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2) - 해와 같이 빛나는 절의도 어두운 방구석에서 길러지고, 천지를 뒤흔드는 경륜도 살얼음을 밟는 조심 속에서 나온다

허섭 승인 2021.05.11 19:59 | 최종 수정 2021.05.11 20:13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32 - 해와 같이 빛나는 절의도 어두운 방구석에서 길러지고, 천지를 뒤흔드는 경륜도 살얼음을 밟는 조심 속에서 나온다.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이 빛나는 절의도 
어두운 방 구석 한 모퉁이에서 배양된 것이고

천지를 뒤흔드는 뛰어난 경륜도 
깊은 연못가 살얼음을 밟는 조심 속에서 나온 것이다.

  • 靑天白日的節義(청턴백일적절의) : 청천백일(靑天白日)처럼 세상의 모두에게 알려져 있는 빛나는 절의(節義).
  • 自(자) : ~로부터.  * 영어의 전치사 from 에 해당한다.
  • 屋漏(옥루) : 방의 서북쪽 모퉁이.
  • 培來(배래) : 길러 냄, 배양됨.
  • 旋乾轉坤(선건전곤) : 하늘과 땅을 마음대로 뒤흔드는 것.
  • 臨深履薄(임심리박) : 깊은 못가에서 살얼음을 밟듯이 조심함.
  • 操出(조출) : 끌어냄.
  • *『시경(詩經)』대아(大雅)「抑(억)」에 ‘相在爾室(상재이실) 尙不愧于屋漏(상불괴우옥루) - 그대가 집에 있을 적에 보니, 어두컴컴한 방구석에서도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네)’
  • *『시경(詩經)』 소아(小雅)「소민(小旻)」에 

‘戰戰兢兢(전전긍긍) 如臨深淵(여임심연) 如履薄氷(여리박빙) - 전전긍긍 하기를, 깊은 연못가에 다다른 듯, 살얼음을 밟는 듯’  - 전집 제109장 참조

132 이경윤(李慶胤 1545~1611) 탁족도(濯足圖) 31.1+24.8 고려대학교박물관
(李慶胤, 1545~1611) - 탁족도(濯足圖) 

◈ 『논어(논어)』 술이편(述而篇)에

子謂顔淵曰(자위안연왈) 用之則行(용지즉행) 舍之則藏(사지즉장) 惟我與爾有是夫(유아여이유시부). 子路曰(자로왈) 子行三軍(자행삼군) 則誰與(즉수여). 子曰(자왈) 暴虎馮河(포호빙하) 死而無悔者(사이무회자) 吾不與也(오불여야). 必也臨事而懼(필야림사이구) 好謀而成者也(호모이성자야).

- 공자께서 안연에게 "자신을 써주면 자신의 주장을 실행하고 자신을 버리면 자신의 주장을 감추어두는 이러한 태도는 오직 나와 너만이 가지고 있으리라!" 라고 말씀하시자, (이 말을 듣고 샘이 난)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시게 된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걸어서 강을 건너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않는다. 반드시 일에 임하면 두려운 듯이 신중하며 차분하게 잘 계획하여 일을 성취하는 사람이라야 한다."

*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황하를 걸어서 건너는 무모함’ 에 대한 얘기는 물론 『시경』 소민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  전집 109장 참조

※ 공자는 안연과 자로와 애기를 나누면서 자로의 충동적인 용맹을 경계하고 있다. 공자가 함께 일할 사람으로 거론한 자는 <모름지기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는 - ‘臨事而懼(임사이구)’ 하며, 계책을 잘 세워 일을 성사시키는 - ‘好謀而成(호모이성)’ 하는 사람> 인 것이다.

이를 두고 『채근담』에서는 ‘어두운 방의 한 구석에서 길러진 절의’ 와 ‘깊은 연못가 살얼음을 밟는 듯 조심스레 실천하는 경륜’ 으로 풀이한 셈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