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 - 아름다운 경치나 고상한 취미일지라도 집착하고 탐닉하면 곧 저자와 장사치로 전락(轉落)한다.
산림(山林)은 아름다운 곳이나 일단 꾸미고 집착하면 곧 저자가 되고
서화(書畵)는 고상한 취미이나 한번 탐내어 빠지면 곧 장사치가 된다.
대저 마음에 물듦이 없으면 속세(俗世)도 곧 선경(仙境)이요
마음에 집착이 있으면 선경(仙境)도 곧 고해(苦海)가 된다.
- 勝地(승지) : 뛰어난 경치.
- 營戀(영련) : 인위적인 시설을 하여 꾸밈. 戀은 ‘집착한다’ 는 의미이다.
- 便成(변성) : 곧 ~가 된다. 즉 ‘바로 ~로 변해버린다’ 는 의미이다.
- 市朝(시조) : 시장(市場)과 조정(朝廷). 즉 사람들이 들끓는 속세를 뜻함.
- 雅事(아사) : 고상하고 우아한 일.
- 貪痴(탐취) : 탐욕에 빠짐. 痴는 ‘어떤 것에 미쳐 얼이 빠진 미치광이, 어리석은 자’ 를 뜻함. 癡가 본자(本字)이고 痴는 속자(俗字)이다.
- 商賈(상고) : 장사치. 賈는 ‘매매(賣買)-사고파는’ 상행위를 뜻할 때에는 ‘고’ 로, ‘물건 값’ 의 뜻일 때에는 ‘가’ 로 읽으며 價와 같은 글자로 사용한다.
- 蓋/盖(개) : 대개. 盖는 蓋의 속자(俗子)이다.
* 蓋는 원래 ‘덮다, 덮개, 뚜껑, 가리개(日傘일산)’ 이라는 뜻이나 부사로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①모두(皆 모두 개) / ②어찌(曷 어찌 갈) / ③아마, 대개(槪 대개 개), 대략(大略) / ④대저(大抵), 무릇(夫) 등의 뜻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어법으로 ‘何不’ 의 축어(縮語)로 ‘어찌 ~하지 아니하는가’ 의 뜻을 가지며 그 독음은〔합〕이며 이 경우에는 ‘盍(덮을 합)’ 과 같은 자로 여긴다. 예문 : 子曰 盍各言爾志 -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어찌 너희들 생각을 각자 말하지 않느냐?’
- 染著(염착) : 더러움에 물들어 집착함.
- 欲界(욕계) : 불교에서 말하는 삼계(三界 - 欲界 ․ 色界 ․ 無色界)의 하나로 인간계(人間界)를 가리킴. 즉 생사유전(生死流轉)과 인과응보(因果應報)를 되풀이하는 속세를 말함.
- 仙都(선도) : 신선의 세계. 선경(仙境), 선향(仙鄕).
- 係戀(계련) : 집착하여 연연해 하는 것, 얽매여 집착함.
- 樂境(낙경) : 안락한 세계, 선경(仙境), 낙원(樂園).
◈ 문자학(文字學)으로 풀어 보는 상행위(商行爲)
* 商賈(상고)란 ‘장사치/장사꾼’ 을 뜻하는 말로, 商(상)은 이리저리 다니며 장사하는 행상(行商)을 의미하고, 賈(고)는 한 곳에서 장사하는, 즉 가게(店鋪점포)가 있는 좌상(坐商)을 의미한다. 商은 글자 모양을 보면 ‘판매대 위에 상품을 올려놓고 입으로 크게 외치는’ 형상이다. 중국 최초의 고대국가로 인정하는 은(殷)나라의 부족국가 이름이 商나라인데 이 족속들이 교역과 상술에 뛰어났으므로 ‘商人’ 이란 말이 점차 ‘장사치’ 를 가리키게 되었다 한다.
* 문자학에서 商은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살펴보는 형상’ 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물물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의 초기 형성과정에 있어서 ‘들어오고 나가는 물목의 양 - 수요와 공급’ 을 남들보다 먼저 아는 사람이 결국 장사에 능할 수밖에 없는 이치를 잘 나타낸 글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높을 高’ 와 ‘장사 商’ 은 그 자형(字形)이 비슷한 것이다.
* 賈는 <장사, 사고팔다(買/賣), 불러들이다, 구하다 // 값 가(價)> 로 두 가지 음가를 가진 글자이다. 즉, 원래 장사를 뜻하는 글자이니 사고파는 행위를 나타내는 것이고 더 나아가 ‘물건의 값’ 을 매기는 것까지 포함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본래 의미와 구분하기 위하여 재출자(再出字)인 價를 다시 만든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매매(賣買)는 ‘사고파는 상행위’ 를 뜻하는 말인데, 사실 독음이 같아 많이 헷갈리는 글자이다. 물건(商品)이 오고가는 것이 거래(去來)인데 거래는 곧 ‘사고파는 행위’ 이다.
재물(조개 貝)를 그물(그물 网)로 그러모아 내 것으로 가져오므로 買가 ‘사들인다’ 를 뜻한다. 사들였던 물건을 다시 내어다(날 出) 팔아야 하니 賣가 ‘팔다’ 의 뜻이 되는 것이다. 본래는 買를 ‘사고 파는 것’ 모두에 썼으나 나중에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생겨 出을 덧붙여 賣를 만든 것이다. 그래서 買의 罒이 그물이며 賣의 士가 원래는 出이었음을 기억한다면 이 두 글자를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 어릴 적에 우리 집은 식구에 비해 가진 논밭이 적어 보리 이삭이 팰 즈음이면 양식(食糧)이 떨어져 식량(食糧)을 팔아먹어야 했다. 그런데 어른들께서 얘기하기를 ‘쌀이 떨어졌으니 오늘 장에 쌀을 팔아야 한다’ 는 것이다. ‘아니! 밥 해 먹을 쌀도 없는데 장에 쌀을 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왜, 어른들은 말을 저렇게 거꾸로 할까?’ 내내 의문이었다. 이러한 나의 의문은 중학교에 들어가 노천명 시인의 「추석」이라는 시를 접하고 조금이나마 풀리게 되었다. <대추 밤을 돈 사야 추석을 차렸다> 는 이 말은 <시장에 대추와 밤을 갖고 나가 팔아서 그 돈으로 추석을 나려면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는 말이다. 즉 <대추 밤을 팔아 돈을 샀다> 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집은 <시골 농촌에 살면서도 돈을 팔아 쌀을 사야 하는> 딱한 처지였으니, 농사를 지어도 자기 양식도 되지 못하는 부끄러운 농사꾼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물물교환 경제에서 화폐경제로 넘어가면서 물건보다는 돈이 더 중시되었던 ‘가치의 역전(逆轉) 현상’ 이 그대로 화석화(化石化)되어 남아 있는 언어 습속이라 할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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