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43)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른바 인지상정(人之常情)이야말로 사람의 근본 병폐이다

허섭 승인 2021.05.19 13:32 | 최종 수정 2021.05.24 09:26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43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른바 인지상정(人之常情)이야말로 사람의 근본 병폐이다.

배고프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모여들고 추우면 버리는 것,
이것이 세상의 공통된 병폐이다.

  • 饑則附 (기즉부) : 굶주리면 달라붙음. 附는 잘 사는 사람에게 아부(阿附)함.
  • 飽則颺(양) : 배 부르면 훌쩍 떠나감.  颺은 ‘날아가다, 떠나가다’.
  • *『위서(魏書)』에 譬如養鷹(비여양응) 饑則附人(기즉부인) 飽則颺去(포즉양거) - 매를 키우는 것에 비유하자면, 굶주리면 사람에게 달라붙고 배부르면 날아가 버리는 것과 같다.
  • 燠則趨(욱즉추) : 따뜻하면 모여듦.  燠은 暖(따뜻할 난)의 뜻으로 따뜻함, 즉 부귀함을 의미함.  趨는 ‘달려오다, 모여들다’.
  • 寒則棄(한즉기) : 추워지면 버림.
  • 通患(통환) : 일반적인 공통된 병폐(病弊).
143 황집중(黃執中 조선 1533~미상) 묵포도도(묵포도도) 27+22.1 국립중앙박물관
황집중(黃執中, 조선, 1533~미상) - 묵포도도(墨葡萄圖)

◈ 『사기(史記)』「급정열전(汲鄭列傳)」에

중국 한(漢)나라 시절 적공(翟公)이란 사람이 있어 정위(廷尉)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그러자 그 집 대문 앞에는 그를 보고자 하는 자들로 늘 가득하였다. 그런데 그가 벼슬을 그만두니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어 새 그물을 쳐 새를 잡을 정도로 한산하였다. - 문전작라(門前雀羅)의 고사  이윽고 그가 다시 정위에 복직되자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그래서 적공은 대문에다가 이렇게 써 붙였다고 한다.

一死一生(일사일생) 乃知交情(내지교정) 一貧一富(일빈일부) 乃知交態(내지교태) 一貴一賤(일귀일천) 交情乃見(교정내현)

-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살아 있으면 우정의 실상을 알 수 있고, 한 사람은 부유하고 한 사람은 가난하면 우정의 태도를 알 수 있으며, 한 사람은 출세하고 한 사람은 천하면 우정의 진정성이 드러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우정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고, 빈부의 처지가 다른 사이에서 사귐의 정도를 알 수 있으며, 귀하고 천한 신분의 차이에서 우정이 드러난다.)

◈ 염량세태(炎凉世態)를 풍자한 속담들

- 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다 (甘呑苦吐감탄고토)
- 추우면 다가들고 더우면 물러선다
- 정승 말 죽은 데는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 간다

* 명각본에는 전집 제143장과 제144장을 하나로 묶어 한 장으로 편집하였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주제가 상이(相異)함으로 분장(分章)함이 마땅할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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