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57) - 오고 감에 걸림이 없으니, 오는 것이 가는 것이요, 가는 것이 오는 것이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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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3 17:56 | 최종 수정 2021.09.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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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 오고 감에 걸림이 없으니, 오는 것이 가는 것이요, 가는 것이 오는 것이다.
외로운 구름이 골짜기서 피어나니 가고 머묾에 거리낌이 없고
밝은 달이 하늘에 걸리니 고요함과 시끄러움 둘 다 상관없도다.
- 峀(수) : 골짜기, 계곡. 岫와 同字
- 去留(거류) : 가고 머묾.
- 係(계) : 걸리다, 얽매이다, 연루(連累)되다.
- 朗(랑) : 밝다, 유쾌하다, 활달하다. 明朗(명랑)
- 朗鏡(낭경) : 달을 일컫는 말. ‘밝은 거울’.
- 靜躁(정조) : 고요함과 시끄러움.
- 不相干(불상간) : 서로 관계하지 않는다. 干은 간섭(干涉)의 뜻.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鳥倦飛以知還(조권비이지환) - 구름은 무심히 골짜기에서 피어나고 날기에 지친 새들은 돌아올 줄 안다.
※ 고운(孤雲)은 최치원의 호이다. 필자는 대학 졸업 논문으로 <최치원론>을 썼다. 물론 논문이라기보다는 레포트 수준의 것이였지만, 이른바 한국학(韓國學)의 비조(鼻祖)로 숭앙받는 그를 나는 ‘중국인이 되지 못한 불운한 시대의 풍운아(風雲兒)’ 로 보았다.
고운은 전국에 가장 많은 흔적을 남긴 인물일 것이다. 해인사 학사대나 속리산 문장대, 부산 태종대를 비롯한 수많은 곳에 그의 족적이 남아 있다. 그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였던 한 많은 고목들이 아직도 곳곳에 살아있다.
그는 과연 오고감에 걸림이 없는 사람이었던가?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다가 어느 순간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땅에 꽂고 홀연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원혼은 아직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듯하다. 유불도(儒佛道) 삼교통합(三敎統合)의 사상을 우리들에게 내렸다고 하지만, 사실 유불도 삼교사상은 당대(唐代) 사상의 보편적 흐름이었으며, 그는 당대(當代) 현실 속에서 유불도를 통합하지 못한 채 그 자신은 경우에 따라 자기 유리한 대로 각기 따로 놀았던 것 같다. 결론을 말하자면, 외로운 구름 한 조각은 나에 있어서는 아직도 풀지 못한 하나의 화두인 셈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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