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150) - 사람됨에 한 점 참된 마음이 없고, 세상살이에 한 가닥 활달한 기상이 없다면 가는 곳마다 막힐 것이요 하는 일마다 헛될 것이다

허섭 승인 2021.05.30 00:25 | 최종 수정 2021.05.30 11:39 의견 0
겸재(謙齋) 정선(鄭敾 조선 1676~1759) -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79.2×138.2), 리움미술관

150 - 사람됨에 한 점 참된 마음이 없고, 세상살이에 한 가닥 활달한 기상이 없다면 가는 곳마다 막힐 것이요 하는 일마다 헛될 것이다.

사람됨에 한 점의 참된 마음이 없으면 
이는 한낱 허수아비와 같아 하는 일마다 헛될 것이요,

세상살이에 한 가닥 원활한 활동이 없으면 
이는 곧 장승이니 가는 곳마다 막힘이 있을 것이다.

  • 作人(작인) : 사람됨. 爲人(위인)과 같은 뜻이다.
  • 眞懇(진간) : 진실하고 간절함.
  • 念頭(염두) : 생각, 마음.
  • 個(개) : 일개의, 한낱.
  • 花子(화자) : 거지. 원래 ‘꽃’ 이란 뜻이지만, 현대중국어(白話)에서는 그 유래를 잘 알 수 없지만 化子와 더불어 ‘거지, 걸인(乞人)’ 로 많이 쓴다.  * ‘허수아비’ 로 풀이하기도 한다. 문맥으로 보나 뒤에 나오는 木人(곡두)과의 대구로 보나 ‘허수아비’ 로 풀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段(단) : 한 조각. ‘일단의, 조금’ 이라는 뜻이다.
  • 圓活機趣(원활기취) : 원활한 활동, 원만하고 활달한 기상(氣象)과 행동.
  • 木人(목인) : 장승, 나무인형.  * 우리말로는 나무인형을 ‘꼭두(곡두)’ 라 한다.
  • 碍(애) : 막힘.  碍는 礙와 동자(同字)이다. 
  • * 便成(변성) / 便是(변시) : 곧 바로 ~가 되고 / 곧 바로 ~이다
  • * < 花子/化子[huā‧zi] > 에 대하여

- 일반적으로 ‘거지(乞人)’ 라는 뜻으로는 化子를 쓰는데 발음이 같은 花子도 함께 쓰는 모양이다.
- ‘化’ 자(字)의 뜻에 ‘보시(布施), 적선(積善)을 청하다’ 라는 뜻이 있으니 ‘化子’ 가 ‘거지’ 의 뜻이 됨을 짐작할 수 있다.
- ‘化/花’ 자(字) 모두 ‘쓰다, 소비하다’ 의 뜻도 있으니,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탕진한 사람은 거지가 될 수밖에 없질 않는가? 
- 북한에서 생겨난 은어로 ‘꽃제비-구걸하러 다니는 어린아이’ 라는 말이 있으며, 최근 남한에서도 ‘잘 생긴 거지’ 를 일러 ‘꽃거지’ 라는 신생어가 생겨났으니 ‘花子’ 가 단순히 발음이 같아서 ‘化子’ 와 같이 쓰이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이외에도 ‘花/化’ 자의 쓰임을 살펴보면,
花花公子(화화공자) : 부잣집의 방탕한 아들, 난봉꾼.
花魁(화두) : 꽃의 으뜸인 ‘매화’ 를 가리키는 말이며 동시에 ‘이름난 기생(名妓)’ 을 뜻하기도 함.
花案(화안) : 도색(桃色) 사건, 즉 스캔들(scandal).
花冰(화빙) : 피겨스케이팅(figure skating). ‘빙상경기의 꽃’ 이라는 뜻임. 피겨스케이팅의 가장 절정의 동작은 마치 꽃이 피어나는 형상(모습)에 비유(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花舌子(화설자) : 말만 번지르한 사람,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사람. 속어(俗語)로 기관총.
化緣(화연) / 化飯(화반) : 탁발(托鉢)하다.
化齋(화재) : (승려나 도사가) 동냥하다.
花光(화광) : 전부 써버리다, 탕진(蕩盡)하다.

이인상(李麟祥, 조선, 1710~1760) - 설송도(雪松圖)(右)와 병국도(病菊圖)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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