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38) - 악은 숨기를 싫어하고 선은 드러나기를 싫어한다. 따라서 숨은 악만큼 무서운 것이 없고 숨은 선만큼 큰 공덕이 없다

허섭 승인 2021.05.16 13:32 | 최종 수정 2021.05.18 15:40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38 - 악은 숨기를 싫어하고 선은 드러나기를 싫어한다. 따라서 숨은 악만큼 무서운 것이 없고 숨은 선만큼 큰 공덕이 없다

악은 음지(陰地)를 싫어하고 선은 양지(陽地)를 싫어한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그 재앙이 얕고, 숨은 악은 그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그 공이 작으나, 숨어 있는 선은 그 공이 크다.

  • 忌陰(기음) : 그늘에 숨어 있기를 싫어함, 조만간에 곧 드러난다는 뜻임.
  • 忌陽(기양) : 햇볕에 드러나기를 싫어함,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다는 뜻임.
  • 惡之顯者(악지현자) : 드러난 악, 폭로된 죄악.
  • 禍淺(화천) : 화가 얕음, 재앙이 적음.
  • 隱者(은자) : 앞에 나온 말을 그대로 받아 ‘惡之隱者-숨어 있는 악’ 를 줄여 말한 것임. 마찬가지로 마지막의 隱者는 ‘善之隱者-숨어 있는 선’ 을 말한 것임.
138 김명국(蓮潭 金明國 조선 추정 1600~1663) 은사도(隱士圖) - 죽음의 자화상 60.6+39.1 국립중앙박물관
김명국(蓮潭 金明國, 조선 추정, 1600~1663)의 은사도(隱士圖) - 죽음의 자화상

◈ 『노자(老子)』 제27장에

善行無轍迹(선행무철적) 善言無瑕讁(선언무하적).

- 착한 행실은 자취가 없고, 착한 말은 티가 없다.

* 노자 27장에 나오는 善은 ‘착하다’ 의 의미보다는 ‘좋다, 잘하다’ 의 의미이다.

◈ 『국어(國語)』 주어(周語)에

從善如登(종성여등) 從惡如崩(종악여붕).

- 선을 행함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행함은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
從善如登(종선여등) 從惡如崩(종악여붕)

춘추시대 말기에 주(周)나라 경왕(景王)의 아들인 왕자 조(朝)가 반란을 일으켜 수도인 낙읍(洛邑)을 점령하였다. 경왕은 피신하였다가 진(晉)나라의 도움으로 성주(成周)까지 돌아왔으나, 반란군의 잔당 때문에 낙읍으로 들어가지는 못하였다.

그러자 경왕의 신하인 유문공과 장홍은 성주에 성을 쌓아 수도로 삼기로 하고, 제후국들에 사신을 보내 동의를 구하였다. 진나라를 통치하던 위서(魏舒)는 이에 동의하고 제후들을 연합하여 돕겠다고 나섰다. 마침 주나라에 와 있던 위(衛)나라의 대부 표혜는 이 소식을 듣고 단목공(單穆公)을 찾아가 말하였다.

"장홍과 유문공은 헛고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들은 하늘이 무너뜨리려고 하는 것을 지탱하려고 하니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나라는 유왕(幽王) 이래로 덕을 버리고 혼란스러워져서 그 백성을 잃고 무너지게 된 지 오래입니다. 물과 불로 인한 재앙도 구할 수 없거늘 하물며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구할 수 있겠습니까? 속담에 이르기를 '선을 좇는 일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악을 좇는 일은 무너져 내리는 것과 같다' 고 하였습니다 (諺曰, 從善如登, 從惡如崩).

예전에 하(夏)나라는 공갑(孔甲)이 어지럽힌 뒤로 4대만에 망하였습니다. 상(商)나라는 현왕(玄王)이 힘쓴 뒤로 14대만에 흥기하였다가 제갑(帝甲)이 어지럽힌 뒤로 7대만에 망하였습니다. 주나라는 후직(后稷)이 힘쓴 뒤로 15대만에 흥기하였는데, 유왕이 어지럽힌 뒤로 14대나 지나 그 지킴이 오래되었다고 할 것이니 어찌 다시 흥할 수 있겠습니까?"

이 고사는 《國語(국어)》의 〈周語(주어)〉편에 실려 있다. 여기서 유래하여 '從善如登, 從惡如崩'은 좋은 일을 배워 행하기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지만 나쁜 일을 배워 타락하기는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쉽다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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