擾(동동지요) : 왔다갔다 소란스러운 것. 곧 조바심치는 괴로움.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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